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다이어리. 작년 말쯤에 펀샵에서 팔기 시작한 것을 최근에는 다른 쇼핑몰에서도 취급하고 있는 예의 그 물건입니다. 일본 수입품이라 했던가요. 10년간의 기록을 한 번에 모을 수 있다길래 조금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관심이 구입하는 곳으로 가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비쌌으니까요. 제가 지출할 수 있는 다이어리 가격을 넘어섰으니, 거기에 몇 권 만들었던 경험이 있으니 겁도 없이 만들겠다고 덤빈 겁니다.
완성된 지금 생각하면 잘 한 건지 못한건지 조금 아리송하군요. 그래도 10년의 기록을 한 번에 모아 볼 수 있을테니 그 점은 좋습니다.

시작은 파일 만드는 것부터였습니다. 페이지 메이커를 쓸까 하다가 표를 만들고 넣고 하는 작업이 너무 복잡해 두 손 들고는 그나마 다루기 쉬운 한글을 썼습니다. hwp의 막강 위력.; 웬만한 곳에서는 다 출력 작업을 할 수 있지요. 어떻게 접을 것인지 페이지 계산을 한 다음 표를 만들어 넣고 거기에 날짜와 요일을 넣습니다.
2002년 1월 1일부터 2011년 1월 1일까지가 한 장에 들어가니 요일을 넣게 되는데 해마다 날은 같지만 요일은 바뀌지 않습니까. 일일이 다 손으로 쳐야 했습니다. 물론 계산은 했지요. 하루씩 요일이 밀리고 윤년이 있으면 이틀 밀린다는 사실을 고려해서 말입니다. 그래도 중간에 틀린 날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출력물입니다. 365일이 아니라 366일. 그러니 366쪽에 플러스 알파.

편집하는 것도 일이었지만 출력하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출력을 다 마치고 책으로 만들기 위해 접어 두었습니다.

장이 의외로 두꺼워져서 어쩔 수 없이 한 권으로 만들지 못하고 두 권으로 나눠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한 권을 덧붙였지요. 편집한 것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펀샵에서 등장한 10년 다이어리와 동일하게 만들다 보니 특이한 사건의 경우 사건의 개요를 따로 적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본편(;;)이 워낙 길다보니-거기에 종이를 조금 두꺼운 걸 쓰게 되어서-두 권만으로도 일력이 다 차더군요. 그래서 메모편은 별도로 붙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완성된 다이어리 세 권입니다. 작가노트라 부르는 제본방식으로 제작했습니다.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다른 책 제작기간에 비해 짧지만 모습은 꽤 괜찮지요. 커버는 가죽입니다.

이니셜도 찍었습니다. K. 그러나 세 권 모두에 찍고 나서야 KKK.............가 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OTL 절대 처음부터 그런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니까요!

붉은색 표지가 아무것도 없는 노트입니다. 다른 두 권은 진한 남색.

아직 아무것도 쓰지 않아서 텅 비어 있지요. 이제 2002년부터의 일기를 뒤져 차근차근 채워나가렵니다.

만든 것은 올해인데 왜 2002년부터 정리하기로 했냐하면, 그 때가 제가 처음으로 사회에 발을 딛은 때이기 때문입니다. 학교라는 틀을 벗어났던 때부터 정리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 라는 것은 절반의 설명입니다.
2002년, 제게는 상당히 커다란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 때의 일을 잊고 싶지 않아서 기록으로 꼭 남기고 싶었습니다. 사건의 중심인물은 빨리 잊혀지기를 바랄지 모르지만 저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겁니다. 훗훗훗................;


의도는 불순(?)하지만 정리는 열심히. 하지만 2002년부터 5년치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네요. 일기장을 꺼내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하나하나 다 정리할 생각을 하니 아득...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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