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는 집에 남겨 두고 있는 몇 안되는 온다 리쿠 책입니다. 앞서 몇 번 쓰기도 했는데 지금까지 제 손을 거쳐간 온다 리쿠 책 중에서 살아남은(?) 것은 『네버랜드』와 『목요조곡』뿐입니다. 둘 다 먹을 것이 소재라는 공통점이 있지요.(...) 물론 공통점은 그뿐만이 아니라, 한정된 시간안에 소수의 인원이 모여서 친목(...)을 쌓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입니다. 그 안에서는 물론 갈등도 발생합니다. 두 소설의 갈등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어떤 점에서는 일맥 상통하지요. 『네버랜드』는 기간이 『목요조곡』보다는 길지만 대체적으로 닷새에서 엿새 가량의 짧은 기간을 다루고 있고 닫힌 공간에서, 알고는 있지만 잘은 몰랐던 아이들이 끈끈한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그러고 보니 집에는 없지만 구입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네크로폴리스』도 한정된 기간, 닫힌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소재가 무엇이냐가 꽤 다르지만 말입니다.

하여간 집에 있는 이 두 책은 원서로도 꼭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북오프에서 『네버랜드』는 가격이 꽤 높고 『목요조곡』은 아예 없더라고요. 어쩔까 했는데 첫비행님이 빌려주신다 하셔서 덥석 받아들었습니다. 4월에 빌려서 이제야 읽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 ... ..... 는게 아니라 지금 상태가 보고서 회피중이라는 것.; 지금 보고서는 25%의 진도를 보입니다. 그 사이 『네버랜드』는 75%의 진척을 보이고요.;

원서로 보니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번역서보다 원서쪽이 훨씬 건조합니다. 읽는 속도가 느려 그런지, 책의 내용에 반응하는 것도 훨씬 깊고요. 책 읽다 말고 실실 피식 웃고 있다거나 침중한 얼굴을 하고 있다거나 하는 일이 많습니다.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딱 출퇴근시간뿐인데 지하철 안에서 그러고 있자니 조금 민망하게도 느껴지네요.
원서로 보다가 폭소할뻔한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주로 오사무가 등장하는 부분인데, 그 외에 칸지가 요시쿠니에게 수작을 거는 장면도 원서로 보니 더 느낌이 와닿습니다. 한국어로는 번역하기가 쉽지 않았을거라 생각하는데, 넷의 말투가 서로 다릅니다. 무엇보다 미츠히로의 말투가 규슈, 정확히는 하카타 사투리라는 걸 알고는 충격 받았습니다. 번역서에서는 매끈한 말투를 쓰는데다 이렇게 입이 걸지도 않았다고요.;ㅂ; 뭐, 오사무를 제외하면 셋다 엄친아(이케맨)지만 특히 미츠히로는 전형적인 소설 속 왕자님인데 말입니다.ㄱ-; 모범생에 공부도 잘하지 외모도 잘났지. 운동을 못하는 것도 절대 아니고 말입니다. 오사무와 테니스 경기하는 것을 보면 더 그렇지요. 물론 성격도 나쁘고, 어떤 면에서는 전형적인(2) 소설 속 나쁜 남자입니다. 이런 남자와는 만나면 안됩...(거기까지)


오늘 아침에 읽은 부분이 미츠히로 파트였습니다. 오사무의 사건, 요시쿠니의 사건, 칸지의 사건을 넘어서 미츠히로가 고백하는 장면이지요. 천천히 씹어 가며 읽다보니 아침에 읽기에는 참 부적절한 장면인데 말입니다. 거기에 꼼짝없이 붙들려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세 사람의 심정이 저나 크게 다를 바 없을 겁니다. 아니, 저는 이미 번역서로 내용을 알고 있었으니 충격이 덜했겠지요. 이제 남은 건 그 다음날 미츠히로가 한 번 더 얻어 맏는 장면입니다. 그 부분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요.
원서로 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묘한 언어 차이 때문입니다. 한국어에서는 '나'나 '너'같은 1인칭, 2인칭 대명사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근데 일본어에서는 그 말투에 따라 굉장히 많은 차이가 납니다. 게다가 소설 속에서는 이름을 부르는데도 상당한 차이가 있고요. 특히 미츠히로의 회상에서, 담임선생님이 미츠히로를 부를 때 한자어가 아니라 히라가나로, みつひろ라고 표기합니다. 그것도 묘하고... 무엇보다 미츠히로의 사투리를 포함해 말투 전반이 충격이었으니까요.-ㅁ-;

미츠히로의 과거 때문에 『네버랜드』는 트라우마가 될만한데, 남학교 기숙사의 로망-예를 들면 녹림관.ㄱ--때문인지 계속 보게 됩니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워낙 잘났으니 말이죠. 가장 중심인 요시쿠니도 본인이 그렇게 생각해서 문제지, 다른 사람들 시선에서 바라보면 전형적인 엄친아입니다. 칸지 같은 녀석이 들러붙는 것을 보면 더 그렇죠. 게다가 전 여자친구랑 같이 있는 것을 보고 선남선녀라든지, 천생연분이라든지로 표현했다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읽기 시작하면서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요시쿠니의 한자어가 美國, 오사무의 한자어가 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칸지의 한자어도 寬司로 흔히 보는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어떨지 모르지만; 미츠히로光浩는 평범한 편입니다. 하하;

이제 얼마 안남았으니 보고서가 먼저 끝날지 『네버랜드』 읽는 것이 먼저 끝날지 궁금하네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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