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BL의 가격에 대해서는 비싸다라는 생각과 살만하다는 생각의 양쪽 모두를 가지고 있습니다. 출판물이라 편집이나 표지 등이 개인지나 동인지에 비해 낫다는 점은 마음에 들고, 개인지나 동인지의 가격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점은 만족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그래도 라이트노벨에 비하면 가격이 비싼 건 사실입니다. 그 비싼 가격이 텍스트 분량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하면 또 납득이 되지요. 라이트노벨과 판형은 비슷하지만 텍스트 분량은 상당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소설은 보면서 해리 포터 시리즈와 3권으로 나왔던 반지 전쟁 시리즈를 비교해서 보는 것 같다는 망상도 하니까요. 그 정도 차이는 아니니까 망상이라고 하는 겁니다. 흠흠.

하여간 가격 정보를 먼저 보다가 책 가격에 대한 이야기부터 늘어 놓았습니다.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반년 이상 뒤에 출간되는 전자책은 가격이 확 떨어지니까요. 그러니 지난번에 구입해서 잘 본 『되돌아온 시간』도 세 번 읽고는 바로 방출하고, 이번에 나온 전자책으로 다시 구입했지요. 하하하; 물론 전자책의 편집 수준에 대해서는 굉장히 불만이 많습니다. C님은 전자책의 기준을 열린책들의 세계문학전집에 두시던데, 그렇게 하면 교보에서 나온 대부분의 장르 전자책은 ... 음...ㄱ-;


본론으로 돌아가서 비싸긴 했지만 이 책은 가격을 보고 고른 책이 아니니 괜찮습니다. 스트레스 지수가 한참 올라가고 있던 지지난주였나. 『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 완결권(4권)이랑, 『심야식당』 12권이랑 나온 걸 보고 다른 새 책은 없나 둘러보다가 표지와 제목에 그대로 홀렸습니다. 『마녀의 우체부』라는 데다가 표지에는 파스텔톤의 풍차가 그려졌습니다. 이야아아. 귀엽다! 게다가 제목도 취향이야! 그래서 그 길로 퇴근하며 북새통에 들러 사왔습니다.

아껴 읽을까 하다가 그 며칠 뒤에 뜯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괜찮았습니다. 보통 소설을 읽다가 돈이 아깝다며 집어 던지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데, 특히 결말 때문에 그렇습니다. 보통 이런 소설에는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가끔은 아닌 것이 있거든요. 아니면 제 역린을 건드린다거나, 글이 마음에 안 든다거나, 배경이 현대물이라거나 하면 고이 포기합니다. 근데 이건 현대물이긴 하나 판타지 풍이고, 판타지 이야기를 다룹니다. 역린을 건드릴까 말까 하는 그런 암울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 이야기 덕분에 상대적으로 현재의 이야기가 밝게 느껴집니다. 물론 주인공이 마음을 돌리기까지는 꽤 많은 마음 고생이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이야기는 어느 고아 소년이 홀대 받은 일로 시작됩니다-라고 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홀홀 단신인 우겸은, 군대 다녀온 동안 집을 부탁했던 친구의 어머니께 감사 인사를 드리러 갑니다. 그랬는데 그 자리에서 불알친구인 현역 군인께서-_- 입술박치기를 합니다. 게다가 그 장면을 친구 어머니가 목격하고는 우겸의 부모님까지 함께 끌어 들여 비난을 하지요. 신세진 것이 있어 인사는 하고 나왔지만 그걸로 끝-그랬는데 이모저모 안 좋은 일이 연이어 터집니다.
일진이 안 좋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건 외국인입니다. 외국인이 전해준 것은 있는 줄도 몰랐던 외할아버지의 편지였고, 그 편지를 계기로 우겸은 유일한 혈육이 살아 있는 그 쪽 세계로 건너갑니다.

이게 프롤로그에 해당되는데 물론 중요한 사건 하나는 통째로 건너 뛰었습니다. 그것까지 설명하면 내용 폭로가 되니까요.

다른 세계에 들어갔으니 이고깽이 아니라 이대깽의 주인공이 됩니다. 게다가 군필자에 태권도 단증도 있는 대한의 건아입니다. 그런 녀석이 우체부에게 찍히고, 그 뒤에 그 세계를 만들었다는 여신에게서 모든 우체부에게 짝을 찾아주라는 알 수 없는 계시를 받습니다. 그리고 짝 찾아주기가 뒤에 죽 이어집니다.


우체부는 각각 이전의 삶을 가지고 있고 그게 중요한 실마리이기 때문에 그 이전 생의 이야기는 현재의 이야기와 교차하며 흘러갑니다. 문제는 우체부가 왜 우체부가 되었는가라는 점과 이전 생의 기억이 서로 연계되었다는 겁니다. 그 부분이 살짝 제 트라우마를 건드리긴 했는데 이 정도는 그럭저럭 버틸만 합니다. 다만 이 소설을 볼 때 조금 상태가 안 좋았던 지라, 소설 보다가 눈물 뚝뚝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옆에 손수건이 있으면 좋습니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정도는 다르니 뭐, 보시더라도 무난히 지나가실 수도 있습니다만.; 달달한 동화풍이지만 현실의 잔혹함을 이야기하기도 하니 달지만은 않습니다.


이 소설은 다른 사람들을 받아 들이는 것과, 우체부들이 짝을 찾는 것, 그리고 같이 산다는 것의 의미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주인공 우겸은 인간불신이나 외로움에서 해방되었고,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알게 되었으며, 누군가의 짐을 대신 들어주고 또 누군가가 우겸의 짐을 나누어 들기도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까요. 결국은 우겸의 성장기라고 해도 아주 틀리진 않습니다.


글이 약간 덜컥거린다고 해야하나, 각 이야기들 사이에 펄쩍 뛰어 넘는 것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이야기가 급전개되는 부분이 있지요. 그런 부분은 감안하고 보셔야 할 겁니다.'ㅅ'


헤일. 『마녀의 우체부』. B&M(뿔미디어), 2014, 12500원.


그래도 저는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마 종이책 내내 펼쳐 보다가, 전자책 나오면 구입 후 종이책은 방출할 것 같군요. 공간 부족의 여파가..^-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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