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소설을 골라볼 때 번역자가 이 사람이다 싶으면 앞 뒤 가리지 않고 집어드는데, 현정수씨의 번역도 그 비슷한 레벨입니다. 비슷하다고 표현한 건 이 분이 번역한 책 중에는 제 취향이 아닌 것도 있어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른 건 둘째치고 니시오 이신의 헛소리꾼 시리즈와 이야기(物語) 시리즈를 번역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칭송을...;

본론으로 돌아가 『가짜 이야기(偉物語=にせものがたり)』는 이야기 순서상 『괴물 이야기』의 뒤에 들어갑니다. 현재 한국에 나온 책은 『괴물 이야기』, 『상처 이야기』, 『가짜 이야기』의 세 종입니다. 원래는 『가짜 이야기』로 끝내려고 했다가 그 뒤에 2부를 썼다 했고 다시 3부로 완결을 내겠다고 했답니다. 하지만 3부 써놓고 말이 또 바뀔지도 모르지요. 2부가 『고양이 이야기』라는데, 이건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가짜 이야기』 하권이 엊그제 나왔으니 『고양이 이야기』는 나오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일단 간단히 내용 및 시간 순서대로 정리를 해봅니다. 이하 내용은 내용 소개를 포함하고 있어 일단 접어둡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저는 『괴물 이야기』는 재미있게 보았지만 『상처 이야기』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하드한 묘사가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야기에 그리 공감하지 못했거든요. 『괴물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는 주인공 커플에 대해 꽤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랬는데 『상처 이야기』를 보니 그 커플이 완전한 것이 아니었더랍니다. 라라는 이전에 연이 닿았던 여자가 있었습니다. 『괴물 이야기』에서 왜 그런 이야기들이 언급되나 했더니 이전에 그 두 사람이 연이 닿아 있었는데, 중간에 하라가 낚아 챈 겁니다. 으음.; 로맨스는 주인공이 서로 마음 맞아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을 선호하는 제 취향에는 안 맞았지요. 『괴물 이야기』에서 괜찮다 생각했던 로맨스의 구조가 그 뒤에 나온 '전편' 때문에 망가진 셈이니까요. 그래서 한 번 다 읽고 나서 『상처 이야기』는 방출했습니다.

『가짜 이야기』는 이보다 한 술 더 뜹니다. 『괴물 이야기』에서는 부각되지 않았던 라라의 바람기가 『가짜 이야기』에서 폭발합니다. 성추행범. 바람둥이. 눈 앞에 있는 모든 여자는 후려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썩은 놈. 그렇게 보입니다.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하 미연시)도 아닌데 거의 그 수준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괴물 이야기』에서 제대로 등장하는 남자는 둘뿐이고 나머지는 다 여자라서 성비가 안 맞는다 했는데, 그나마 한 쪽과 제대로 커플이 되어 방심했는데 『가짜 이야기』는 제대로 할렘입니다. 그것도 여자가 셋이나 추가됩니다. 『괴물 이야기』에서는 범주에 넣지도 않았던 인물까지 넣었더군요.
전 할렘물 질색입니다. 게다가 범죄 영역까지 넘나듭니다. 그것도 두 건이나. 또 어떤 인물은 대놓고 유혹하는데 주인공은 그에 대해 세세하게 관찰하고 있으면서도 쟤가 왜 저러는지 모릅니다. 그러는 걸 보며 육두문자가 턱끝까지 올라오더군요.

이야기 전개가 지나치게 느린 것도 제게는 단점이었습니다. 주인공들이 만담도 아니고, 말꼬리 잡기에 심취해 이야기를 진행시키지 않습니다. 사실 『가짜 이야기』의 내용 자체는 『괴물 이야기』의 한 편 정도 밖에 안됩니다. 이 이야기가 두 권으로 나누어, 『괴물 이야기』와 맞먹을 정도로 두꺼워진건 주인공이 미연시에서처럼 모든 여주인공에 대한 플래그를 박고 또 말꼬리잡기 대화로 심히 늘어진채 가기 때문입니다. 만약 『괴물 이야기』의 한 편 정도로 다 쳐내고 쓴다면 그보다는 훨씬 짧아질 겁니다. 아마 『칼 이야기』 한 권 분량 정도..?
쓰다 보니 진짜 그렇네요. 이거 주인공 데리고 게임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마을 안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해야 메인 이벤트가 진행된다. 그리고 최종 흑막이 등장하고 비밀(반전)이 등장한다.

센조가하라에 대한 것도 불만입니다. 이에 대한 불만은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따로 적지 않습니다. 전 히타기의 츤데레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건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목이나 카피나 기타 등등을 봐선 『가짜 이야기』의 주인공은 파이어 시스터즈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건 『괴물 이야기』의 연장선입니다. 하기야 연장선으로 본다면 표지가 파이어 시스터즈가 되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네요. 그래도 파이어 시스터즈의 등장 비중이 너무 적고 아라라기의 등장이 너무 많으며 『괴물 이야기』의 등장인물도 너무 자주 나오니 기대했던 것과는 딴판이더군요. 기대를 많이 했던 것이 오히려 독이었나봅니다.


이 책은 방출 예정입니다. 아마 다음번에 S 만나면 도로시 세이어즈의 책과 함께 넘길 것 같군요. 언제 만나나..-ㅁ-/


니시오 이신. 『가짜 이야기 상-하』, 현정수 옮김. 학산문화사, 2011-2012, 각 권 12000원



덧붙임.
말은 이리 해놓고, 어차피 『칼 이야기』나오면 살거면서.OTL
그러고 보니 『칼 이야기』는 리뷰 적다가 임시 저장하고는 까맣게 잊은 것 같은데?;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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