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수필이라고 하면 뭔가 하실텐데, 일본에서 자주 출간되는 수필 형식입니다. 수필은 수필이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에서 소소한 삶의 기쁨을 찾는 걸 주로 다루는 책입니다. 이 책도 그 비슷합니다. 저는 하도 구리하라 하루미의 이름을 많이 들은데다가 얼굴을 잠깐 본 것만 가지고 젊은가 했더니 벌써 손자 손녀를 기다리는 나이더군요. 환갑을 넘겼습니다. 딸도 아들도 결혼했고요. 그런데 이런 외모에 이런 몸매. 으어어. 제가 많은 책을 구입한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군요. 하하하. 아무래도 둘의 영역(?)이 조금 다르기는 합니다.

하여간 이 책을 보고는 이것 저것 욕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 저자는 환갑이 되었을 때 쓴 책이니 저도 차근차근 준비하면 환갑이 되었을 때 여기까지 도달하는 것도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해봅니다. 뭐, 타샤할망도 나이 아흔되어서까지 꾸준히 움직였잖아요. 그러니 아직 시간은 많습니다. 천천히 움직이면 될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꼽은 몇 가지.

- 선물용 선반, 혹은 좋아하는 공간
좋아하는 공간은 가족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데, 가족과 공간을 공유하다보니 인테리어 잡지에 자주 나오는 것처럼 어머니의 작은 작업 공간을 두는 겁니다. 자식들이야 각자의 방을 가지고 있지만 아버지나 어머니는 서재 혹은 작업실을 가지지 않는 이상은 어렵잖아요. 저야 결혼 생각이 없으니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선물용 선반은 괜찮더군요. 오하시 시즈코의 책에서는 선물 서랍으로 본 적이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발견한 작은 물건이나 마음에 드는 작은 물건을 서랍에 보관했다가 누군가에게 선물 줄 일 있으면 거기서 하나씩 꺼내 주는 겁니다. 그러니 유통기한이 있는 것은 안 될 테고. 저도 최근에 이런 서랍을 쓰고 있습니다.'ㅂ'

- 걸레
초등학교 다닐 때는 이런 걸레 만들어 오라는 과제를 받은 것 같기도 한데. 집에서 쓰는 건 보통 수건을 그냥 걸레로 쓰지요. 이렇게 바느질한 걸레를 쓰는 건 거의 못봤습니다. 하여간 마룻바닥 닦는데 요긴하다지만 저는 청소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 15분 규칙
15분간, 타이머를 작동시키고 그 시간만큼은 한 가지 일에 오롯이 집중하는 겁니다. 이건 해보고 싶더군요.

- 계절감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여러 절기를 꼬박꼬박 챙긴다는 것, 쉽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따라가야지요. 내년 혹은 후년에는 가능하려나.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도전해보렵니다.

- 그릇
칠기는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 있노라니 또 욕심이 생기네요. 괜찮고 마음에 드는 칠기를, 조금 비싸더라도 구해서 계속 아껴서 쓰는 것. 한 번 해보렵니다. 컵이나 다른 그릇도 마찬가지고요. 이것도 꾸준히 마음에 드는 것을 계속 쓰는 것. 새로 사는 것보다 있는 것을 아껴 쓰는 쪽에 무게를 두고 해보렵니다.

- 은식기
은식기에 대한 로망은 시오노 할머니 덕분에 생겼는데.ㄱ-; 집에 있는 작은 은수저도 고이 모셔둔다고 쓰지 않고 있네요. 검게 변하도록 보관하지만 말고 저도 고이 잘 써야겠습니다.'ㅅ'

- 스프링노트
일력 대신에 스프링 노트를 쓸 생각인데 딱 이거다 싶은 걸 아직 못찾았습니다. 이러다가 만들게 되는 건 아닐지. 하하하.

- 젓가락
부부젓가락은 무리고(...) 여행 다닐 때 챙겨서 쓸 수 있는 커트러리 세트를 챙기고 싶습니다. 근데 이건 기내 반입 안될 건데?

- 절구
아, 이 절구는 집에 꼭 필요합니다. 어렸을 때 집에서 쓰던 절구는 분명 자기 제품이었는데, 어느 새 플라스틱으로 바뀌었거든요. 당연히 자기로 된 것이 쓰기 편합니다. 플라스틱은 가벼워서 튀어요. 마늘 찧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음 여행 때 사오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 여행이 지난게 벌써 일년. ... 정말로 다음 여행 때는 잊지 않은 겁니다.



하지만 몇몇 번역은 조금 걸립니다. 일본 된장인 미소를 그냥 미소로 적은 것. 미소 담그기에 대한 이야기라면 일본 된장이라고 바꿔 적어도 되었을 건데요. 게다가 맨 뒤에 실린 시폰 케이크 레시피는 잘못 적었습니다. 으윽. 아무리 읽어도 이건 두 번에 나누어 섞는다를 2와 섞는다라고 잘못 적은 거더라고요. 2번에다가 다른 재료를 첨가한 것이 3번, 그리고 거기에 머랭을 내어 먼저 조금 나누어 섞고, 남은 걸 두 번에 나누어 섞는다를 2와 섞는다고 적어서.
뭐, 그래도 책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었으니까요.-ㅂ-

연말에 한 번 읽으면서 새해의 계획을 세우기에는 좋습니다.


구리하라 하루미. 『매일매일 즐거운 일이 가득』, 이은정 옮김. 인디고, 2013,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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