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제과점의 팥빙수가 맛있다는 이야기는 팥빙수를 먹으러 동빙고 등지를 다닐 때 얼핏 들었습니다. 여기가 워낙 팥으로 유명한 제과점이라 팥빙수도 맛있다나요. 사실 동빙고나 다른 팥빙수 매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가까운데, 집에서 가까우니 천천히 가자~ 싶어 계속 미루다가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이전에는 삼선교 복개한 부분에 있었는데 성북천 복원 공사를 한 뒤에는 성북동쪽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도상 위치는 여기입니다.


 
저렇게 깃발꽂아 표시하지 않아도 지도에 나와 있습니다.-ㅁ- 워낙 유명한 집이니까요. 그리고 여기 삼선교점이 본점입니다. 강남 등지는 분점일거예요. 어차피 본점이 집 근처에 있는데 멀리 갈 필요도 없고. 여튼 그리하여 날잡고 한 번 가보았습니다.

이전에 빵 사러 1층을 돌아다닌 적은 많은데 2층은 이번에 처음 올라가보았습니다. 들어가보니 평균 연령대가 제 나이보다 높습니다. 하하하; 나이 좀 있는 아주머니들이나 아저씨들이 잠시 수다떨러 들리나보네요. 창가쪽 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다 차지하고 앉아 있어서 중간의 테이블에 적당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가서 팥빙수를 하나 시켰지요. 가격은 8천원.(...) 지불하면서 속으로 놀랐습니다. 뭐, 아름다운차박물관의 빙수에 비하면 딱 반값이지만 그래도 요즘 다녀온 집에 비하면 가격이 비싸죠.ㄱ- 동빙고라든가, 합이라든가...

어떤 빙수가 나올지 궁금했는데 기다리고 있자니 카운터 위에 번호가 뜹니다. 잽싸게 가서 받아옵니다.


 

우웅.
받으면서 조금 마음이 상했습니다. 팥을 담을 때 주의하지 않아서 그릇 왼쪽편에서 팥이 아래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거든요. 그런 세심한 배려가 아쉽다고 생각하며 투덜댑니다. 게다가 위에 올라간 떡은 없어도 되겠는데 생각했지요. 쑥찰떡에 고물을 묻힌 건데 거의 맛이 안 납니다. 왜냐하면 ....


이 빙수의 미덕은 팥입니다. 팥이 맛있다더니 거짓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맛있는게 아니라 아주 맛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릇 가장자리로 떨어지는 팥을 긁어 더이상 떨어지지 않게 하고 살짝 팥을 먹어보는데, 입에 들어가는 순간 생각했습니다.

"그래, 8천원이라도 이해해. 이 팥이라면 난 8천원 주고 먹겠어."

지금까지 먹어보았던 팥빙수 중에서 이 팥을 넘는 팥은 못 만났습니다. 밀탑은 올해 가보지 않았으니 비교하기가 어렵지만, 적어도 올해 먹어본 팥 중에서는 이 팥보다 맛있는 팥은 없었습니다. 그건 재료의 문제가 아니라 솜씨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맛있게 팥을 잘 삶는 법에 대한 것이지요. 하기야 그렇게 오랫동안 팥을 삶았을텐데 그 정도의 기술(노하우)가 쌓이지 않았다면 이상하겠지요.

하지만 이 팥빙수의 단점은 팥입니다.
팥이 너무 맛있어서 다른 것이 묻힙니다. 얼음은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우유를 얼려 갈아낸 것인데, 맛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집니다. 바로 먹는 것보다는 섞어서 조금 녹인 다음, 팥과 우유가 걸죽하게 섞인 상태에서 떠 먹는 것이 좋습니다. 그냥 얼음을 갈아 거기에 우유를 부은 동빙고 스타일이었다면 또 달랐겠다 싶네요. 여튼 저기에 떡은 필요 없고, 팥만으로도 극찬을 받아 마땅합니다. 으허허헉.;ㅠ;


쓰고 있다보니 또 먹고 싶어지네요. 팥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번쯤 가볼만 합니다. 올 여름에 집 가까운 데서 좋은 팥빙수 집을 만났으니 이제 안심이네요. 가격만 조금 쌌다면 좋았을것을..^ㅠ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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