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님은 이미 옆구리 퍽퍽 찔리셨지요. 일본의 어떤 유리회사에서 사람의 탐심을 자극하는 멋진 시리즈를 내놓아서 훌륭하게 낚였습니다. 덕질은 그 종류가 어떻든 간에 지갑과 카드를 춤추게 만드는 군요.



시작은 간단합니다.

K님이 어느 날 유리컵 링크를 하나 올리시면서 유리회사가 하츠 아키코와 손잡고 유리컵을 냈다고 알려주신데서 비롯합니다.(링크) 유리컵의 용도는 술잔이고요. 아마도 일본주 전용 술잔인가 봅니다.



한쪽면은 이런 그림이,




반대쪽은 이런 그림이 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린 것이 하츠 아키코라는 거죠. 그리하여 홀딱 반했는데, 찾아보니 이 시리즈가 총 일곱입니다. 그 중 하나인 狸囃子(たぬきばやし, 달밤에 너구리가 배 두드리는 가락)만 하츠 아키코가 그렸고, 각각의 시리즈는 다른 작가들이 맡았습니다. 만화가도 있고, 일러스트레이터도 있더라고요. 저야 하츠 아키코만 좋아하니 이 술잔에만 반했는데, 만약 괴담을 좋아한다면 시리즈 전체를 구입하고 싶었을 겁니다.

이 시리즈, 소재가 혼조 후카가와의 일곱가지 괴담입니다. 아마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로 아실 분이 많을텐데, 원전은 따로 있는 모양이더군요. 이 괴담이 에도 시대에 유행했고 그걸 모은 것 같은데 미야베 미유키의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에서는 이 소재는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도 미미여사 버전에서는 배 두드리는 너구리가 축제 음악으로 바뀌어 나온 것 같습니다. 다른 건 다 보았는데 소리나 음악과 관련된 건 이 한 소재 밖에 없더라고요.

하여간 괴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홀딱 반할만한 컵입니다.



이 유리잔을 구입하는데는 길고 긴 뒷 이야기가 있지만 넘어갑니다. 하여간 손에 들어온 것은 지난달이었는데, 사정이 있어 제 몫은 나중에 받게 되었고 G 몫의 유리잔을 먼저 받아왔습니다.




유리잔 하나 들었는데 나무 상자까지 딸려오다니. 게다가 의외로 크기가 큽니다. 게다가 전용 상자라서 폐기할 수도 없군요. 하기야 유리잔이 워낙 얇고 섬세해서 그냥 보관하기는 어렵겠더군요.




나무 뚜껑을 열면 설명서가 들어 있습니다. 혼조 후카가와의 괴담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설명, 관련 그림을 담았더군요.(사진 맨 왼쪽의 흰 책자) 그리고 유리잔은 저 진한 남색의 천에 싸여 있습니다.




초점이 뒤에 맞았네요. 재주 넘는 너구리입니다. 홈페이지에 공지된 맨 위의 그림이지요.




이번에도 초점이 뒤쪽에 맞았고, 북치는 너구리입니다.




두 그림을 한 장에 담으려고 애를 썼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일반 모드로 놓았다면 훨씬 쉽게 찍었을텐데, 저 때는 그 생각을 못하고 접사 모드로 담았습니다.



아마 이 글을 보시면 아이쭈님이 제일 가슴아파(...)하실 것 같은데 말입니다. 허허허; 한정 생산인데다 제 몫이 마지막 하나였다고 기억합니다. 아침에 티이타님 댓글 달면서 확인하니 다시 들어온 모양입니다. 현재 재고는 10개고요. 솔직히 풀세트를 지를까라는 망상도 잠시 하게 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개별 구입가가 차라리 싸지요.
그리고 가격도 참으로 아름다워, 잔 하나에 3680엔. 일본내 배송비는 별도였습니다. 거기에 한국까지 들어오는 것도 만만치 않았지요. 국제 배송은 그쪽에서 내켜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저도 다른 분께 부탁드려 연락한 거라 말입니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 언제 어떻게 쓸지 저도 감은 안오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잔에 잘 어울리는 술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정 안되면 청량음료라도? (...) 식혜나 수정과나 매실차를 담아도 괜찮겠네요. 너구리와는 안 어울리지만 말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