작업실에는 열판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자레인지? 아니, 전기레인지 말고 열판 말입니다. 원래는 금박작업 용도로 구입한 것인데 어쩌다보니 이것저거 데우기 위해 쓰게 되더랍니다. 안쓰는 것보다야 그런 용도라도 쓰는 것이 좋긴 하고요. 가장 많이 쓰는 건 토스트입니다. 그 열판에다가 바로 식빵을 올리면 맛있는 토스트가 됩니다. 직화는 아니고 직열구이 토스트라고 해두지요.

평소 점심은 그렇게 구운 식빵인데, 어느 날은 다른 짭짤한 것이 간절하게 그리워서 빵집에 갔다가 크림치즈 바른 베이글을 봤습니다. 호두크림치즈베이글이었나, 그런 이름이었지요. 가격도 나쁘지 않길래 덥석 들어다가 사서 들고 왔는데, 전자레인지도 없으니 데워먹기도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열판에 올렸습니다.

뜨끈한 열판에 놔두고 딴 짓하고 있으려니 그 사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집니다. 그리고 다시 뒤집어 놓고 딴짓하다가 들고 와서는 사진 찍고. 다른 반쪽은 저 사진 찍는 사이에 열판에 올라갔습니다.-ㅠ-
쫄깃한 베이글에다가 짭짤하고 부드러우며 열에 살짝 녹아 빵 사이로 스며든 크림치즈. 확실히 전자렌지에 돌려 먹는 것보다 구워먹는 쪽이 훨씬 좋습니다. 전자렌지에 데우면 빨리 식는 것 같은데 이쪽은 덜하니까요. 게다가 갈색으로 눌은 베이글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것이 찰떡 같습니다. 으흐흐흐흐.



가끔은 식빵말고 이렇게 외도하는 것도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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