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추석 전날 준비하려 했지만 게으름이 저를 이겼습니다. 그래도 추석 당일에는 아침 일찍 운동하고 돌아와 바로 준비에 들어갔지요. 그리하여 아침부터 오븐을 꺼내 다과 준비를 합니다.

그래도 전날 말차 티라미수를 만들어두어 손이 덜 부족했지, 그것까지 같이 만들었으면 아침에 더 정신이 없었을 겁니다. 이날은 아침부터 스콘을 빚었거든요.(...)
냉동실에서 자고 있던 쿠키반죽을 꺼내 썰어 굽고, 그 틈을 타 전날 냉동실에서 냉장실로 옮겨둔 버터를 꺼냅니다. 얼마나 만들까 하다가 원래 조리법에는 밀가루 280g이나 들어가서 얌전히 절반으로 줄여 만들었지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만드는 분량을 생각하면 280g이면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밀가루 110g에 달걀 하나를 넣어 만드는 비스코티도 분량이 상당한데, 280g이면 그 배는 나올 것 아닙니까.; G는 거의 손 안 댈 것 같으니 저 혼자 먹는다고 생각하면 반으로 나누는 것이 현명하죠. 마침 들어가는 달걀이 2개라길래 나누기도 편합니다.
참, 스콘 조리법은 하야시 노조무의 『영국은 맛있어』에 등장한 겁니다. 스콘 만드는 두 가지 방법 중 본문에 실린 쪽을 참고했지요. 뒤에 실린 쪽이 간단하다고는 하지만 어려운 버전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방법이야 다른 스콘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밀가루에 다른 가루 재료랑 설탕을 섞어두고, 거기에 잘게 자른 버터를 넣고 꾹꾹 눌러서 버터가 밀가루와 잘 섞이도록 합니다. 눌러서 섞는다고는 했는데 스콘 만드는 법 아시는 분이라면 그게 그리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아실 겁니다. 수필 본문에서는 rub in이라고 표현하더군요. 여튼 그렇게 열심히 버터와 밀가루를 섞었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덜 걸려서 오븐의 쿠키가 미처 구워지기 전에 끝나고 맙니다. 에라 모르겠다 생각하고는 이 혼합물을 그대로 냉동실에 밀어 넣었지요. 냉장실보다는 냉동실이 냄새가 덜밸테고 잠깐 넣어두는 것이니까요. 어차피 차갑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니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ㅁ-/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 준비하고 실온에 내놓았던 달걀도 미리 풀어 둡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쿠키 뒤에 스콘을 굽고, 간식 준비를 합니다. 전날 저녁에 TV에서 치즈케이크 만드는 것을 보고 간식에 군침을 흘리던 G는 당장 말차 티라미수를 꺼내오고, 저는 식힌 쿠키를 접시에 올립니다.





듀시스님이 주신 포트넘앤메이슨 자몽, 트와이닝 얼그레이(물이 적어 진하게 나왔습니다-_-), 아침에 내린 커피.
간식은 말차 티라미수랑 피넛버터사브레, 코코아사브레, 스콘.




자르다보니 생각보다 스콘 조각이 작아졌는데, 전 이쪽이 좋습니다.-ㅠ-




그리고 저는 외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이상 스콘 밖에서 먹고 울 필요 없습니다. 이제 집에서 만들어 먹을거예요! 입에 쓴 스콘을 만날까 걱정할 필요도 없고, 먹고 싶을 때 스콘을 먹을 자유가 생겼습니다! 물론 냉동실에 넣어둔 버터를 냉장실 온도로 녹이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문제지요. 하하하.;





클로티드 크림은 없지만 마스카포네 치즈랑 생크림을 섞어 만든 티라미수 크림랑 카시스잼을 발라 먹으면 극락이 따로 없습니다. 클로티드 크림은 올 겨울쯤 도전해볼래요.
물론 저 스콘 레시피가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제 입엔 조금 기름졌거든요. 버터가 다른 레시피보다 좀 많이 들어가니까 그걸 줄이고, 설탕을 아주 조금 더 넣어 볼 생각입니다. 반 큰술을 넣었어야 했는데 실제 들어간 양이 한 작은술 정도라 단 맛이 거의 안났거든요. 그리고 달걀이 아니라 요거트를 넣어도 괜찮을 것 같고 말입니다. 버터밀크를 넣어보고 싶지만 그건 아직 무리... 생크림을 사다가 버터를 만들고 남은 액체를 쓰면 되긴 할텐데 너무 번거롭지요.


<SYSTEM> 키르난은 스콘을 완성했습니다.


다음은 스콘을 연성하는 일만 남았군요.(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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