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비행님의 홈메이드 코코아 쿠키에서 트랙백.


지난번 간식 사진에 올라갔던 진한 밤색의 동글동글한, 초콜릿 같아 보이는 것의 정체는 코코아쿠키였습니다. 교보에서 책 주문해 받아 놓고는 슥 훑어 보았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쿠키 레시피더군요. 그리 어렵지도 않고 만들기도 간단하고요. 그래서 냉동고에 넣어두었던 버터를 꺼내 지난 설 연휴에 마음 잡고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날 아버지는 출근, 어머니는 큰집 가시고 G는 놀러 나가고. 그래서 아침에 혼자 여유롭게 만들 수 있었지요.

재료나 기타 등등의 사항은 첫비행님 블로그의 레시피를 참고하시고, 가장 어려웠던 것은 가루 섞기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재료가 좀...; 제가 쓴 것은 발로나 코코아가루, 아름다운가게에서 파는 필리핀산 마스코바도 설탕, 냉동해두었던 서울우유 버터. 달걀은 집에 있는 걸 쓰고 밀가루는 박력분, 강력분 구분 안하고 백* 찰밀가루로 썼습니다.


1. 날이 추웠지만 버터 녹이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냄비에 물을 보글보글 끓여 놓은 다음, 그 위에 금속 볼을 올리고 냉동고에서 꺼내 방바닥에 방치했던 버터를 털어 넣습니다. 물이 지나치게 뜨거우면 버터가 물처럼 녹아버리니 주의하면서요. 그래도 버터가 윗부분까지 따뜻해지진 않는터라, 나중에는 볼을 품에 안고 나무주걱을 들어 휘저었습니다. 처음부터 거품기로 하면 버터 크림화하기가 힘듭니다. 그러니 나무주걱으로 적당히 저어주고, 풀어지면 거품기를 써서 본격적으로 크림 상태로 만들면 됩니다.


2. 다른 재료 섞는 것은 그럭저럭 할만한데 가루를 넣고 나서는 얼마나 섞을지 감이 안 잡히더군요. 가능하면 적게 젓는 것이 좋다는데 버터반죽와 가루가 따로 노는 느낌이라... 그리고 수분도 부족한 것 같고요.


3. 집에 기름종이 같은 것은 없으니, 냉장고에서 휴식시간 가질 때 아예 비닐봉지에 넣었다가, 그 비닐봉지 그대로 붙들고 굴려서 길게 성형했습니다. 찰흙놀이하는 기분...; 문제는 성형할 때 제대로 다져주지 않아서 사진에서 보이듯 속의 반죽이 따로 놀았어요. 공기를 덜 빼서 그런겁니다. 꾹꾹 눌러줄걸 그랬네요..


4. 문제는....
저 혼자 다 먹었습니다.
가루 섞을 때 반죽을 너무 저어서 조금 딱딱하기도 했고, 소금이 더 들어갔는지 짠맛이 많이 돌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만든 쿠키중에서 제일 식감이 좋았습니다. 집에서 이렇게 버터 듬뿍 들어가는 쿠키를 만든 것이 언제적 일인지 기억도 안나지만-아니, 그 전에 만들었던 것은 나이젤라의 초콜릿 쿠키로 버터대신 포도씨기름을 썼지요. 대부분의 경우엔 기름 안 들어가는 비스코티를 만들었고..-그래도 나름 남에게 먹어도 괜찮을만한 것을 만들었다는게 중요합니다. G는 딱 하나 먹고 손 뗐지만 말입니다. 부모님께는 아예 보여드리지도 않았습니다. 가정사정(이라 쓰고 전식구 식이조절이라 읽습니다) 때문입니다.
G가 손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달지 않아서-코코아 맛이 많이 나서 였을 겁니다.


5. 냉동했다가 먹고 싶은 만큼 썰어서 구우면 된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 만들기도 어렵지 않다는 것도 좋고요. 하지만 버터값이 오른 이상 한 동안은 자제하고, 다음에는 말차쿠키라도 해볼까 싶지만 코코아 대신 말차가루 30g이 들어간다 생각하니 재료값이 눈 앞에 아른거립니다. 이 말차들은 그냥 말차라떼 완벽 제조법을 익히는데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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