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파바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여행 기간 동안 대략의 일정을 점검해보겠습니다.

첫째날 : 신주쿠
둘째날 : 요코하마 (아침에 하라주쿠에서 삽질)
셋째날 : 신주쿠 + 긴자
넷째날 : 지유가오카 (+시부야, 이케부쿠로)
다섯째날 : 키치죠지, 나카노
여섯째날 : 갓파바시, 센소지, 니혼바시
일곱째날 : 긴자
여덟째날 : 크리스피 크림 도넛, 귀국

그날 그날 간 곳은 많지만 일정만 따지자면 그리 벅차지는 않았습니다. 그대신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느낌은 꽤 있었지요.

이 포스팅은 이 중 여섯째날의 일정인 갓파바시에 대한 것입니다.


대략해서 2년 전쯤의 기사였을 겁니다. 쿠켄(Cookand)에서 일본 현지의 기사를 몇 번 받아다 연재한 적이 있었지요. 그 때 소개 된 곳이 스위트 포레스트와 바로 이곳, 갓파바시입니다. 스위트 포레스트는 지난번에도 한 번 다녀온적이 있으니 넘어가고 갓파바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알고 있었던 기간에 비하면 늦은 편이지요. 사실 늦게 가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작 알았다면 아마도 가산을 거덜내고 지금 쯤 집 여기저기에 어머니 몰래 그릇들을 수납하고 있을테니 말입니다.

갓파바시의 갓파는 일본 만화를 보신 분이라면 거의 짐작하실 듯한, 상상의 동물 갓파입니다. 한자로는 河童이라고 씁니다. 그렇다고, 여기를 가기 위해 일본 지하철 노선도에서 갓파바시를 찾으면 나오지 않습니다. 아메요코쵸(홍차를 싸게 파는 카와치야가 있는 시장)도 그렇지만 그릇 도매상이 모여 있는 갓파바시에 가려면 다와라쵸(田原町)에서 내리면 됩니다. 긴자선 다와라쵸. 아사쿠사의 바로 전 역입니다. 그러니 긴자선도 상당히 무섭지요. 그 선 안에 시부야, 긴자, 니혼바시, 다와라쵸, 아사쿠사의 무서운 파산 거리가 몰려 있으니 말입니다.

기사에는 다와라쵸 3번 출구로 나가서 300미터 가량 걸으면 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직접 찾아가 보니 그렇게 멀지 않더군요. 다만 주의할 점 하나. 출구가 열린 방향이 아니라 꺾어서 걸어야 합니다. 처음에 별 생각 없이 3번 출구로 나와 그대로 걸어갔다가 혹시라는 생각에 주변에 있는 지도를 확인했습니다. 3번 출구는 거리 모서리에 있는데 직진을 해서 바로 걸어가지 말고 다른 방향으로 꺾어 가야 하더군요. 하마터면 헤맬 뻔 했습니다.

이런 지도들이 군데군데 여럿 있으니까 확인하면서 가세요. 이 지도는 갓바파시 입구에 있는 것이라, 다와라쵸역까지 300미터라고 위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길을 따라 걸어 한 블럭쯤 내려가면 슬슬 그릇가게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거기에 블록이 끝나면 이렇게, 멋진 셰프 아저씨가 근엄한 얼굴로 건물 옥상에 올라가 있지요. 세계 그릇을 모두 다 판다는 야심찬 가게였는데 차마 무서워서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여기에서의 목표는 딱 하나. 커피 관련 용품을 사는 것이었거든요. 원래 이번 여행에서도 갓파바시는 마지막까지 일정에 넣지 않았지만 융드립용 스탠드와 크리머의 구입을 위해 유니온(ユニオン : Cafe Sweets 5*호에서 정보 확인)을 가기로 가기 전날에야 결심을 했습니다.

요리사 아저씨 바로 앞의 횡단보도를 건넜습니다. 이쪽 길을 중심으로 양 옆이 모두 그릇가게입니다.
걸어다니다보면 르쿠르제는 물론 키친에이드까지 "널려" 있습니다. 이런 주방용품들을 한 자리에서 본다는 것만으로도 눈이 황홀해지더군요.ㅠ_ㅠ

드디어 유니온 발견! 생각보다는 작았습니다. 내부사진도 찍긴 했으니 일단 접어두죠.

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바깥으로 빼지요.

계산대에 있었던 장식 스탠드인 커피가는 할머니입니다.
호첸플로츠 시리즈에도 나오지만 할머니들의 주요 임무(?)중 하나가 커피가는 건가봅니다. 이 할머니도 열정적으로 커피를 갈고 계시는데 상당히 호러였습니다. 커피밀의 손잡이 부분이 손에 고정되어 있는 방식이 손등을 뚫고(...)였기 때문입니다. 어느 커피든 맡겨두면 잘 갈아주실 듯한 손놀림이지만 손등이 뚫려서 거기에 커피 손잡이가 튀어 나와 있는 것은 보기 무서웠습니다.ㅠ_ㅠ

커피 크리머는 이탈리아 수입제로 직화가 가능한 것으로 골라 샀습니다. 아니, 그것밖에 없더군요. 보덤제는 본체가 플라스틱이라 직화 불가능. 유리인 것도 직화는 안됩니다. 그래서 일부러 본체가 스테인리스로 된 것을 찾았지요. 거기에 스탠드와 융도 함께 구입~; 결국 이날 파산의 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다른 파산의 원인은 다음 포스팅에 올리겠습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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