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는 빵집이 많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상당히 많이 늘었지요. 그렇게 많이 돌아다니지는 않지만 제가 알고 있는 것만 꼽아도 한 손을 훌쩍 넘습니다. 김진환제과점은 신촌쪽에 있지만 상수역에 있는 빵집들도 홍대 범위 안에 넣는 걸 감안하면 뭐, 같이 넣어도 크게 다르진 않겠지요. 게다가 강릉교동짬뽕도 홍대 범위 안에 넣는데야, 거기서 걸어서 몇 분 안 걸리는 김진환제과점도 넣을만 하지요.

여튼 홍대 주변에서 제가 아끼거나 가려고 벼르고 있는 제과점, 제빵점을 떠올리면 대강 이렇습니다.
김진환제과점, 폴앤폴리나, 쇼콜라윰, 브레드05, 악토버(옥토버?), 퍼블리크, 르쁘띠푸르, 쿄베이커리

대강 집어 낸 것만해도 이정도인데, 근처에 있는 작은 카페 겸 제과점까지 거론하면 수는 엄청나게 불어날겁니다. 홍대정문을 중심으로한 큰길만 해도 그런 카페가 상당히 많지요. 와플집도 있고, 케이크를 직접 굽는 카페도 많고요.
그래서 언젠가는 홍대의 유명한 빵집을 모두 돌아보겠다는 꿈을 꾸지만 어디까지나 꿈입니다. 실제 해보니 셋이서 움직이는데도 두 세 군데가 한계더군요.;


이날은 첫비행님이 올라오셔서 폴앤폴리나, 브레드05, 카페꼼마의 코스를 밟았습니다. 그리고 이걸로 끝. 셋이서 돌아다니는데도 이렇게 움직이니 벌써 지치더군요. 거기에다 빵 쇼핑만 한다 쳐도 위에서 언급한 곳을 돌다보면 나중에는 kg 단위의 짐이 나오겠다 싶더랍니다.


폴앤폴리나는 찍은 사진이 없는데, 저는 식빵과 바게트를 샀습니다. 언젠가 종류별로 한 가지씩이요!라고 외치는 걸 꿈꾸지만 무리입니다. 그도 그런게 어제 어머니께 살쪘다고 타박듣고 나셔 토라졌으니, 한동안 음식 조절 엄격하게 들어가야하거든요.-ㅂ-;

하여간 폴앤폴리나에서 빵을 사들고 빙고님과 합류, 이번엔 브레드05를 갑니다. 카페 꼼마에서 그리 멀지 않더군요.




더치커피를 마실 수 있는 미즈모렌 건너편에 있습니다. 계단 몇 개를 걸어 내려가야하는 반지하 공간에 있는데 안은 그리 어둡지 않습니다. 가게는 작지만 안에 빵을 먹을 수 있는 바가 있어서 셋이 하나씩 빵을 골라들고 앉았습니다. 이게 간단한 점심이었지요.




근데 무슨 빵인지는 홀랑 잊었다는게 문제...; 앞의 두 가지는 아마 치즈가 들어간 빵이었을테고, 맨 뒤의 것은 제가 고른 앙버터입니다. 앙버터는 처음 보았습니다.; 일본의 앙버터는 사진으로만 보았는데, 보통은 핫도그빵처럼 약간 달고 폭신한 빵의 사이를 갈라서, 한 면에는 버터를 다른 한 면에는 팥앙금을 바르는 겁니다. 그런데 브레드05의 앙버터는 조금 다릅니다.
바게트처럼 겉은 바삭하고 단단하며 속은 조금 쫄깃한 느낌의 담백한 빵을 반으로 갈라, 버터를 두들겨서 납작하게 만든 것 같은 얇은 판버터-아니면 파이 반죽 만들 때 쓰는 넓적한 버터-를 딱 맞게 잘라 올리고, 다른 면에는 팥껍질이 섞인 팥앙금을 발랐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앙금책에는 일본의 앙금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누었던데, 하나는 고운 앙금인 코시안, 다른 하나는 츠부안입니다. 팥껍질채 썼냐 아니냐로 나누는거죠. 이건 팥껍질이 섞인 걸 보면 츠부안인가 봅니다.'ㅂ' 뭐, 한국에서는 고운앙금, 거친앙금으로 나눠 부르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전 팥이면 다 좋지만, 대체적으로 고운앙금은 단맛이 강해서 거친앙금을 더 좋아합니다. 고운앙금은 시판앙금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거친앙금은 직접 만드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디까지나 경험상입니다.;

하여간 이 앙버터는 굉장히 맛있습니다.-ㅠ-
차갑게 먹어야 한다는데 그렇게 하면 차가운 버터와 달콤하고 씹는 맛이 있는 팥앙금이 절묘하게 어울립니다. 게다가 빵이 흐물흐물하지 않고 단단한 편이다보니 씹는 맛도 있고요. 손대다보면 빵 하나 쯤은 가뿐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칼로리는 이런 때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맛있게 먹고 카페 꼼마로 이동해서는 폭풍 수다를 떱니다. 주제는 발레와 영상과 뒷담화와 책과 바티칸과 종교와 기타 등등. 온갖 이야기가 오가다보니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도 기억이 희미하네요. 하하;
한참 수다들 떨다보니 간식이 필요하다 싶어 케이크를 사옵니다.




그리고 빙고님이 커피를 한 번 더 사오셨지요. 제 몫은 아포가토. 아이스크림은 뭘 썼는지 몰라도, 에스프레소랑 잘 어울려 맛있습니다.-ㅠ- 쌉쌀 달콤하니 중독적이더군요. 순식간에 다 먹었습니다. 음하하~;
케이크는 뒤쪽이 치즈케이크, 앞쪽이 피칸 캐러멜 밀피유였을 겁니다. 아니, 이름 순서가 족므 바뀌었을지 몰라도 어때요. 대강 이런 재료가 들어갔다는 것만 확인하면 되지 말입니다. 쌉쌀한 캐러멜이 들어간 커스터드 크림은 그 크림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파이부분은 역시 함께 먹기 힘들고, 먹다보면 뿔뿔히 흩어져 분해되더군요. 나중에 크림만 따로 집에서 만들어볼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것만 만들어서 크래커나 빵에 발라먹어도 맛있겠네요. 하지만 체중조절 중엔 머나먼 이야기일뿐.;


그리하여 점심 전에 만나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수다는 1월 동안 영상물과 책에 매진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빌린 원서도 신나게 보고, 영상물도 많이 보았네요. 자아. 기적조사관 4권을 보고 있으니 이제 첫비행님도 바티칸에 퐁당 빠뜨릴 준비가 되었습니다! 훗훗훗~ /ㅅ/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