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한참 전의 일이군요. 아마 11월 마지막 날의 일일겁니다. 성북동 크리스마스 마켓에 다녀오면서 들렀거든요.
크리스마스 마켓에 사람은 많은데 딱히 먹고 싶은 것은 없고. 그래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G가 요 며칠 전에 왕돈가스가 먹고 싶다한 것을 떠올렸습니다. 한성대입구역에서라면 그리 멀지 않지요. 걸어서 몇 분 남짓. 그리고 집까지는 다시 걸어 가면 되고요. 원형으로 빙글 돌아가는 모양새지만 중간에 먹고 가는 것이니 어렵진 않습니다. 그리고 G에게 돈가스 먹으러 가자 해더니 허기져있던 G는 단숨에 미끼를 뭅니다. 그리고 나란히 성북동 저 위로 걸어갔지요.
걷는 걸 꽤 좋아하는데 G는 질색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까지 걸어가려면 G를 살살 꼬득여 뭔가 미끼를 내어주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 경우엔 미끼가 저녁, 돈가스였지요. 걸어서 15분 정도 걸렸나. 서울성곽 근처에서 이리저리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서울왕돈가스와 오박사네왕돈가스가 나란히 있는데 그 맛은 비슷하다 들었습니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먼저 눈에 들어온 오박사네왕돈가스로 갑니다. (아마 맞을겁니다.;...)

시간이 늦어 그런지 2층으로 가라하더군요. 2층에 올라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메뉴판을 봅니다. 그리고 둘다 정식, 모듬메뉴를 시키지요. 먼저 나오는 것은 수프입니다.



익히 짐작할 수 있는 수프의 맛. 뭐, 맛이야 다 그렇지요.
묘하게 이걸 먹고 있자면 어렸을 적 특별식이었던 돈가스가 생각납니다. 거기에도 그릇에 담긴 수프와 돈가스가 있었는데. 그 가격도 기억합니다. 4인 가족이 같이 모여 그 돈으로 식사하기 쉽지 않았지요. 그러니 특별식이었습니다. 아, 갑자기 아련한 기억이 떠오르며 눈시울이... (거기까지)




돈가스도 금방 나옵니다.
양배추 샐러드에 소스, 생선가스, 함박이랑 돈가스. 접시크기도 상당히 큽니다. 옆의 숟가락으로 비교가 될지 모르지만 직경 30cm는 되겠지요. 그런 커다란 그릇에 음식이 담겨 나오니 이것도 나름 재미입니다. 푸짐해 보이잖아요.

한 조각씩 썰어 입에 넣는데 처음에는 물론 맛있습니다. 생선가스부터 시작해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컹한 고기의 함박, 그리고 바싹 튀겨진 느낌의 기름진 돈가스. 한 조각 한 조각 입에 넣다보면 어느 순간 기름지다는 생각과 함께 두 손을 들게 됩니다. 묘하지요. 예전에 어떤 분도 그런 소리를 하시던데 외식하며 먹는 돈가스는 먹다보면 딱 목구멍에서 그만을 외치는 순간이 있다고요. 갑자기 기름냄새가 확 올라온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 순간이 찾아오면 돈가스 분은 충족된겁니다.

먹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옛날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정말로 몇 년 만에 옛날에 살던 곳을 다녀왔거든요. 참 작더군요. 어렸을 때는 굉장히 멀고 넓다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지금 걸어다녀 보니 제 걸음으로 1시간 남짓이면 돌아다니겠더라고요. 거기에서 참 맛있게 돈가스를 먹었지만 아마 지금은 없을 겁니다. 뭔가 아련하게 손 아귀를 빠져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결론.
한동안은 돈가스가 생각나지 않을거예요.'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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