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부제는 농담입니다. 설마 진담일까요. 저자 이름을 아시면 몇몇 분들은 아, 그 사람~ 하실 겁니다. 아마 이 책 좋아하실 분은 TBC님이실듯. ... 아니, 이거 To be continued의 약자 아닙니다. 쓰다보니 그리 되었다니까요?



베른트 하인리히라는 학자가 있습니다. 연구자인데, 종종 현대의 소로, 현대의 시튼이라 불린답니다. 1940년생, 폴란드 태생이고 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B님은 아마 『동물들의 겨울나기』 나 『숲에 사는 즐거움』을 읽으셨을 겁니다. 아마 몇 년전일거예요.; 저도 기억이 가물합니다.

이 책을 뽑아 든건 단순합니다. 이전에 『통섭의 식탁』에서 목록을 보고 읽었던 책 중에 『핀치의 부리』가 있는데, 갑자기 이 책이 읽고 싶어지지 뭡니까. 재독하겠다며 도서관 서가에서 뽑아 드는데, 그 옆에 『까마귀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지난번에도 이 책을 손에 뽑아 들며 읽을까 말까 했던 것이 기억나 이번엔 충동대출했습니다. 원래 인생은 다 그런거예요.-ㅁ-;

그랬는데, 책이 두껍고 내용이 많아서 읽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보통 출퇴근시간에나 책을 읽으니 이 책은 어제야 간신히 보았고요. 두 주쯤 걸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도중에 몇 번 포기할까하다가 도로 마음을 접었던 것처럼 꽤 볼만 합니다. 물론 취향 차이니까 그러려니 하세요.; G에게 주면 하루 이틀만에 고스란히 돌아올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용이 그리 쉽지는 않아요.


베른트 하인리히는 동물생태 연구 쪽으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본인이 통나무집을 짓고 소로나 시튼처럼 주변 동물들을 관찰하며 소일하는데, 그냥 관찰만 하진 않습니다. 여러 모로 실험을 합니다. 야들이 정말 알고서 하는 행동인지 아닌지 확인하며 말입니다. 본인이 관찰하기 쉽지 않아 보이면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모읍니다. 여러 사례를 분석하기도 하는데, 그 사례도 100% 믿지는 않습니다. 아, 이 철저한 학자의 자세.; 그것도 생물학자니까요. 한 번 봐서 되는 것이 아니라 몇 번, 여러 번, 그보다 더 많이 봐서 실제 패턴으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그래도 귀납법이란게 있잖아요? 어디서 흑고늬가 튀어나올지는 모릅니다. 대체적으로 이렇더라 생각할 따름이지요.

이번 책의 연구 대상은 예전에 연구했다가 한 번 접었던 적이 있는 도래까마귀입니다. 영어로 까마귀는 크게 raven과 crow로 나뉩니다. 한국에서 많이 보이는 작은 까마귀는 crow. 그리고 도래까마귀는 일본에서 많이 보이는 것처럼 육식조류처럼 덩치카 크고 아주 똑똑합니다. 그러니까 일본에서 많이 보이는 그 무지막지한 녀석들은 raven입니다. 전 raven이 갈까마귀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전혀 다른 종이더군요. 예전에 콘라트 로렌츠의 책을 읽을 때는 이걸 raven이 아니라 갈까마귀라고 했다고 기억하거든요. 이 책에서는 그것도 raven이라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똑똑한 새들이었다고 기억하는 걸 보니 raven 맞나봅니다. raven들 정말로 똑똑해요. 정말로.ㄱ-;

이야기의 시작은 도래까마귀 연구를 위해서 까마귀 둥지를 약탈(!)하기 위해 나무를 타는데서 비롯합니다. 그리고 데려온 도래까마귀 네 마리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한 새장에서 같이 키웁니다. 보다보면 도래까마귀가 참 영리하고 귀엽도 키워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1장에서 이미 그 꿈을 완전히 접은지라 뒤에서는 참 좋다고 생각하고 맙니다.
왜냐하면, 먹이가 굉장하거든요. 저도 못먹는 고기를! 그렇게 자주 먹다니!
게다가 기본 밥이 들쥐입니다. 하루에 몇 마리씩 먹는데, 도저히 그걸 구할 자신이 없어요. 먹이양이 엄청나더군요. 집에서 햄스터(...)나 실험용 흰쥐(...)를 키운다고 해도 얘 밥은 못댈 겁니다. 한 마리도 댈 자신이 없더라고요. 게다가 올빼미처럼 통째로 먹는 것도 아니고 갈기갈기 찢어줘야 합니다. 무리예요.;

하여간 그렇게 키운 까마귀는 그냥 애완동물이 아니라 관찰 대상이 됩니다. 야들이 어떻게 서열을 정하는지, 어떻게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는지, 남의 새끼를 데려와도 알아보는지, 자신의 알과 달걀(먹이)을 구분하는지 등등을 하나하나 실험합니다. 이 네 마리만 데리고 한 것은 아니고, 나중에는 주변에서 포획한 다른 도래까마귀들을 데리고도 실험합니다. 그리고 이 실험은 굉장한 막노동을 수반합니다.

단순한 실험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시튼동물기처럼 동물의 생태를 자세히 기술하니 굴러가며 웃게 되는 장면도 여럿 나오는군요.


분명 어디선가 조금 심각한 오타를 하나 보았는데, 어디서 보았는지 도통 못찾겠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는 사전 메모를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조금 후회되지만 어쩌겠나요.

이름의 어원 찾기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Wolfram이라는 독일 이름이 늑대와 도래까마귀를 뜻한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도래까마귀는 육식을 하는데, 주로 강한 동물들의 뒤를 쫓아다니며 먹이를 얻습니다. 그래서 늑대와 자주 어울려서 다닌다네요. 그래서 Wolf-rhaben, wolf-raven이라네요.



그러나 가장 감명깊게 보았던 것은 늑대-까마귀의 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갔을 때, 모텔에 머물면서 보았던 '생애 가장 큰 팬케이크'였다는게..OTL 주말에 프렌치 토스트건 팬케이크건 해먹어야겠습니다.


베른트 하인리히. 『까마귀의 마음: 불길한 검은 새의 재발견』, 최재경 옮김. 에코리브르, 2005, 23000원.


책이 참으로 두껍고 내용 많고 아름다워 저 가격이라도 이해갑니다. 그런데 품절.; 도서관에서 찾아보셔야겠네요.

덧붙이자면, 이런 쪽 연구하시는 분들은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책입니다...(먼산) 아마도 수많은 동병상련을 양산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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