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리뷰입니다.-ㅂ-;

어쩌다보니 최근에 아기들이 등장하는 BL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아기들이 등장하는 소설은 힐링계, 달달한 종류의 (조련) 소설이 됩니다. 누가 누구에게 조련을 당하는지는 묻지 말자고요.;

『Only My Brother』도 어쩌다보니 나이가 다섯짤이 되어 "징짜여?"라는 혀짧은 소리를 남발하게 된 티온이 있었고,조아라에서 꼬박꼬박 챙겨보는 『루시온』도 정신이 들어보니 이제 겨우 서너살 되었을 꼬마가 되었다는 상황입니다. 여기도 주변 사람들이 이 상황을 즐기는지라, 공룡과 병아리 등등의 귀여운 옷들을 번갈아 입히더군요. 이 두 이야기는 어른이었다가 모종의 사유로 어려져서 몸의 정신연령대에 맞는 귀여운 짓을 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참 귀엽지요. 후후후후.

조아라에서 연재되다가 전자책으로 출간된 『푸른 파랑새』나 K에게서 빌려 본 『무릎 위의 아기님』은 조금 다릅니다. 『푸른 파랑새』는 한 번 죽었다가 정신이 들어보니 다시 태어나 아기가 되었다는 내용이고, 앞부분 전개는 대부분 아직 아기새인 푸름이를 키우는 율리시스의 고생담이 대부분입니다. 돌이 지나고 나서 일이 풀려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하여간 그런 겁니다. 『무릎 위의 아기님』은 아직 상권 밖에 나오질 않았는데, 이건 아직 반려를 맞이하지 못해 성인이 되지 못한 스무살 짜리 신수가, 어쩌다가 외모에 홀랑 반하여 어린 모습 그대로 황제에게 습득된 다음의 이야기가 주요 내용입니다. 아마 하권에서는 본격적으로 달달달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데, 이미 상권만으로도 포복절도하고 손발이 오그라 들었습니다.


일단 리뷰는 『푸른 파랑새』부터.
이건 조아라에서 연재되던 작품이라 초반부는 대강 알고 있었습니다. 앞서 개인지를 구입한 『파마낙심의 보물』이나, 동화풍으로 좋아해마지 않는 『마법 수프』와 같은 tropicalarmpit님이 그 비슷한 시기에 쓰신 작품이었지요. 가만있자, 작년 말 쯤에 뭔가 또 완결 내셨던 것 같은데..ㄱ-;
하여간 『푸른 파랑새』는 등장인물 설정부터가 범상치 않습니다. 주인공은 김 율리시스고, 그 주변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것이 홍 마고나 박 세요나파, 박 귀욘바그 등등이 있습니다. 세계를 다스리는 것은 왕이고, 왕은 기린이 선택합니다. 현재는 네 명의 왕이 있는데 호랑이, 삼족오, 거북 등의 종족을 다스립니다. 어, 하나가 뭐더라.; 등장이 드물어서 그새 잊었습니다?; 순서상 용 같은데..?;
김 율리시스는 삼족오 일족으로, 왕은 아니지만 왕보다 셉니다. 삼족오를 포함한 일족들은 모두 인연의 끈이 이어진 반려가 하나씩 있는데, 율리시스는 어쩌다보니 아주 뒤늦게 반려를 얻어 알부터 키웁니다. 애지중지 하며 태어난 반려는 아직 아기인지라, 초반에는 할줄 아는 말이 뺙! 정도입니다. 원래 까마귀는 뺙보다는 까악에 가깝겠지만 그런 사소한 부분은 넘어갑니다.
주요 내용은 율리시스의 성격이 얼마나 더러우며, 그래서 왜 "이제야 반려를 키우고 있는가?"에 대한 여러 뒷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자기 성질을 못 이겨 벌여 놓은 여러 사건들에 대한 뒷수습을 하다가 어떻게 되었는가입니다. 그러니까 젊은 혈기에, 제 잘난 멋에 멋대로 하고 살다가 뒤늦게 어린 반려를 키우며 그 뒷수습을 하는 이야기라고 요약해도 아주 틀리진 않습니다. 일단 각 왕들이 사는 지역이 그렇다보니 찰진 사투리가 등장하는데, 판타지 소설에 사투리 등장하는 건 아주 드물게 보았습니다. 저야 사투리를 쓰지 않으니 이게 얼마나 제대로 된 사투리인지는 잘 모르지만..;

(엊그제 B님이랑 대화하다가 북부 지역별 사투리가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ㄱ- 하기야 안동과 부산 사투리도 굉장히 다를진대,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요.;)


하여간 판타지 배경이기는 하나 이것 저것 설화를 섞어 만든 이야기이고, 기린이 등장한다는 시점에서 앰버연대기나 십이국기의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물론 떠오르기만 하고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밝혀둡니다. 기린이 기린기린운다는거나 왕을 너무 사랑해서 그 앞에서 엉덩춤을 추고 프로펠러 돌리듯 소꼬리 닮은 그 꼬리를 휘젓는다는 것은 이미 다른 이야기를 넘어선 부분이니까요. 아, 기린 참..ㅠ_ㅠ;



『무릎 위의 아기님』은 어느 폭군이 주인공입니다. 이복형제들을 참살하고 왕위에 오른 황제는 말수가 매우 적습니다. 말하는 것을 굉장히 피곤하게 여기는데, 그런 왕인데다가 여색이 무언가 싶을 정도로 멀리하는 인물이다보니 아예 황가의 여러 친척 중에서 몇을 골라 황위계승을 위한 밑작업을 하고 있는 정도지요. 관심 두고 있는 것은 검이나 사냥이나 정치 정도였던 이 황제가 어느 날 아기를 주워옵니다. 아장아장 걷는 정도의 굉장히 작은 아기는 황제궁 근처의 다른 별궁에 머무르게 되는데, 하는 짓이 참 귀엽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이라고는 캥! 하고 뺙! 뿐이고요.
황제는 이 아기의 정체를 대강 짐작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아기가 실제로는 나이 스물의 건장한 청년 멘탈을 가지고 있다는 건 잘 모릅니다. 얼굴을 상당히 밝히는 아기님이신지라, 황제에게 홀딱 반해 이 궁에 눌러 앉았고, 황제를 반려로 찜했다는 사실도 잘 모릅니다. 말수없는 황제와 말을 못하는 아기이기 때문에 서로 눈빛으로 말을 주고 받는데, 아직 아기가 제대로 성인이 되지 못해서 대화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기니까 붓잡고 쓰는 것도 굉장히 서툽니다.

아기님과 황제가 하는 짓거리를 보고 있노라면 초장부터 책을 던져버리고 울부짖으며 침대에서 다리미를 찾게되는데..;.. 그래도 귀여우니 괜찮습니다. 뺙, 뺙 거리면서 황제에게 달라붙는 아기님을 보면 참, 귀엽다는 말 밖에 안나옵니다. 문제는 성인이 되었을 때인데, 몇 번 어른의 모습이 되었을 때 말하는 걸 보면 굉장히 세근이 든 말투입니다. 정체가 그러니 어쩔 수 없겠지요. 하아. 참 귀엽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니까 가능한 것이지요. 엊그제 나가 놀면서도 그 생각했는데 현실세계의 아기들은 저렇게 정신연령이 높을리가 없으니 말도 잘 안 통하고, 말해도 안 듣고, 제멋대로 행동하니까요. 하하하.;ㅂ; 이런 소설에서는 아기의 모습이 상당히 귀엽기 때문에 일부러 마법 혹은 기타 등등의 상황으로 성인의 정신을 가지고 아기의 모습을 가지게 하는데, 그런 일은 실제 있을 수 없잖아요. 아무리 애어른이라고 해도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런 가상현실을 만들어 내는지도 모릅니다.

하여간 한동안은 저 두 소설을 떠올리며 히죽히죽 웃고 있을 겁니다.


...
뺙!


『무릎 위의 아기님』
tropicalarmpit. 『푸른 파랑새』. B&M, 2013. 14000(종이책), 5200(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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