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여인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여인입니다. 남성은 딱 두 명, 이탈리아 국왕이었던 움베르토 2세와 투른 운트 탁시스-Thun und Taxis, 투른과 탁시스로 추정-가문의 요하네스 공뿐이로군요.

보석으로 유명했던 여러 명사(여자)들의 보석 컬렉션을 보여주는데, 크게 배우, 귀족, 상류사회로 나누었습니다. 배우에는 오페라 가수도 한 명 들어가는군요. 보고 있노라면 몇몇은 과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미친듯이 보석을 사들이는 모습을 보이거든요.
책의 구성은 나쁘지 않지만 조금 걸리는 부분은 책의 모든 보석이 컬러가 아니라는 점. 흑백이기 때문에 에메랄드니, 루비니 설명을 해놓았어도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편집상의 문제도 있어서 글에서 설명하는 보석들이 바로 옆에 배치된 것이 아니고 매치가 되지 않아서 보기 어렵더군요. 최근에 너무 친절한 책들만 보아서 그런가 싶습니다. 전공 서적들은 다 주구장창 설명하잖아요. 표 1을 보면~이라든지, 그림 10을 보면~ 이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설명을 줄줄 해놓아도, 보석 세공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저는 모릅니다. 허허허;

그래도 눈요기하기에는 굉장히 좋습니다. 그건 보석뿐만은 아닙니다. 보석을 달고 있는 사람도 굉장히 아름답거든요. 물론 아름답다는 것과 취향이다는 것은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특히 1장에 등장한 배우들은 얼굴이 그다지 취향에 안 맞더라고요. 게다가 다들 성격도 대단해서 그런지 결혼도 여러 번 하고 마지막에 행복하게 살았다는 사람은 거의 드뭅니다. 조금 특이한 사람이 있다면 레나타 테발디 정도? 마리아 칼라스는 알지만 테발디는 몰랐는데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마리아 칼라스의 선배쯤 되겠더라고요. 그 당시 마리아 칼라스의 팬들이랑 다른 가수 팬이랑 대판 싸웠다는 이야기는 얼핏 들었는데 그 사람이 이 사람이더랍니다.

얼굴 취향으로 따지자면 배우들보다는 오히려 귀족집안이나 왕실이 취향입니다.; 말버러 공작부인 글래디스는 조금 얼굴 취향은 아닌데, 맨 앞에 나온 사진을 보고 나서 헉 했습니다. 진짜 예쁘더군요. 사진 검색하다가 마침 관련 정보를 모아 놓은 블로그를 찾았습니다. 유럽의 왕족 귀족과 결혼한 미국의 상속녀들 - (29) 글래디스 디컨(링크)을 읽으시면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근데 아무리 찾아도 결혼식의 그 사진은 안나오네요.=ㅁ=; 웨딩드레스 입은 다른 사진은 나오는데 아쉽습니다.

움베르토 2세의 딸이, 아버지가 디자인한 티아라를 쓴 걸 보면 확실히 같은 모석이라도 이런 차림이 더 잘 어울리는구나 싶습니다. 전 이런 쪽이 취향인가봅니다. 메리공주나, 알렉산드라 왕비와 그 딸들의 모습도 그렇고요. 치렁치렁 보석을 감은 모습인데도 이게 아주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지금 생각하니 흑백이라 덜 화사하게 보여 그런지도 모릅니다.;

가장 취향인 얼굴과 보석 세트(...)는 데이지 펠로스입니다. 모던의 분위기가 풍기면서도 보석이 아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미인이더군요. 다만 설명하는 부분에서 조금 이상하던데, 데이지 펠로스의 생애를 간략하게 설명하는 앞부분에서 "윈스턴 처칠의 사촌인 레기널드 펠로스와 결혼했다"고 하더니 뒤에는 "남편 레기널드 펠로스의 조카 윈스턴 처칠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사촌이면 조카일리가 없는데.
일단 윈스턴 처칠의 사촌이라는 부분은 위키에서도 똑같이 나오네요.(링크) 남편인 레기널드 펠로스가 9대 말버러 공작의 조카라는데, 처칠은 7대 공작의 손자입니다. 8대 공작은 7대 공작의 아들로 윈스턴 처칠의 큰 아버지지요. 9대 공작은 그 아들이니, 윈스턴 처칠과는 사촌지간입니다. 만약 레기널드 펠로스가 9대 말보로 공작의 조카라면 윈스턴 처칠의 조카이기도 한 겁니다. 참 헷갈리지요? 찾아보니 펠로스 집안이랑 결혼한 것은 7대 공작의 딸입니다. 즉, 처칠의 고모 로자몬드가 펠로스 집안의 윌리엄 펠로스와 결혼했고 그 사이에서 레기날드-전 이 이름을 레지날드라고 보통 부릅니다만...-가 태어납니다. 이 사람이 데이지 펠로스의 두 번째 남편이고요.
정리합니다.
이 책에서는 데이지 펠로스의 남편인 레기널드 펠로스가 1. 윈스턴 처칠의 사촌, 2. 윈스턴 처칠의 아저씨(삼촌뻘), 3. 윈스턴 처칠의 조카로 서로 다르게 나옵니다. 결론은 사촌입니다.-ㅁ-;
(덕분에 이 책에 대한 신뢰성이 바닥을 쳤...-_- 아무래도 이건 오역이니까요. 이거 찾느라고 위키를 30분 동안 붙들고 있었으니.)

눈에 들어오는 보석으로 치자면 20쪽에 나오는 카르티에 제작의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목걸이. 이번에 보고 알았는데 카르티에는 다이아몬드 세공을 굉장히 예쁘게 하는군요. 멀 오베론이 소장한 카르티에 작품들은 다 예쁩니다.
폴레트 고다드의 소장품 중에서 옐로 사파이어, 블루 사파이어, 루비로 된 작품은 보기에는 예쁘지만 착용하기에는 조금 미묘.
레타나 테발디의 다이아몬드 세공품도 예쁩니다.
하지만 소장을 떠나서, 작품이나 가치로 예쁜가를 따지자면 움베르트 2세의 컬렉션이 좋네요. 이런 건 박물관에 고이 소장해야한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유색보석 중에서 예쁘다며 홀려 있던 것은 데이지 펠로스의 팔찌. 유색 보석을 굉장히 예쁘게 매치했더군요. 하지만 이런건 잘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면 ... 면...;
반 클리프 앤 아펠 제품 중에서는 역시 데이지 펠로스의 티빨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착용방식이 굉장히 특이하네요.

한 번씩 훑어 보면서 체크했는데, 전 역시 커다란 다이아몬드보다는 자잘하게 세공이 들어간 쪽이 눈에 들어오나봅니다. 하지만 제가 살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그야, 보석은 착용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고 다닐 일이 거의 없거든요. 직업상 반지도 안되고 팔찌도 안되고. 목걸이는 하지만 무거우면 또 부담되고. 브로치 정도가 딱인데 ... 그래서 보는 내내 브로치 계열이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릅니다.^^;

재미삼아 한 번쯤 가볍게 볼만 합니다.'ㅂ'


스테파노 파피, 알렉산드라 로즈. 『불멸의 보석: 명사들이 간직해온 부와 사랑의 기억』, 김홍기 옮김. 투플러스북스(미술문화), 2012, 2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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