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G가 말했습니다.

"오늘은 판교에 가서 케이크 사올거야."

...응?


집은 종로구. 근데 그 머나먼 판교까지 가서 케이크를 사온답니다. 어떤 연유로 케이크를 그 멀리에서 사오게 되었는지는 사온 뒤에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G의 동료인 H모양이, 최근에 모 TV프로그램에서 착한 케이크 가게로 소개된 곳에다가 케이크를 예약했더랍니다. 거기는 정말 케이크가 순식간에 팔려나가기 때문에 영업 마감 시간 전에 문 닫히는 건 부지기수고, 그렇기 때문에 아예 케이크 서로 다른 것으로 두 판을 주문했다 하더군요. 그랬는데 양이 많으니까 주변에 나눠 가져갈 사람이 있나 물었나봅니다. G가 거기에 낚였고요.
그리하여 집에 하프앤하프 케이크 한 판이 들어왔던 겁니다.




차마 무서워서 케이크 가격은 안 물었습니다. 다만 들어보니 조각 케이크 한 조각이 대략 5천원 선인가봅니다. 하지만 판교는 머니까 거기에 교통비를 더하면 ... 음....; 아마 가격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은데 입지가 문제일 것 같긴 하더군요.




매장에서 케이크를 먹으면 시폰 위에는 얇은 과자를, 치즈케이크 위에는 블루베리 조림을 올려준답니다. 과자는 패션파이브의 젤라토에도 올려져 있던 그 얇고 바삭바삭한 겁니다.




치즈케이크보다는 시폰케이크가 높습니다. 시폰케이크 사이사이에는 딸기가 들어 있고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치즈케이크는 베이크드, 즉 묵직묵직한 구운 치즈케이크입니다.
각 케이크는 필름을 붙여서 맛이 섞이지 않게 해놓았네요. 이런 사소한 배려에 G가 감탄하더군요.




오랫동안 안 꺼냈던 접시를 꺼내 들어, 거기에 케이크 한 조각씩.




지금 생각하니 시럽이랑 과자를 뿌려먹을 걸 그랬습니다. 엊그제 마지막 남은 조각에 듬뿍 뿌려먹었는데, 확실히 뿌리는 이유가 있더군요. 맛이 확 달라집니다. 시폰케이크에 뿌려먹으니, 폭신폭신한 맛에 씹는 맛이 가미되고, 블루베리는 약간 짜고 느끼한 치즈베이크에 새콤한 맛을 불어 넣습니다. 덜 물려요.

케이크 둘 다 맛은 있었지만 거리가 먼데다 눈이 확 뜨일만큼 아주 맛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여기가 착한 케이크 가게가 된 이유가 생크림을 동물성만 쓰기 때문이라는데, 동물성 생크림을 쓴 케이크는 사온 당일에 먹어야 합니다. 이건 이미 그 다음날이었어요. 그러니 생크림 맛이 떨어지지요. 냉장 보관했다 해도 거품이 가라앉거든요. 제과점에서 동물성 생크림이랑 식물성 크림을 섞어 쓰는 건 이유가 있습니다. 생크림만 쓰면 모양이 잘 유지되지 않고 금방 녹거든요. 대신 식물성 크림이 들어가면 맛은 좀 떨어지지만.-ㅠ-


하여간 근처에 있다면 가끔 생각날 케이크이긴 한데, 요즘 단 것이 많이 땡기지 않아 제게는 평범했습니다. 오래간만에 케이크를 먹었다는 것 정도? 아, 하긴 엊그제도 먹긴 했지만; 요즘 약속을 많이 잡지 않아서 디저트는 거의 공산품 일색입니다. 그러니 케이크 먹을 일도 드물었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말에는 케이크 사러 나가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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