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 있는 동안 츠다 마사미의 새 책이 나왔다길래 어제 시간 내서 후다닥 홍대에 다녀왔습니다. 덕분에 어제 퇴근길이 좀 바빴지요. 병원, 커피구입, 책 구입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거든요.
둘다 조금 아껴두었다가 사진 정리하고 글 정리 좀 하고 하다가 꺼내 들었는데 둘다 만족하며 맛있게 잘 보았습니다. 단, 『노스탤지어』 먼저, 『에도로 가자』 를 다음으로 읽은 것은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만족도는 『에도로 가자』가 조금 높았습니다. 그건 『노스탤지어』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하는 내용 폭로이니 책을 보실 분들은 가능한 읽지 마세요.'ㅂ'
『노스탤지어』는 단편집입니다. 그림을 봐서는 『그남자 그여자』의 연재 중간, 혹은 그 뒤에 그린 것이 아닌가 하고요. 분위기는 이전에 나왔던 네 권의 단편집보다 훨씬 깔끔합니다. 『그남자 그여자』앞 권과 맨 뒷 권을 비교하면 단편집의 그림과 분위기 차이도 이해할 수 있겠지요. 실려 있는 단편은 총 네 편으로 맨 앞은 띠지에서 소개한 대로 안드로이드가 주인공입니다. 『그남자 그여자』에 등장하는 극중극과도 분위기가 닮았다고 소개하던데 저는 『그남자 그여자』의 이야기 중 그 부분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딱 한 번 밖에 보지 않았습니다. 아리마가 폭주하기 직전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그러니 사전 정보 없이 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노스탤지어』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하면 그건, BL이기 때문입니다.(먼산) 최근에는 BL 쪽 책에 대한 면역력(!)이 극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 게다가 이런 간질간질한 내용은 참 ... 그렇죠.;
첫 번째 이야기는 안드로이드와 인간과의 관계 이야기. 각인과도 비슷하지만 자신을 선택하고 길러준 수양부모에게 안드로이드가 품는 감정과, 수양부모가 안드로이드에게 품는 감정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인물에게만 수양부모를 맡긴다는 것은 탁월한 선택일 겁니다. 세츠와 헤어지고 난 뒤의 그 녀석(이름을 잊었다.OTL)이 어찌 되었을지는 아주 상상이 안 가는 것은 아닙니다만... 일단 거기서 완전히 폭주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그랬다면 독백부분이 나올 수 없었을테니까요. 그리고 보상도 받지 않습니까.'ㅅ' 결말부는 마음에 들었는데 세츠와 안드로이드의 관계가 보기에 따라서는 참 BL.......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세츠의 설명은, 안드로이드에게도 적용됩니다. 하지만 어쩌면, 안드로이드 쪽이 정신적으로 '더 건강'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다던가..
두 번째 이야기는 이전 단편집에서도 비슷한 코드로는 나왔습니다. 그 때는 씩씩한 여학생이 여리여리한 남 선배를 쫓아다녔지만 이번에는 여리여리한 남학생이 독특한 분위기의 여 선배를 쫓아다닙니다. 여기까지는 참 분위기 좋지요. 문제는 그 남학생의 주변 환경인지라... 전 처음에는 이 학교가 남학교인줄 알았습니다. ㄱ- 아, 하지만 남녀공학이든 아니든 여학생들도 멋진 여학생을 두고는 팬클럽을 만든다든지 쫓아다닌다든지 하기도 하니까요.
세 번째 편은 내용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덧붙일 이야기는 없지만, 아무리 닮았다 해도 영양상태 때문에 발육 조건도 상당히 다를텐데 그렇게 바꿀 수 있을까 싶더랍니다. 하지만 괜찮았습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금단의 사랑이긴 하지만 음... 애증은 표리일체.-ㅁ-;
네 번째 편.
BL입니다.
끝.
이라고 하면 너무 짧으니까 추가하자면, 단편이 아니라 장편이었어도 좋았겠다 싶습니다. 친한 친구와는 아주 사소한 일로도 싸울 수 있고, 그 계기가 되는 것은 아주 짧은 말, 행동, 표정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 둘이 이렇게 붙어 다니는 걸 보면 소울메이트란 느낌이라... 서로가 너무 닮아서 붙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성별이 같다는 것이 문제였지요. 남녀 관계였다면 아주 부드럽게 넘어갔을텐데 말입니다. 아니, 남녀였다면 호르몬 문제 때문에 깨졌을지도?
ㅎ모군(또 이름을 잊었다..)의 대사 중에 가슴을 울리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BL 소설의 대사로 등장한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로서의 절절한 심경을 표현한 부분입니다. BL 소설을 읽으면서 항상 불만이었던 점이 이거였거든요. 아무리 좋아한다 하지만, 남자로서의 자존심? 아니, 그 어떤 걸 버리고 상대에게 '안길 수' 있느냐는 겁니다. 그래서 그 고백이 참 마음에 와닿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첫 번째 편은 시미즈 레이코의 『용이 잠드는 별』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시리즈를, 두 번째 편은 『엽기인 걸 스나코』를, 세 번째 편은 보컬로이드 카가미네 남매를 떠올렸습니다. 네 번째 편은 80년대 쯤의 남학교/여학교 배경의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학원물이 떠올랐고요. 핫핫.;
『에도로 가자』에 대한 감상은 한 줄로 쓸 수 있습니다.
'에도에 가고 싶습니다'
으허허허.;ㅂ;
저도 만소의 핫케이크가 먹고 싶어요!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핫케이크를 잘라 메이플 시럽을 듬뿍 찍어서 입에 넣으면...........;ㅂ; 그래서 시간 나는 대로 바로 핫케이크를 만들어 먹을겁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어요. 그림에 나오는 것처럼 두툼한 핫케이크!
대강 내용은 들었는데 이미 내용파악이 다 되어 있음에도 연신 웃음이 터지더군요. 귀엽고, 참 재미있고.;ㅂ; 어떻게 보면 랜달 개릿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하여간 도쿄에 가 본 적 있다면, 그리고 에도 시대에 대한 지식이 조금 있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훗훗훗.>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