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의 느긋한 일요일입니다. 딱 일주일만이로군요.(...)
이런 일요일을 그냥 보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은 종일 마비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낚시하고 밥주고 낚시하고 밥주고.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 세 가지 큰 일을 했습니다. 하나가 홍옥잼, 하나가 호두까기, 다른 하나가 비스코티 만들기 였습니다. 마비질을 빼고서라도 이 세 가지 일은 참으로 보람찬 일요일을 만들었지요.

호두와 비스코티는 한 묶음이니 일단 넘어가고 제목대로 홍옥잼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홍옥을 노리고 있었던 것은 몇 달 전부터였습니다. 집에 홍옥을 가져와 잼을 만들든지 다른 무엇인가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하지만 집 근처에는 홍옥을 파는 곳이 없습니다. 아오리(푸른사과)부터 시작해 홍로나 부사는 들어왔지만 홍옥은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대신 친구 집 근처에는 홍옥이 아직 남아 있다 해서 토요일에 겸사겸사 다녀왔습니다. 이번에 도전하려는 것은 사과잼이었지요. 티가든의 잼 이야기를 읽고는 꼭 사다 먹겠다고 불타올랐으나 최근 며칠간 티가든이 잠시 문을 닫고 있어서 사러 가지 못한 것에 대한 반동작용입니다.

레시피는 책을 참조했습니다. ジャム食本. 제철 과일을 이용해 다양한(그리고 괴식범주에 들어갈 수도 있는) 잼 만드는 법이 나와 있습니다. 이중 홍옥을 이용한 사과잼 레시피가 있어 도전해봤습니다. 해석은 날림으로 하였으니 만들다가 이상해도 저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 사과잼
재료
: 홍옥(혹은 다른 사과) 1-2개(350g), 설탕 170g, 레몬즙 1/4개분

① 사과는 흐르는 물에 잘 싯어 껍질을 벗긴다. 심을 빼고 과육은 작게 자른다. 과육을 계량해 350g을 만든다.
② 법랑냄비에 ①과 물 80ml, 설탕, 레몬즙, ①의 사과껍질, 심과 씨를 넣고 나무주걱으로 가볍게 섞는다.
③ 냄비를 센불에 올린다. 가볍게 나무주걱으로 섞으며 끓이고 거품이 뜨면 숟가락으로 제거한다.
④ 중간불로 내리고 눌러붙지 않게 나무주걱으로 냄비 바닥부터 천천히 크게 섞으면서 걸쭉하게 될 때까지 15-20분 가열한다.
⑤ 가열시간은 취향대로 하나 식으면 더 걸쭉해지는 것을 감안해 불에서 내린다.
⑥ 사과껍질, 심, 씨를 뺀다. 잼이 뜨거운 동안 병에 넣고 봉한다.

덧붙이자면 홍옥 이외의 다른 사과로 할 때는 껍질을 넣지 않습니다. 껍질과 씨, 심은 펙틴 공급을 위해 넣는다고 하는데 홍옥껍질의 경우에는 잼의 색을 내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과들의 경우엔 색이 예쁘게 나지 않는다는군요. 홍로 정도면 꽤 예쁘게 나지 않을까도 싶은데 말입니다.


사과 1-2개가 아니라 4개가 된 것은 작은 사과이기 때문입니다. 개당 170g 내외. 껍질을 벗기고 심을 제거해서 350g을 만들려면 이정도는 필요할 거란 생각입니다. 레몬즙은 집에 없기 때문에 뺐습니다. 아마도 응고가 잘 되라고 산을 첨가해주는 것일텐데 아무리 사과잼이라지만 사과식초를 넣는 것은 엽기지 않습니까. 괴식 제조가 목적이 아니므로 뺐습니다.

껍질을 벗긴 뒤의 모습입니다. 코렐 국그릇으로 하나 가득이군요. 크기는 적당히 제멋대로 잘랐습니다. 왼쪽편에 보이는 것은 말린 고추가 아니라 홍옥 껍질과 심입니다. 이렇게 쓰기 위해 사과 씻을 때는 굉장히 신경써서 씻었습니다.

물과 설탕, 사과 자른 것, 껍질 등이 들어가 뒤섞인 모습입니다. 설탕 170g의 분량은 상상 초월이라 과연 제 입맛에 맞을지 슬슬 걱정이 되더군요.

사진에는 제대로 찍히지 않았지만 잼국물(?)이 엷은 핑크빛입니다. ... 그러고 보니 이거 모 음료수 색과 비슷하군요.

완성해서 껍질과 심을 다 빼고 과육만 담았습니다. 니콘 885의 붉은오버로 인해 이리 나왔지만,
실제 색은 이보다도 한 톤 낮은 핑크랍니다.



그리고 시식기.




...
......


달군요.(먼산)
딸기잼의 경우엔 설탕량을 딸기 무게의 70-80%로 잡는다고 알고 있는데, 여기서는 50%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이리 달다니! 설탕을 팍팍 줄여서 다시 만들어봐야하는지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만들기는 어렵지 않으나 만들고 나서의 후처리가 문제이니, 지금 있는 사과잼은 누구에게로 처분할지 종이비행기라도 접어서 날려볼까요.-_-a
일단 저녁 때 가크란을 만나면 시식시켜본 다음 그 반응을 관찰하여 어디로 보낼지 결정해야겠습니다. 하.하.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