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자휴일입니다. 자체 휴일, 자체 휴가. 백수이지만 백수가 아닌 제가 스스로에게 주는 휴가일. 이게 가능한 것은 오늘이 어린이날이기 때문입지요. 그러니까 윗분이 휴가 가고 안 계신 날이란 이야기입니다.
물론 가시기 전에 과제를 잔뜩 주고 가셨지만 어떻게든 되겠지요. 내일 당장 PPT 950장에 대한 인덱싱(색인) 작업을 하면서 장을 추가하여 1천장을 넘기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이건 내일부터 할 일이고, 오늘은 아침부터 느긋하게 뒹굴뒹굴. 엊그제 빌려온 『강희』 하 권을 다시 넘겨 보면서 노닥거리고 있습니다. 아, 『심야식당 』11권도 읽었습니다. 이건 내일 마저 올려보지요.

하여간 아침에 출근하지 않고 뒹굴고 있다보니 손이 근질거리더랍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기는 아깝잖아요. 그래서 아침 7시부터 일어나 조물조물 만들었습니다.




벚꽃을 연성하기 위해서는 간장 한 큰술, 마늘 약간, 설탕과 물엿 ..... .... 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ㅂ-;
위의 재료에다가 혹시라도 불고깃감을 넣어 재운다면 사단이 날 겁니다. 단 것은 둘째치고 맛이 이상해질테니까요. 위의 검은 액체에 들어간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달걀 한 개, 기름 1/4컵, 몰라세스(당밀) 1/4컵, 설탕 1/4컵.
사실 여기에다가 소금 약간이랑 생강가루도 넣었다면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생강가루 두 작은술은 밀가루 300g이랑 섞었다가 넣었는데 생각해보니 생강가루도 여기에 넣는 쪽이 섞기 편합니다. 소금도 그렇고요.

다른 향신료는 집에 있는 것이 없어 항상 생강가루만 넣습니다. 그렇다보니 향이 부족하긴 한데, ... 어제 아이허브에서 주문할 걸 그랬군요. 뭔가 살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 말았거든요.

달걀에 기름을 넣어 잘 섞고, 거기에 당밀을 넣고, 거기에 다시 설탕을 넣습니다. 밀가루와 생강가루와 소금, 거기에 베이킹파우드를 넣어 저 걸죽한 것과 잘 섞습니다. 잘 섞여 하나의 덩어리가 되면 비닐봉지에 담아 밀폐한 뒤 냉장고에 두 시간 넣어둡니다.

그리고 나온 반죽을 밀대로 밀어 펼쳐 틀로 찍습니다. 집에 밀대가 어디있는지 보이지 않아서 보온병(!)으로 밀었더니 네 번 정도에 나눠 밀게 되더군요. 첫 번째 찍고, 남은 반죽은 남겨둔 것에 섞어 또 찍고. 이걸 반복하다보면 아래 사진의 두 배 정도 되는 양이 나옵니다.





실제 반죽 색도 이정도입니다. 찰흙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칙칙한 색이지요.
반죽 찍을 때는 식탁 유리판에 랩을 깔고 그 위에 반죽을 놓고, 다시 랩을 올려 보온병을 보호(!)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반죽대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반죽은 상당히 끈적합니다. 이전에도 한 번 적은 적 있지만 당밀은 조청에다가 정관장을 섞은 것 같은 맛과 색을 가졌습니다. 그러니 반죽 색도 저렇고 반죽도 상당히 끈적합니다.

오븐토스터에 네 번에 나누어 구웠는데, 한 번에 구운 양은 위의 오븐시트에 담긴 만큼의 양입니다. 상당히 많습니다. 반죽을 얇게 밀었거든요. 두께로 따지자면 5mm? 얇게 밀어서 오독오독하게 씹히는 것이 제 취향입니다.




두께가 조금 제멋대로인 감은 있지만, 하여간 벚꽃을 완성했습니다.
몇 개나 되는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많습니다. 울룩불룩하지만 제가 먹기에는 괜찮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차마 줄 수 없는 맛이지만...

그렇습니다.-_- 이 벚꽃은 실패작입니다.

1. 베이킹파우더를 위에서는 적었지만, 실제 만드는 과정에서는 빼먹었습니다. 아놔.;ㅂ; 베이킹파우더가 없어 부풀지 않았기 때문에 밀가루 떡 ... 에 가까운 느낌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전병이라고 우기겠습니다.

2. 두께가 제멋대로라 어떤 것은 딱딱 바삭하게, 어떤 것은 약간 텁텁하게 구워졌습니다.

3. 원래 레시피대로라면 저기에는 설탕 1/4컵을 더 넣어야 합니다. 역시, 절반만 넣고 보니 단맛이 부족하긴 합니다. 뭐, 저야 상관없지만.

그리고 smitten kitchen의 원래 레시피에는 더 다양한 향신료가 들어가고, 해바라기씨 기름이 아니라 버터가 들어갑니다. 원래대로라면 버터 반컵이 들어가야하지요. 하지만 집에 버터는 냉동실에만 있고. 다루기 귀찮다는 이유로 그냥 기름을 썼습니다.

...
언젠가 버터랑 설탕을 원 레시피 대로 넣고 만들어 보겠습니다. 하하하.;ㅂ;


덧붙임.
벚꽃 모양을 낸 틀은 교토 아리츠구 것입니다. 이건 지난 여행에서 집어왔지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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