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촌동은 옛날 옛적에 딱 두 번 가보았습니다. 집에서 가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은데 의외로 발길이 안 닿더군요. 마지막으로 가본 것은 JLPT 시험을 보기 위해서였으니 지금으로부터 약 *년전. 그리고 C4라는 아주 맛있는 타르트집이있다는 소개(쿠켄에서 보았음)글을 보고 케이크를 사러 다녀온 것이 그보다 또 *년전. 아마 C4를 찾아 간 것이 2004년에서 2005년 즈음이고 JLPT는 그보다 몇 년 뒤니, 이촌동에 마지막으로 간 것은 3년쯤 전이라고 해도 틀리진 않을 겁니다. 왜 이렇게 장황하게 쓰고 있냐면, 오랜만에 갔더니 꽤 분위기가 바뀌어 있었거든요.-ㅁ-; 빵집도 많이 늘고 체인점도 여럿 보이고. 재미있는 가게도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삼청동까진 아니더라도 대체적으로 '평준화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기야 이쪽 이촌동은 삼청동이나 가로수길과는 조금 다르게 주변 아파트 단지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직접 연결되어 있으니 아주 확확 바뀌지는 않겠지요.

본론으로 들어가, 사노님 이글루에서 동빙고 빙수가 맛있다는 말을 듣고는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가 지난 연휴에 다녀왔습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달지만 맛있어요.-ㅠ- 제목에 썼듯이 옛날 맛이 나는데 그게 또 밀탑과는 조금 다릅니다.

동빙고 위치는 대략 여기쯤.



이촌역에서 걸어갈 수도 있지만 상당히 멉니다. 제 걸음으로도 20분 가까이 걸리지 않았나 싶네요.(정확히 시간을 재진 않았음) 종로나 서울역쪽에서는 149번을 타면 바로 여기까지 데려다주는데 금강아산병원 앞에서 내리면 됩니다. 병원 길 건너편에 있어요. 물론 사이에는 도로뿐만 아니라 지하차로도 있습니다.




C4보다 아래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걷고 걷고 또 걷다보니 드디어 나옵니다. 밖에서 먹을 수도 있지만 사람도 없고 하니 느긋하게 들어가자 싶어 안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습니다.
팥빙수는 6500원. 미숫가루도 원하면 넣어주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기본은 안 들어간 것 같고요. 커피랑 과일빙수도 있었다고 기억합니다.(가격이 조금 더 비쌌음) 그 외에 음료도 있지만 제가 노리는 것은 팥죽입니다. 단팥죽이 6500원이더라고요. 포장도 가능합니다.+ㅠ+
자세한 메뉴는 사노님 글(이촌 동빙고 팥빙수 먹어보기)를 참조하세요.



역광이라 사진이 어둡게 나왔네요. 안쪽 좌석은 대략 20인 분..? 그쯤 됩니다. 옛날 찻집이 떠오르는 그런 분위기더라고요. 카운터에 가서 팥빙수를 주문하고 계산합니다. 잠시 기다리니 가져다 주시네요.




이날도 태공과 함께.




그리고 팥빙수.
밀탑과 비슷한 모양인데 양은 이쪽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밀탑에 마지막으로 간 것이 2년쯤 전이라고 기억하니 정확하진 않습니다.-ㅠ- 여튼 위에는 떡이 세 조각 올려져 있고 얼음 위에는 팥이 듬뿍 올라갔습니다. 근데 얼음은 하얀 것이 맨숭맨숭한데..? 우유 같은 걸 뿌려야 하지 않나?



했더니 그건 아래에 있습니다. 아주 달달한 연유 맛입니다. 연유와 우유를 잘 섞어서 그릇에 담고, 거기에 얼음을 갈아 담지 않았나 싶어요. 아래는 달큰달큰 달달해서 한 입 퍼먹으면 히죽 웃게 됩니다. 이게 옛날 맛, 옛날 팥빙수라는 느낌이네요.-ㅠ- 설탕맛도 아니고 꿀맛도 아니고 연유라 더 푸근하게 느껴지나봅니다.
달긴 한데 위의 얼음이랑 섞어 먹으면 달지만 적당합니다. 거기에 팥도 섞어 먹으면 질리지 않고 맛있게 한 그릇 뚝딱 비울 수 있어요.

그리고 떡은 조금 미묘. 크기가 큰데다 쫀득쫀득해서 잘못 먹다가는 기도가 막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말캉말캉 쫀득하고 살짝 짠맛이 도는 떡을 하나씩 입에 넣으면, 우물우물 씹는 동안 다시 팥빙수를 먹을 힘이 생깁니다.(...)

얼음은 상당히 가늡니다. 이전에 먹었던 호밀밭의 얼음보다는 덜 녹습니다. 호밀밭은 숟가락만 가져다 대도 녹을 것 같은, 아주 가는 얼음이었지요. 이쪽은 가늘긴 하지만 그래도 먹는 동안에 순식간에 녹거나 하진 않습니다. 오독오독 씹히는 얼음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불만스러울지도 모르겠네요.

팥도 맛있습니다. 팥알이 커서 씹는 맛이 좋아요.-ㅠ- 팥죽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밀탑에 비해서는 답니다.(아마도) 하지만 연유, 우유, 얼음, 팥, 떡으로 이렇게 기본의 맛을 내기는 쉽지 않아요. 이날 아침을 일찍 먹은데다 하도 많이 돌아다닌 뒤에 들어가서 지쳐있는 상태였는데 팥빙수를 먹는 동안 순식간에 피로가 회복되었습니다. 그리고 숟가락을 내려놓자, 뇌 양쪽을 당분이 망치를 들고 댕댕댕댕댕 두들기고 있다는 망상이 들더라고요.
더운 여름날, 피로가 쌓여 늘어졌을 때 생각날, 그런 맛입니다.-ㅠ- 그러니 다음에는 단팥죽을 포장해서 먹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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