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근사해보이는 사진. 하지만 이건 완성샷이 아닙니다. 다얀 접시에 올린 것은 아직 말차를 뿌리지 않았거든요.
아래 보이는 걸름망을 이용해 솔솔솔 가루를 뿌리고 나면,




이런 모습이 됩니다. 망에 남아 있던 가루는 위의 찻잔(?)에다가 탈탈 털어 넣었습니다.




부모님이 결혼식 다녀오신다며 아침 일찍 나가셔서, 저는 그 사이 G를 꼬셔 만들려다가 G가 반항하는 바람에 실패하고는 혼자 뒤적뒤적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크림 다 만들고 나서 다시 SOS를 치니 그 때는 들어주더군요. 나름 재미있어 보였나봅니다.


1. 12월 초에 사다 놓은 마스카포네 치즈가 한 통 남아 있었습니다. 쓰지 않으면 안되죠.-ㅠ- 먼저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냉동실에 들어 있던 생크림을 제 방에 놓습니다. 2-3시간이면 녹겠거니 했는데 그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네요. 그래서 거품 낼 그릇에 통째로 부어 놓고 방치했습니다.
생크림은 냉동하면 거품이 안난다는 말이 있던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절반 쓰고 얼려 두었던 생크림은 한 달만에 녹이는 거였는데 외려 거품 내기가 편하더군요.; 냉장고에 있던 것보다는 훨씬 온도가 낮아 그랬을까요. 쉽게 걸죽해졌습니다. 그리고 마스카포네 치즈는 유장을 따라내고 커다란 스테인리스 볼에 넣어 휘젓습니다. 냉장고에서 꺼내 놓았더니 쉽게 크림이 되네요. 하기야 마스카포네는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보다는 더 부드러우니까요.


2. 양쪽 모두 설탕을 넣습니다. 너무 달게는 하지 않고요.'ㅠ' 제가 쓰는 것은 아름다운 가게에서 파는 마스코바도 설탕인데, 입자가 고와서 잘 녹습니다. 그러니 대강대강 섞어도 되는거죠. 치즈가 크림이 되면 여기에 생크림 거품낸 걸 몇 번에 걸쳐 나눠 넣어 섞습니다. 그럼 티라미수 크림 완성.


3. 말차를 만듭니다. 분량은 적당히.; 그리고 말차에 레이디 핑거를 적셔 그릇에 깔고, 그 위에 크림의 절반을 올립니다. 그냥 바르기만 하면 과자 사이사이에 틈이 생기므로 바닥에 치거나 해서 크림이 골고루 깔리도록 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말차에 적신 레이디 핑거를 올립니다. 그리고 남은 크림을 넣고 다시 내리쳐서 틈을 메웁니다.


접시에 담은 티라미수는 냉동실에서 잠시 보관해 굳혔다가 자른겁니다. 그러니 저렇게 깨끗한 모양이 나오지요.'ㅅ' 그 위에 말차 가루를 뿌리면 완성인데.... 그런데......



참고로 말차는 맛있었습니다. 지난번 교토 여행 때 기온 츠지리 이세탄점에서 사온 말차니까요.; 다른 말차를 살까하다가 가격이 손떨리게 무서워서 그보단 저렴한 것으로 사왔지만 40g 2천엔인가 했을겁니다. 그냥 말차로 마셔도 맛있는 가루인데 문제는 레이디 핑거였습니다.
신세계에서 파는 레이디 핑거인데, 이게 좀 질깁니다. 이전에 쓰던 레이디 핑거는 커피에 담갔다가 꺼내면 그리 오래 담그지 않아도 속까지 커피가 침투합니다. 근데 이건 좀 다르네요. 살짝 담갔다가 꺼냈더니 겉만 말차가 배어 있는데다가 질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ㄱ- 게다가 특유의 향이 남아 있는데,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향입니다. 유럽계 과자에서 종종 보이는 화장품 향....(저는 그렇게 인지합니다)

덕분에 티라미수는 고대로 남았습니다. 남은 것은 냉동실에 들어 있지만 크림만 긁어 먹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흑흑흑.;ㅂ; 다음엔 말차도 충분히 준비해서 다시 만들어 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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