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에 아이패드 붙잡고 조아라에 열중하게 만든 작품입니다. 딱 잘라; 최근 몇 주간 조아라에서 본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듭니다. 기본은 로맨스, 가족, 치유계, 달달물이지만 그 안에 깔린 감정선이 섬세합니다. 보다가 울컥해서 차마 지하철 안에서 울 수는 없기에 설렁 읽고 넘어간 부분이 한 두 곳이 아니네요. 완결편과 에필로그 보고서는 결국 눈꼬리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그렇지만 절대 슬픈 내용은 아닙니다. 아니, 슬프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눈물을 유도하는 쪽의 슬프고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의 잔잔한 감동 끝자락에서 내려 놓을 때의 눈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일단 아이쭈님께는 호불호가 조금 갈릴 것 같고.; mitsuki님은 호불호가 갈리실지도? 티이타님은 현실과의 괴리 때문에 저어하실 수 있지만 재미있게 보시지 않을까 싶고, 첫비행님이나 키릴님은 재미있게 보시지 않을까 합니다.

참, 완결 작품이니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주인공은 올가라는 아가씨입니다. 제국의 공작가에서, 외동딸로 자란 귀한 아가씨지요. 위로 오라버니만 셋인데,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합니다. 그러나 프롤로그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남편에게만 관심이 있고 그 사이로 낳은 아이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고 애정조차도 주지 않았기에 집안 분위기는 파탄 수준입니다. 하지만 죽기 직전,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서 마지막 후회를 하고 미안함과 애정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일반적인 회귀물과 마찬가지로 죽고 나서 돌아온 시점은 결혼식 직전입니다. 이전의 생에 대해 굉장히 후회하고 있던 올가는 이 때부터 차근차근 자신의 삶을 바꾸어 나갑니다. 왜 가족(친정)들이 결혼에 반대했는지 깨닫고, 전생에 만났던 아이들을 다시 만나길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전생에 대해 계속 후회하며 죄책감을 느끼고 불안해합니다. 뭐, 예상할 수 있지만 이 소설은 행복하게 끝을 맺습니다. 그것도 아주아주 행복하게 말입니다.

추천 포인트가 몇 가지 있는데 첫째는 글 방향입니다. 회귀물이라는 소재는 어떻게 보면 식상한데, 이 경우는 다른 회귀물과는 다릅니다. 주변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배신을 느껴 이를 아득바득 갈며 복수를 외치는 것이 꽤 많지만 이 경우는 본인의 태도를 반성하고 다시 돌아가 시작하고 싶어하는 것이니까요. 누군가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도 그렇습니다.(물론 소설 속에서의 올가는 그리 적극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둘째는 글 흐름입니다. 완결된 소설을 한 번에 죽 읽어내려가는데 크게 걸리는 부분 없이 매끄럽게 진행됩니다. 글솜씨도 괜찮습니다.
셋째는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만 보면 감동적인 내용만 있을 것 같지만 절대 아닙니다.; 읽다보면 표정 관리가 안되어 한쪽 입꼬리가 휙 올라가 있는 걸 느낍니다.-_- 개그 포인트가 만발하다보니 웃지 않을 수 없어요! 게다가 최대 문제점인 염장은 더합니다. 올가와 남편은 서로를 지극히 사랑하는데 그것이 어디에서건 누가 있건 상관없이 발휘됩니다. 주변 등장인물들도 염장에 온 몸이 오그라들지만 읽는 사람들도 오그라듭니다. 게다가 괄괄한 아이들도 몇몇 등장하여 분위기를 주도합니다. 대체적으로 소설 속의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꼼짝 못하고 사는군요. 어허허.
넷째는 묘사인데, 비교적 앞부분에 올가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 묘사한 것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음; 저야 둘다 경험하지 못하여 실제와의 일치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가끔 이글루스 등에서 보이는 출산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혹시 경험자시거나 전공자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소설 후기에 등장하는 작가님 나이를 보니 아닐 것 같더군요. 그리고 임신 출산 경험이 없다고 딱 못 박으셨습니다. 헉. 그런데 이렇게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묘사가...;


굉장히 달달한 로맨스 가족물이니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을 못참는 분이나, 염장은 질색이라는 분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머가 넘치는 글이라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점을 덧붙이지요.




덧붙임.
1. 올가의 전생과 후생-이라고 하기는 이상하지만, 하여간 이전 삶(L)과 현재 삶(L')를 비교하면 굉장히 차이가 납니다. 특히 외전으로 등장한 이전 삶을 보면 굉장히 삭막하군요.OTL

2. 총 55편이라 편수는 적지만, 분량이 상당하니 읽는데도 꽤 걸립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