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사진과 함께 적당히 쓸까 하다가 안 좋은 이야기 쓸 것이라면 감추고 쓰는 것이 낫겠다 싶어 사진 없이 이름 없이 그냥 씁니다.


1. 어느 중국집을 갔습니다. 다른 분의 블로그에서 맛이 꽤 괜찮다는 이야기를 보고는 벼르고 있다가 갔습니다. 저녁시간에 갔는데 의외로 사람이 없더군요.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들어갔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자면, 그 저녁시간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그냥 나왔어야 했습니다.
탕수육과 굴짬뽕, 그리고 여기서 꼭 먹어보고 싶었던 왕만두(찐빵)을 시킵니다.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2만원이 넘는 탕수육이 등장합니다. 생각보다 양이 적군요. 뭐, 중식당의 분위기니 조금 비쌀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짬뽕도 이미 7천원이나 하니까요. 그냥 그렇게 납득하고 맛을 봅니다. 생각보다 맛이 괜찮습니다. 양에서 실망했지만 이정도면 괜찮네라며 먹습니다. 그런데 소스에 딸려 나온 오이를 먹는 순간, 그 시큼함에 절로 이맛살이 찌푸려집니다. 식초가 아니라 빙초산인가 싶은 정도로, 오이만 시큼합니다. 아니 소스 자체가 신 맛이 강하군요. 전 단맛 소스를 선호하는데 이렇게 식초가 듬뿍 들어간 맛이라면 조금 걸립니다. 그리고 그제야 조금씩 깨닫습니다. 방금 만들어온 탕수육일텐데, 입안에 들어가면 차게 느껴집니다. 튀김은 방금했을테니 그렇다면 소스의 문제인가요. 만들어진 소스를 제대로 데우지 않아 탕수육이 식은 걸까요. 입에서 차게 느껴질 정도면 체온보다 낮은 정도가 아닌가 합니다. 여튼 여기서 또 마음이 안 좋습니다.
탕수육을 먹다가 굴짬뽕이 나옵니다. 하얗게 나온 국물에 조금 당황했지만 굴짬뽕은 그렇다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국물도 시원하고 약간 매콤한 맛이 도는데 죽순도 아삭하니 마음에 듭니다.
그 뒤에 나온 왕만두. 생각보다는 작았습니다. 그래도 뽀얀 반죽에 기분이 좋아지네요. 일행이 하나 집어 들어 반으로 쪼개더니 덜 쪄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저도 쪼개봅니다. 쪼개는 느낌이, 덜 데워진 것 맞습니다. 속을 반으로 쪼개는데 단단히 뭉쳐진 것이 느껴집니다. 혹시나 싶어 입술을 속에 대보니 덜 데워졌습니다. 식은 것이 아니라, 냉동 혹은 냉장된 것을 그대로 찌는 과정에서 일찍 꺼냈나봅니다. 찐빵 겉은 폭신하고 살짝 발효향이 나는게 맛있는데 속은 무슨 맛이 나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실망했습니다.

일행이랑 같이 음식 순환 잘 되는 점심 때와, 사람 없는 저녁 때의 차이가 맛의 차이인가 이야기를 했지만 결론은 내지 않고 나왔습니다. 3만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2. 와플집을 갔습니다. 최근 체인점이 많이 보이더니, 다니는 길에 매장이 보여 일행이랑 같이 들어갑니다. 이전에 다른 지점에서 일행은 극상의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며 흥분하여 말합니다. 정말 맛있었다는군요. 치즈맛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진하면서도 부드럽고 부담이 안가더랍니다. 궁금한 김에 와플까지 해서 세트로 시킵니다.
매장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는데 매장에서 새집 특유의 냄새가 납니다. 급하게 만들어 제대로 환기를 하지 않았나봅니다. 매운 냄새라고 해야하나, 그런 냄새 때문에 눈도 아픈 느낌입니다. 거기에 매장 여기저기서는 마감이 제대로 안된 부분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체인 관리쪽의 문제인지 매장 주인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와플을 갓 구워내는지라 시간이 걸려서 와플과 아이스크림이 나옵니다. 그런데 아이스크림을 보고 일행이 실망합니다. 양이 아주 적습니다. 다른 매장에서는 이런 양이 아니었다네요. 저도 양을 보고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제대로 못 짜는 것은 둘째치고 양도 적다'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그리고 맛을 봅니다.
극상의 치즈맛?
그냥 이건 길거리에서 맛볼 수 있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정도의 질감입니다. 입에서 녹긴 하나, 일행이 말했던 것 처럼 '진하면서도 입에서 녹으면 그대로 우유가 될 것 같은, 부담 없는 맛'하고는 거리가 아주 멉니다. 게다가 신맛이 도는군요. 이런거라면 길거리 1천원 아이스크림하고 비슷한 수준입니다. 일행은 이런 맛은 아니라며 나중에 자기가 가본 매장으로 직접 가보자는군요. 그러자고 하고는 와플을 먹습니다.
일행이 그럽니다. 밀가루 냄새가 난다고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저는 더 둔하거든요. 살짝 덜익은 것인지 어떤지는 둘째치고, 위에 설탕물인지 시럽인지를 발랐는데 그게 너무 구워진건지, 이에 달라붙습니다. 딱딱하고 찐득하고. 흐음.

일행이랑 같이 돌아나오면서 말했습니다. '혹시 이거 치즈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요거트 아이스크림 아냐?'
잔뜩 실망해 있던 일행이 그 부분은 생각 못했다며 놀랍니다. 그러니까,
1. 지역 버프를 받았다.(지역 특성상 어떤 체인점이 들어와도 맛이 없다)
2. 치즈 아이스크림을 시켰는데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줬다.
둘 중 하나라는 겁니다. 일행은 치즈맛이 나긴 했는데라면서 어느 쪽인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맛있게 먹었다는 그 매장에서 치즈맛과 요거트맛 아이스크림을 둘다 먹어보면 알 수 있겠지요.


3. 결론.
둘다 두 번 다시 안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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