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프 카레 이에로는 홋카이도 가기 전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맛있다던가, 꼭 가봐야 한다던가. 한데 꼭 가라고 하면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한단 말입니다. 아니, 그보다는 국물이 많은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게 더 컸지요. 거기에 카레라니까 더 흥미가 안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가길 잘했습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오죽하면 3박 4일의 짦은 일정 동안 여기에 두 번이나 다녀왔을까요. 다음번에 여행 가면 여기는 또 갈겁니다.



일행이 많았던데다 시간이 8시 경이었는데도 가게에도 사람이 많아 같이 않지는 못했습니다. 따로 나눠 앉았지요. 흡연석과 금연석이 나뉘어 있는데 유리문 같은 걸로 나뉘어 있고 위쪽은 뚫려 있어서 그다지 의미가 없더라고요.; 하지만 두 번째 와서 앉았을 때는 혼자라(...) 카운터에 앉았는데 그쪽은 흡연석과 멀리 떨어져 있어 괜찮았습니다.


여튼 첫날 이에로에 갔을 때는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았습니다. 이날 이모저모 일이 있어서 긴장했던 데다가 간 시간이 오후 8시였거든요. 평소 제 식사시간은 오전 6시, 11시, 오후 4시(...)입니다. 늦게 먹어도 6시면 끝납니다. 그럴진대 평소보다 훨씬 늦은 시간의 식사였으니 그다지 땡기지 않았지요. 마침 같이 앉은 키릴님도 많이 먹을 생각 없다 하셔서 메뉴판을 보며 연구를 시작합니다.

일단 이에로에서는 메뉴를 보고 카레의 종류를 고릅니다. 제가 고른 것은 치킨 채소 카레, 키릴님이 고르신 건 돼지고기 찜(부타니?) 카레였나, 그런 종류였습니다. 그렇게 카레의 종류를 고르고 나면 맵기 정도를 고릅니다. 3번 정도가 약간 매콤하고 2번은 무난하고. 4번은 좀 맵다더군요. 10번까지 있지만 무난하게 3번을 고릅니다. 거기에 밥은 기본 제공이지만 양을 많게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주문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밥을 빼면 50엔이 할인되고 곱배기 밥을 시키면 돈을 조금 더 냅니다. 거기에 다양한 토핑을 고를 수 있습니다. 달걀도 날달걀, 온천달걀(반숙), 차슈달걀(맞나; 여튼 간간한 것)이 있고요, 다양한 채소를 각각 올릴 수도 있지요. 처음에는 기본으로 먹고 그 다음에 조금씩 재료를 추가해도 괜찮겠더군요.


 


제가 주문한 것은 치킨 채소 카레, 맵기는 3, 밥 빼고 온천달걀 하나였습니다.




수프 카레라고 하더니 정말 국물이 있는 카레가 나와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한 숟갈 먹어보고는 놀랐습니다.; 이건 카레가 맞긴 한데, 카레맛을 낸 국물요리라 부르는 쪽이 맞습니다. 그러니까 푹 고은 삼계탕의 국물이 카레맛이라고 하면 비슷할지도요. 그것도 루를 넣은 일본식 카레나, 노란 강황이 들어간 한국식 카레가 아니라 맛 자체는 인도식 카레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국물은 또 아주 진해서 국물을 떠먹으면 입술이 끈적끈적합니다.+ㅠ+ 근데 또 담백하니 신기하단 말이죠.

닭고기는 안 보이는데, 영계 1/4마리쯤 되는 닭다리쪽 고기가 하나 통째로 들어 있었습니다. 허벅다리까지 넉넉하게 있더라고요. 퍽퍽하지 않고 살도 야들야들합니다. 거기에 채소들은 간이 배어 있지는 않지만 그 하나하나가 다 맛있습니다. 아마 따로 익혀서 넣은 것 같더라고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위에 보이는 단호박입니다. 단호박은 살짝 구워서 넣었더군요. 아아아. 그 구운 맛에다가 달달한 맛.;ㅠ; 단호박이 아니라 밤호박이 아닐까 싶은 달달한 밤맛인데 진짜 맛있습니다.


정말 마음에 든 나머지,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을 짓-그 이틀 뒤 저녁에 또 방문을 했습니다. 이번에도 저녁 8시. 그것도 혼자 갔습니다.-ㅁ-; 같이 가기로 한-정확히는 '먹으러 가지 않을래요?라고 운을 띄웠던 본인- 일행 ㄹ모양이 침대에 눕더니만 그대로 기절해버려서 혼자 갔습니다.




이 때는 카운터에 앉아서 한참 기다리면서 이것저것 뒤적였지요. 여기에 이런 저런 정복 다 있네요. 주소랑 개점시간과 폐점시간 등등.

주소: 삿포로시 쥬오구 미나미3 니시1 12-19
시간: 개점 11시 30분, 폐점오후 10시(마지막 주문 9시 30분)
전화: 011-242-7333
홈페이지: www.yellow1996.com 

 
그 윗부분에 있는 건 어떻게 만드는가의 이야기입니다. 홋카이도에 한 대 밖에 없는 압력솥으로 돼지랑 닭, 향신채소를 3.2기압, 136도의 고온 고압으로 조리했다는 겁니다.-ㅠ- 그래서 진한 맛이 나는군요.
(하지만 집에 있는 압력솥을 써도 저 맛은 못낼겁니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생선가스(흰살생선튀김)가 들어간 걸로 주문합니다. 이번엔 맵기 2입니다.
맵기2보다는 3쪽이 더 취향입니다. 그쪽은 한 입 먹는 순간 '아, 맵다' 라는 생각이 확 들면서 밥이랑 먹으면 맛있겠다 생각했는데 이쪽은 그보다는 덜합니다. 하지만 맛있게 매콤한 쪽이 더 생각나네요. 이쪽도 괜찮았지만 다음에 가서 시킨다면 가격은 조금 더 나가더라도 닭고기 채소카레를 시킬거예요.




참고로 맵기 4에 대한 정보.
압서 이야기한 ㄹ양은 처음 갔을 때 맵기 4를 시킨 모양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맵기 3이었다네요. 저야 다른 쪽에 떨어져 앉아 있어서 못봤습니다. 한 입 먹고 나서 ㄹ양은 아주 맛있다고, 하나도 맵지 않아요!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먹어보라고 권했답니다. 그리고 그 테이블에서 ㄹ양이 시킨 카레를 먹었던 사람들은 모두 함정카드에 걸렸습니다.(...) ㄹ양은 절대로 맵지 않다고 항변했지만 그 아가씨의 입맛은 회기 경발원을 좋아하고 봉추찜닭의 고추를 골라 먹는 정도이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물론 '맵지 않다'라는 말에 준비가 안 되었던 것도 있겠지만 4만 해도 꽤 맵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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