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맞습니다. 책 제목이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이고 이 책의 주요 소재가 수프와 샌드위치라 제목이 저렇습니다.

앞서 올린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은 이보다 앞서 나온 이야기이고, 어쩌다보니 이 소설은 같은 배경을 공유하는 연작 소설이 되었답니다. 책 말미의 후기에 그리 나오는군요. 3부작 예정이라고 하니 뒷 이야기도 있을 텐데 없어도 문제 없는 그런 소설입니다. 그러니까 분위기만 따지면 기승승승의 조앤 해리스 시리즈와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조앤 플루크 말고 조앤 해리스. 그러니까 『초콜릿』과 『블랙베리와인』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말이지요. 세 번째 이야기는 솔직히 제 취향이 아니라 기억에 파묻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조앤 해리스도 소설 속의 과거에서 꼭 사건을 하나씩 만드는 군요. 세 번째 이야기도 그랬지만 셋 다 과거에 범죄 혹은 과실치사가 일어나니까요. 레이크 에덴에 비하면 굉장히 온유하긴 합니다만.

하여간 이번 책은 전작보다 훨씬 더 취향입니다. 앞의 이야기는 몽상가 같은, 판타지가 아니라 환타지 같은, 동화 같은 우화라고 하면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는 훨씬 평범한 일상생활 이야기를 다룹니다. 주인공이 조금 느긋하고, 조금 우유부단하고, 무언가에 자주 홀리고, 자주 빠지지만 그건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재능이 아닐까요. 하나에 푹 빠져서 완성할 때까지 끊임없이 달리는 재능은 인생이 재미있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취미가 없는 사람이 재미없다고 하는 것도 그 연장선입니다. 취미가 없다는 건, 삶에서 뭔가 즐기는 것이 빠져 있다는 것이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무언가가 없을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의 제목 이야기는 소설 중후반부에서 나옵니다. 앞부분은 그다지 능력 없고 꿈만 있고 영화에 잘 홀리는 어느 청년이 주인공입니다. 뒷부분도 그 청년이 계속 등장하고, 서술 시점이긴 하지만 읽다보면 오리-아히루 아닙니다-ㅂ--보다는 아오이가 주인공 같습니다. 우연이 묘하게 반복되지만 그 우연이 납득할 수 있는 건 드라마보다는 덜 우연적인 만남이라 그런지도 모르지요.


책을 읽고 있다보면 수프와 샌드위치가 생각납니다. 귀를 잘라낸 식빵을 쓴 크로켓 샌드위치. 햄도 좋고 감자샐러드샌드위치도 좋습니다. 하지만 달걀 샌드위치를 제일 좋아하고 오믈렛 샌드위치도 매력적입니다. 거기에 후반에 등장하는 수프는, 정말, 군침이 꼴딱 꼴딱 넘어갑니다. 지금 막 만든 샌드위치에 뜨끈한 수프를 곁들이면 좋겠어요. 마지막에 등장한 수프 레시피를 보고는 두 눈을 의심했지만, 뭐, 오리는 자신의 레시피를 최종적으로 완성했으니까요. 그러니 그 수프를 만들고도 본인의 수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겠지요.


지난 주말에는 카레를 만들었는데 이번 주말에는 수프를 만들어야 하나요. 고구마를 넣은 단호박 수프도 참 좋은데, 집에 호박죽이 있어서 만들기 망설여집니다. 크흑.;ㅠ;



요시다 아쓰히로. 『그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민경욱 옮김. 블루엘리펀트, 2011,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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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낸 곳이 동아일보사.ㄱ-; 파랑 코끼리는 동아일보사의 임프린트 혹은 자회사인거군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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