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휴가를 내고 혼자 카페 보헤미안에 다녀왔습니다. 최근 일이 아니라 조금 지난 일이고요. 카페 보헤미안의 할아버지(박이추 씨)가 건강이 안 좋으셔서 점점 영업일이 짧아지길래 한 번이라도 더 마셔봐야겠다며 덥석 여행을 잡았습니다. 이것도 충동 구매에 속하겠지요.
왕복 교통비가 32000원이니 배보다 배꼽이 큽니다. 부탁받은 커피콩까지 구입해서 3만원 나왔으니까요. 제 몫만 샀다면 커피콩, 커피, 모닝세트까지 해서 2만원 안쪽으로 끝났을겁니다.-ㅁ-;


 
가는 길에 평창휴게소였나, 하여간 휴게소 한 군데에 잠시 섰는데 재미있게 생긴 것이 보여서 덥석 집었습니다. 그리고 후회했습니다.; 이게 2천원인가 했는데 차라리 3천원짜리 호두과자를 사먹는게 나았겠더라고요. 속이 텅 비어 있고 기름기 충만한 고구마맛 찹쌀 도너츠였습니다.

주문진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것이 오전 10시쯤이었나. 바로 앞에 있는 택시를 잡아타고 보헤미안에 갑니다. 3200원이 나오네요. 기본요금이 얼마였는지는 기억 못하지만 거기서 몇 백원 더 나오는 정도였다고 기억합니다.'ㅂ'
예전에 갔던 길과는 다른 길로 가길래 돌아가나 했더니 서쪽길이 아니라 동쪽길을 가시더라고요. 근데 그 쪽이 해안가를 따라난 도로인겁니다. 해안도로 달리면서 바다 구경 잘했습니다. 꿩 먹고 알 먹고로군요.




9시 개점인걸로 아는데 10시 조금 넘어 도착하니 사람이 없습니다.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 모닝세트를 주문합니다. 감자 크로켓, 삶은 달걀, 두꺼운 토스트에 블랜드(보헤미안 믹스) 커피가 한 잔 나옵니다. 6천원이었을거예요. 서울에서는 상상 못할 가격입니다. 하기야 보헤미안의 커피 값은 강릉의 다른 커피점보다 조금 높은 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서울에서 내려가 커피 마시고 가고 싶은 건 여기뿐인걸요.-ㅠ-

종업원도 여럿 있지만 손님이 점점 들어오니 주문을 못 따라가고 밀립니다. 주문이 많을 때는 한 번에 7-8잔씩 드립 준비하고 내리더군요. 커피 내릴 준비는 일하는 분들이 다 하고, 내리는 것은 할아버지가 직접 합니다.
토스트는 따끈 바삭한데다 버터(마가린?)의 기름진 맛이 좋습니다. 크로켓도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한게 맛있고요. 잼은 사과잼이 아닐까하는데 설탕이 많이 들어가 달달한 것이 시판잼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여튼 토스트든 크로켓이든 커피랑 아주 잘 어울립니다.




보헤미안 믹스는 상당히 진하면서도 굉장히 부드럽고 홀딱 홀딱 넘어가는 커피입니다. 뒷맛이 쓰거나 시거나 한 것 없이 몽글몽글 둥글둥글한 커피입니다. 마셔보고 홀딱 반해서 100g 사왔는데 전화로 더 주문할까 고민되네요. 직접 가서 사는 방법도 있으니 어느 쪽으로 할지 고민입니다. 배송비랑 교통비를 견주면 당연히 배송비를 무는 쪽이 낫지만 직접 가서 또 마시고 싶은 욕심에..;;




두 번째 커피는 코스타리카. 지금까지 마셔본 코스타리카와는 다릅니다. 작년에 코스타리카를 자주 마셨는데 대체적으로 맛이 강렬합니다. 강하게 볶은 것으로 사서 그렇기도 하지만 뒷맛은 살짝 신맛이 감돌고요. 제가 내릴 때는 그 신맛이 강하게 나타나기도 해서 혀가 아릴(...) 때도 많은데 이건 다릅니다. 당연하지요. 내린 솜씨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걸요. 보헤미안 믹스는 부드럽게 입안을 어루만지는 쪽이고 이건 입안을 상쾌하게(?) 하는, 향이 충만한 맛입니다. 으으. 어휘력 부족이 이런 때 티가 팍팍 납니다.ㅠ_ㅠ

 
아직까지 서울에서 보헤미안만큼 맛있게 커피를 내주는 곳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뭐, 보헤미안을 기억하려고 일부러 드립 커피집을 찾아가지 않는 것도 있지만 말입니다. 최근에는 드립은 제가 내린 것으로만 마시고 밖에서는 카페라떼 같은 것만 마셨네요. 그나마도 몇 달 간은 스타벅스 오늘의 커피가 전부였어..T-T; 이 모든 것은 별 모으기의 폐해..;


할아버지가 힘에 부쳐서 또 영업일을 줄이려 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지금은 목-일요일 영업으로 월-수는 쉬는데, 목요일도 쉬시려 하시나봅니다. 그나마 작년 10월에 경포대 쪽에 보헤미안 분점이 생겨서 다행입니다. 경포대쪽 분점은 강릉쪽에서 카페 보헤미안을 검색하면 나옵니다. 이게 아드님이 운영하는 지점이라네요. 가보신 분 말에 의하면 의외로 괜찮답니다. (하기야 할아버지 성격에 훈련을 얼마나 시켰을까 싶고..;....) 다음에는 경포대점을 다녀와야겠습니다. 그게 언제가 될진 지갑만이 알지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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