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도 아니고 그 전 주의 이야기입니다.'ㅂ'


G가 브라우니를 만들고 싶다 했습니다. 금요일 저녁, 폭설이 쏟아 지다 그치길래 그만 오겠거니 하고 설렁설렁 걸어서 종로5가 방산시장에 갔습니다. 시간이 늦었지만 아직 식재료상은 열려 있어 벨코라도 밀크초콜릿 100g 한 봉지를 사들고 옵니다. 사실 말린 과일도 사오고 싶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어요. 용량들이 다들 크더라고요.


나중에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하고 걸어 나오는데, 눈이 쏟아집니다. 그리고 그 펑펑 쏟아지는 눈은 집에 올 때까지 계속되었고, 심지어는 어깨에 쌓이더랍니다.ㄱ-; 함박눈을 그렇게 맞으며 걸어가는 것도 굉장히 오랜만이었네요. 나름 멋있습니다. 그걸 맞고 집까지 가야하는 입장에서는 슬프지만.


하여간 그렇게 사온 초콜릿은 일요일에 브라우니로 변신합니다.

...

그렇습니다.

보고서 마지막을 달릴 때,

화요일이 보고서 마감이라며 블로그에는 머리를 쥐어 뜯는 글을 썼지만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하기 싫다는 핑계로 회피하고 있었지요.


그렇게 만든 브라우니는 실패했습니다. 그 모든 것은 바닐라 익스트랙 때문.ㄱ-

G가 들고 온 브라우니 조리법에는 바닐라 익스트랙 1 작은술이 있었습니다. 아니, 2 작은술이었나요. 줄여썼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전체적인 양을 줄여서인지 아니면 바닐라액만 줄인 건지 모르겠습니다. G가 쓴 바닐라액은 선물 받은 겁니다. 아는 사람이 동남아 여행갔다가 신기하다며 사다줬다는데 한 작은술을 넣었더니 집안에서 단내가 진동합니다. 바닐라 특유의 단내가 나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더군요. 근데 또 브라우니 레시피에는 설탕을 조금 줄인데다 집에서 오래 묵은 75% 발로나 초콜릿을 넣었더니 진하고 안답니다. 거기에 달달한 향을 넣으니 홍차 마실 때처럼 단향과 맛의 괴리가 일어나더군요. 하여간 바닐라 때문에 초콜릿향도 안나고, 난감했습니다.(먼산)




그렇긴 하지만 달걀을 휘저은 보람이 있어 질감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파사삭 부서지는 질감은 아니고 부드럽게 무너지는 느낌이더라고요. 우유와는 찰떡궁합일텐데 바닐라 때문에 한 조각 이상 먹을 엄두가 안나더군요.






오븐이 작아서 윗부분은 열선에 너무 가까이 붙는 바람에 검게 그을렸습니다. 일찌감치 포일로 뚜껑을 만들어 씌웠으면 괜찮았을텐데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쓰고 달지 않다 하셨지만 저는 바닐라만 빼면 이정도가 딱 좋습니다. 발로나 대신 일반 밀크초콜릿을 쓰면 더 부드럽고 달겠지요. 다음에 만들 때는 한 번 그리 해보렵니다.

크기가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파운드케이크틀에 구워 그렇습니다. 그게 마음에 안 들었던 G는 조만간 브라우니용 사각틀을 구입할 것 같더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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