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G와 저는 왕돈가스를 먹으러 가기로 의기 투합하여 거리로 나섰습니다. 집에서 걸어 갈 수 있는 곳에도 왕돈가스가 있긴 하지만 점심시간보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일찍 가야 줄 안 서고 먹을 수 있는 집이거든요. 이날은 시간이 맞지 않아 그곳은 포기하고 대안으로 종로 어드메에 있는 왕돈가스집을 찾아갔습니다.
근처를 지나다니며 종종 간판을 보았기에 싸고 괜찮은 집일거라 생각하고 찾아갔지요. 예전에 자리를 옮기기 전에도 한 두 번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자리 잡은지는 좀 오래된 듯하네요.



자리를 잡고 앉아 주문 후 선불 계산하고는 수프를 떠옵니다. 수프와 반찬은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지만 남기면 벌금이랍니다. G만 음료를 시켰고 저는 언제 음식이 나오나 즐거이 기다렸습니다.
들어갔을 때는 12시 전이라 사람이 없었지만 곧 자리를 꽉꽉 채우는군요. 가격이 저렴해서 그런가봅니다. 종로에서는 이 가격에 밥 먹을 수 있는 집이 드물지요.




그러나 나온 음식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G는 왕돈가스, 저는 모듬돈가스. 모듬에는 생선이랑 치즈돈가스, 일반 돈가스가 나옵니다. 양배추 썬 것에 마요네즈를 뿌리고 밥은 김가루를 묻혔습니다. 짭짤한 걸 보니 맛소금을 뿌렸거나 밥친구인지 뭔지 하는 것에 굴리지 않았나 싶네요.


자아. 이쯤가면 짐작하시겠지만 맛없습니다.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사왔거나, 직접 만든 것이라면 못 만들었습니다. 고기가 조금 얇은 편인데 오래 튀겨 그런지 진한 갈색이 돌고 뻣뻣합니다. 지금 씹고 있는 것이 고기가 맞는지 궁금하더군요. 가죽까지는 아니어도 육포느낌은 납니다. 물론 비천향의 육포를 먹어본적이 없어 그곳의 육포가 말랑하다고 해도 여기랑 비교하면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치즈 돈가스는 튀긴 돈가스 위에 슬라이스 모짜렐라 치즈를 얹었습니다. 진짜 모짜렐라는 아니겠지요. 전자렌지에 너무 돌린건지 어떤 건지, 제가 칼을 댔을 때는 이미 굳어서 껌을 먹는 느낌이더랍니다.
양은 많으니 그래도 남김없이 다 먹기는 했습니다. 샐러드는 다 안 먹었지요. 퍼석한 양배추는 스폰지 느낌입니다. 허허허.

결국 이 날 점심을 먹고는 한참 동안 소화가 안 되어 고생했습니다.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고, 이 근방에서 돌아다니다가 레더라에 가긴 했지요. 하지만 초콜릿 무스를 먹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으니 이번 주말에 또 가야겠지요.



그나저나 집 근처에서 갈만한 곳에 괜찮은 돈가스 집이라면 역시 성북동쪽 밖에 없나요.ㄱ-; 이번 주말에 갈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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