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와 함께 여행일정을 맞추다보니, 원래 계획했던 구정 연휴는 전혀 못쓰게 되었습니다. G의 업무상,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나요. 그래서 3박 4일 일정으로 잡다보니 그 전전주로 밀리게 되었고 여행비용은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항공권 가격도 비수기로 잡혀서 구하기 쉬운 편이었고, 숙박도 3일로 줄었으니 말입니다. 애초에 이번 여행은 딱히 갈 생각이 없 .... 던 것은 아니고 제가 G를 꼬셔서 '갈래? 갈래? 가자!'로 흘러간 거라 대부분의 여행 계획은 제가 짰습니다.

여튼 일정을 짜면서 가장 먼저 결정한 것은 프리마켓입니다. 매월 21일은 도지(東寺)에서 프리마켓이 열립니다. 지난 교토 여행 때도 가보았지만 그 땐 여름이었고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고, 유명한 도지떡도 못 먹었으니까요. G도 프리마켓을 가보고 싶어한터라 이 일정은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단, 토요일(22일)의 일정 때문에 일부 통합이 되어 아침 일찍 긴가쿠지(銀閣寺) 갔다가 거기서 도지까지 왔습니다. 교토를 거의 횡단했지요.-_-; 이날의 일정표는 아래 상자를 참조하세요.


0815 숙소 출발(고조 카라스마) : 4번으로 교토역 도착 → 17번으로 긴가쿠지
(사실 고조 가와라마치까지 걸어가서, 긴가쿠지 가는 버스를 타는쪽이 빨랐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0900 긴가쿠지 앞 하0930
0930 긴가쿠지 관광 종료, 철학의 길 걷기
1000 요지야 카페에서 큰길로 나가 버스 탑승(5번)
1025 시조 가와라마치 하차
1035 다카시마야에 들러서 데마치후타바(出町ふたば) 콩떡 구입
1045 시조 가와라마치에서 207 탑승
1100 도지 도착


프리마켓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쯤. 오전 8시에 열어서 오후 5시에 닫으니 한참 사람이 몰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거란 생각은 못했습니다. 버스에는 사람이 가득 들어찼고, 그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지에서 내렸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기다리는데 양편에 기다리는 사람이 마치 한참 사람 많을 때의 강남역 같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당시 제가 서 있던 반경 20미터의 평균 연령이 50세라는 것.; 연령대가 아주 높더군요.(먼산)

하도 바글바글해서 사진 찍을 생각도 못했습니다.

프리마켓이라고 하지만 G랑 함께 한 바퀴 돌아본 다음 내린 결론은, 프리마켓-벼룩시장이라기보다는 시골 5일장 같다는 겁니다. 별의별 물건이 다 있지만 중고물품, 안쓰는 물품을 들고 나와 파는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거의가 자체 생산품을 들고 나옵니다. 하지만 도지 프리마켓 분위기는 다른 프리마켓이 그런 것처럼 핸드메이드 장터의 분위기는 아닙니다. 농산물이나 옷가지, 간식 노점이 주류를 이루니까요.



입구 근처에서 개당 100엔 주고 구입한 타이야키(붕어빵). 먹고 후회했습니다. 음식은 입구보다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싸며, 맛있습니다. 할아버지 두 분이 만드는 거라 괜찮겠지 싶어 샀는데 할아버지가 돈 받은 손으로 그냥 덥석 집어 종이에 담아 주는 통에 기겁했습니다. 겉은 멀쩡하지만 맛은 맨숭맨숭하고 다 식어 있더군요. 따끈따끈한 것을 기대했는데 실망했습니다. 차라리 안쪽에 들어가 갓 구워낸 것을 골라 구입할 걸 그랬네요. 안쪽은 사람도 입구 근처보다 적으니 물건 사기도 편하고 말입니다.

살까 말까 고민했던 것은 오직 병아리콩 뿐. 나머지는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습니다. 들어왔던 곳으로 나가려고 하니 사람이 너무 많아 안되겠다 싶어서 다른 쪽 출구로 나갔습니다. 



도지 북쪽에 난 길로 나가면서 사람들이 바글바글 몰려 사진을 찍길래 뭔가 했더니 해오라기인지 왜가리인지, 하여간 새 한 마리가 돌 위에 올라 앉아 있습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가까이에 있네요.




아래는 자라(인지 거북인지) 한 마리도 쉬고 있습니다. 일광욕 중인가보죠.




그리고 그 앞에는 이런 비정상적인 크기의 잉어 한 무리가 있습니다. 어른 팔뚝이 아니라 어른 다리에 비유될 정도로 커다란 물고기들. 아아.-_- 엊그제 블로그에 올린 '내다리내놔'가 연상되는 바람에 잉어다리의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그 다음에 떠오른 건 역시 물고기인간.(인어 아님) 이런 건 또 왜 엉뚱하게 떠오르는지.

이쪽 길로 나와 골목을 꼬불꼬불 따라 걸어가니 여기가 좀 프리마켓 같습니다. 오래된 물건들을 들고 나와 파는데 신기한 것들이 보이네요. 시계도 그렇고 오래된 그릇도 그렇고. 골동품을 들고 나온 것 같아 재미있습니다. 설렁설렁 구경하며 나오니 철로를 넘어오는 고가도로가 끝나는 지점입니다. 오오. 이렇게 나오는구나.(코스는 사진 참조)


(도지 안에서는 어떻게 빙글 돌았는지 묻지 마세요.; 저도 모릅니다.)

다시 시조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타려는데 정류장 바로 앞에 꼭 가보려고 생각했던 떡집이 있네요. 東寺餠=도지떡이라는 떡집인데 오래된 집이기도 하지만 프리마켓 날에만 특별히 파는 떡 때문에 유명합니다. 그게 다이후쿠를 철판에 구운 야키모치(구운떡)고요.
흰떡과 쑥떡(요모기모치)의 두 종류가 있는데 사람들은 쑥떡을 주로 사가나봅니다. 흰떡 하나, 쑥떡하나를 주문했더니 흰떡 굽는데 시간이 꽤 걸리네요.'ㅂ' 그래도 갓 구워낸 따끈한 것을 받아 들고 갑니다.




이것이 포장지.
속 포장을 하고 나서 겉에는 또 이렇게 이름이 박힌 종이로 둘둘 말아줍니다. 일본에 갈 때마다 생각하지만 일본도 중복포장이 심해요.-ㅁ- 편의점이든 슈퍼마켓이든 갈 때마다 비닐봉지에 꼬박꼬박 담아주는 것도 그렇고 말입니다. 한국하고는 사뭇 다르지요.




얼핏 보면 대나무 잎 같아 보이는 종이에 싼 다음 그걸 종이로 말았더군요. 왼쪽이 흰떡, 오른쪽이 쑥떡입니다. 이날 도지 프리마켓을 갔다가 야사카 신사 앞-기온에 갔는데 거기서 배가 고파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꺼내서 하나씩 물었습니다.

구운 떡은 참 맛있군요.-ㅠ- 철판에다가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구운 건데 따끈따끈한데다가 겉부분은 쫀득쫀득하고 갈색으로 구운 곳은 바삭바삭하니 여러 맛과 식감을 동시에 맛볼 수 있습니다. 집에서도 이렇게 구워먹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근데 집에서 구우면 찹쌀떡이 그냥 죽 늘어지던데 어떻게 하면 이렇게 바삭하게 구울 수 있나요. 기름도 전혀 안 바르던데, 떡이 다른 걸까 싶더랍니다. 한국은 찹쌀을 쓰지만 여기는 멥쌀을 쓴다거나, 멥쌀과 찹쌀을 적절히 섞어 쓴다거나 말입니다.


도지 프리마켓에 갈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구운떡이 생각나니 떡 사러 다녀오는 만행(!)을 저지를지도 몰라요. 다음엔 그냥 다이후쿠만 사다가 구워먹어볼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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