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검은 것은 아름답다맛있다.


원소는 찹쌀가루로 빚은 경단입니다. 서울중앙우체국 옆 월병가게 도향촌에서, 정월대보름 전 3일간만 판매합니다. 정월대보름 당일을 포함해서 3일만 판매합니다. ... 그런데 도향촌 일요일에 쉬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내일도 열지는 모르겠네요.-ㅁ-;

원소는 직경 3cm 정도인데, 개당 600원이라네요. 보통 상자 단위로 구입해서 낱개로도 파는지는 몰랐습니다. 한 상자에는 스무 개 들어 있지요. 상자 사진은 작년 글을 참고하세요.(링크) 가격은 작년하고 동일하답니다.


작년에는 제대로 삶는데 실패했습니다. 냉동된 것을 바로 삶다보니 풀어진데다가, 이게 곤죽이 되었거든요. 보통은 삶는 국물까지 같이 떠서 마신다는데 물을 잔뜩 넣고 삶다보니 보기에 심히 좋지 않았습니다. 차마 사진을 찍어 올릴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올해는 조금 고민을 했습니다. 프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생강차에 넣고 삶을까 했지만 생강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국물 먹는 것도 내키지 않고요. 그렇다고 밀크티를 포함해 우유에다 삶는 것은 상상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 나올 것 같고요. 게다가 우유는 오래 끓이면 유막도 생기고. 홍차나 녹차에 삶는 건 싫고. 커피에 삶는 건 상상도 안했고.
그러다가 결론이 나왔습니다. 결론을 내는 순간 왜 진즉 이 생각을 못했을까 싶더군요. 그리하여 어제부터 재료를 준비해 오늘 점심 때 맛있게 끓여 먹었습니다. 얼마 전 첫비행님이 올려주신 글 덕분에 파박 아이디어가 떠올랐지요. 하하하! >ㅆ<




...
이쪽도 그리 모습이 좋지는 않군요. 하지만 이건 맛있습니다.-ㅠ-;
어제 저녁 어머니께 팥죽 만들 팥이 어디있냐 여쭤봤더니 아예 삶아 주셨습니다. 냄비에 넣고 은근은근 끓이려 했더니 압력밥솥에다 넣고 10분 정도 돌렸더니 금방 익습니다. 식혔다가 오늘 아침에 출근하기 전 챙겨서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퇴근하자마자 꺼내서 냄비에 넣고 살짝 끓인 다음 믹서에 넣고 휙 갈았습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되직하더군요. 덕분에 양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렇게 갈아서 냄비에 넣고 다시 끓어오르려 할 때 원소를 넣습니다. 저는 다섯 개를 넣었는데 먹다가 후회했습니다. 양이 너무 많더군요.T-T 혼자 먹는 거라면 말린 팥 1/4컵에 원소는 3개 정도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2인분을 해 먹은 셈이지만 20시간 공복 상태였던지라 괜찮을 거라 믿습니다. 아니, 아침에 커피 내려 마시긴 했으니 수분 섭취는 그래도 했어요.;




역시 좋지 못한 사진...-ㅁ-;
위의 사진에서 크고 둥그런 경단을 쪼개면 속에는 저렇게 깨고물이 들어 있습니다. 흐음. 그러고 보니 송편 속과도 비슷하군요. 그보다는 훨씬 깨의 비율이 높고, 통깨가 아니라 페이스트 같은 것에 설탕을 섞은 겁니다. 근데 삶고 나면 물렁물렁하다고 해야하나, 부피가 줄어듭니다. 삶기 전에는 단단한 편인데 아마 속의 설탕이 녹으면서 말랑말랑해지는 것이겠지요.

팥에는 전혀 간을 하지 않았습니다. 소금을 조금 넣을까 하다가 그 자체만으로도 괜찮겠다 싶어서 경단이랑 군밤만 집어 넣고 그대로 놔뒀습니다. 실은 밤을 더 넣을까 하다가 밤을 따로 사는 것도 비싸고 해서 그냥 혜화로터리에서 사온 군밤을 집어 넣었지요. 밤껍질 벗길 필요도 없고 밤을 익힐 필요도 없고, 원하는 만큼 사다 넣으면 됩니다. 음하하;

여튼 팥죽 끓일 때 넣어서 끓이면 국물을 어쩌나 하는 고민은 전혀 안해도 됩니다. 새알심 따로 빚을 필요도 없고요. 다만 경단 삶으면서 국물이 걸죽해지니까 팥물을 잡을 때 조금 묽게 잡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얼리기 전의 원소를 넣으니 빨리 익더군요. 실온해동한 것을 쓰면 또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ㅂ' 이건 다음에 시험해 보지요.

호박죽에 넣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경단 속이 검은깨다보니 팥죽에 넣는 쪽이 덜 지저분할겁니다. 하지만 나중에 한 번 시도는 해봐야겠네요. 하지만 늙은 호박 남은게 하나도 없다.OTL 나중에 구하면 다시 시도하겠습니다.+ㅅ+






덧붙임.
원소란 이름을 보고 원자와 분자는 어디갔나 하시는 분은 화학덕,
원소란 이름을 보고 원술을 내놔라 하시는 분은 삼국지덕,
원소란 이름을 보고 소원이랑 뭐가 다른가 하시는 분은 언어덕...? (탕탕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