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째 미루고 있던 티라미수 만들기.
드디어 티라미수 베이스로 쓰려고 비스코티 제작을 시도하게 되었고, 일사천리로 티라미수까지 제작을 했습니다. 안타깝지만 괴식에 가까운 물건이 될 가능성이 있어 티라미수의 사진은 찍지 않았으며 남아 있는 사진은 치즈케이크 뿐이로군요. 그러나 이 또한 괴이한 물건이었으니...

일단 겉 모습은 정상적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필라델피아 치즈케이크란 키워드로 검색해서 찾은 레시피 중에서 그나마 제일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을 골라 친구 B네 집에서 제작했습니다. 그 집에는 웬만한 제과제빵 용구가 다 갖춰져 있어서 힘들게 거품기를 휘저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컨벡션 오븐도 있고, 믹서기도 있고, 레몬즙도 있고, 다양한 크기의 볼에 케이크 틀도 다 있습니다.
대신 저는 심부름을 약간 해주었지요.

갈색톤으로 적당히 구워진 치즈케이크의 윗면. 완전히 식기를 기다려서 자르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바닥은 다이제스티브 부순 것과 버터를 섞어 깔아 주었고 그 위에 치즈와 기타 재료를 섞어 170도에서 40분간 구웠습니다. 베이스를 깔고 구운 치즈케이크는 이번이 처음이라 두근두근했습니다. B가 지난번에 만들었던 타입은 베이스 없이 그냥 치즈 반죽만 구웠거든요.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구색을 갖춰야 하지 않겠습니까?
토요일에 만들고 집에 들고 와서 냉장고에 고이 모셨다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시아의 어머님께서 선물로 주신 고디바 향커피. 감사히 잘 마시고 있습니다.T-T)와 홍차(트와이닝 얼그레이)를 준비했습니다. 양쪽 모두 준비한 것은 수면 부족으로 인한 식곤증을 몰아내기 위해서였습니다.

...
물론 그것은 표면상의 이유이고 고디바 향커피에 트와이닝 얼그레이를 섞어서 커피홍차를 만들어 마시면 무슨 맛일까 궁금해서가 주된 이유였지요.

그러나 이 케이크가 왜 괴이한 물건이었는가. 괴이한 음료와 같이 먹었기 때문에 괴이했던 것은 아닙니다. 사용한 치즈가 필라델피아 크림치즈였는데 만들면서 설탕을 좀 많이 줄여 넣었습니다. 필요한 설탕의 2/3가량만 사용했지요. 그랬더니만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입안 가득 짠 맛이 퍼집니다. 설탕을 더 넣었어야 했던건가요. 크림치즈에서 올라온 듯한 짠 맛 덕분에 치즈케이크의 맛은 제대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식감은 나쁘지 않았지만요.
덕분에 시판하는 치즈케이크에 얼마나 많은 설탕이 들어가는지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달달한 저 티라미수 크림에는 전체 용량에 설탕 40g(4큰술) 정도가 들어가는 셈이니 치즈케이크보다는 조금 더 낫군요.



혹시 설탕 금식은 어찌 된 건가 궁금해하시는 분. 제가 이미 저런 것을 만들고 있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시겠습니까? (...) C'est la vie!


덧 1. 향커피와 얼그레이의 조합은 상당히 무시무시했습니다. 보통 입맛을 가진 사람이라면 향만 맡아도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수준입니다. 그래도 전 나름대로 맛있게 마셨지요.

덧2. 방금 걸려온 전화에 의하면 코코아+녹차 비스코티를 이용한 티라미수는 실패작이었답니다. 도저히 먹을 수 없어서 폐기 처분하겠다는 내용이었거든요.( ") B에게 레이디핑거 제조를 부탁해봐야겠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