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배경과 소재가 쇼콜라티에입니다. 그것도 배경이 실제 있는 곳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생생하네요.

지리적 배경은 고베인데, 주인공 아가씨는 후쿠오도라는 이름의 화과자점 딸입니다. 최근 직장을 그만두고 다음 일을 물색하던 차에, 어머니의 권유로 후쿠오도의 일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돕는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포장이나 판매 같은 일을 하는 겁니다. 만드는 쪽은 그리 좋아하지 않고요.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닌게, 만사에 대해 조금 시니컬하게 바라보며 궁금한 것이 있으면 못참습니다. 가끔은 덮어 두고 넘어가야 하는데 끝까지 파고 들어 결말을 봅니다. 어떤 점에서는 굉장히 솔직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모르고 넘어가면 좋을 일마저 보고 말지요.

이야기는 여러 에피소드로 나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후쿠오도 고베 점의 옆에 생긴 초콜릿 전문점이 배경입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또 다른 주인공은 쇼콜라티에, 즉 초콜릿 장인입니다. 그것도 대단한 장인이지요. 처음에는 접점이 없던 두 사람은 어쩌다보니 이리 저리 얽히게 됩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쇼콜라 더 루이에서 벌어진 어떤 일 때문에 주인공 아야베는 쇼콜라티에인 나가미네와 알게 됩니다. 거기서 의문을 풀고 나니 그 다음에는 또 다른 의문이 발생하네요.
첫 번째 이야기나 두 번째 이야기까지는 무난하게 보았는데, 그 뒤는 조금 떨어집니다. 그러니까 앞의 두 이야기만큼 박진감이 넘친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뒤에서 텐션이 떨어진 것이 아쉽네요. 하지만 그걸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전체적인 구조를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명탐정 홈즈걸』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합니다. 주인공과 배경은 동일하지만 다른 사람에 의해 사건이 벌어지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추리소설에 가까운 『홈즈걸』과 달리, 이쪽은 일상의 모습을 더 담고 있습니다. 추리 요소는 오히려 『끊어지지 않는 실』과 비슷한 수준인가요.
그리고 로맨스는 없습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보셔도...(...)


전체적으로 제과제빵 관련 용어들이 난무하는데 무난하게 번역했다 생각합니다. 번역이 쉽지 않았을텐데요. 다만 몇몇 장면에서 생지라는 단어를 쓰는데, 솔직히 거슬렸습니다. 물론 저만....;; 생지라는 단어는 일본어이고요, 한국에서는 보통 반죽이라고 씁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반죽이라는 말이 100% 맞아 들어가진 않습니다. 그래도 굽기 전의 반죽을 생지라고 하는 걸 떠올리고, 이게 일본어로 최근에 일본 제과제빵 서적들이 번역되어 들어오면서 같이 섞여 들어온 걸 생각하면 마음에 걸리네요.
이 책만 그런게 아니니..=ㅅ=


우에다 사유리. 『쇼콜라티에』, 박화 옮김. 살림, 2012, 12000원.


아, 이 책은 밤에 보시면 상당히 위험합니다. 조앤 해리스의 『초콜릿』 못지 않게 사람을 홀리니까요. 아마 B님이나 C님은 이걸 보고 당장에 화과자앓이를 시작하실테고....
이 소설이 나오기 전에 연결되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었던 모양인데 그건 아직 번역되지 않았습니다. 둘다 원서를 구해서 볼지 조금 고민되네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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