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오후 6시 반쯤? 종료된 것은 새벽 4시였습니다. 식사시간도 들어 있으니 10시간은 채 안되지만 그냥 과대 포장해서 10시간이라고 해두지요. 잤다가 다시 깨서 아침 먹은 것까지 포함하면 12시간까지도 늘릴 수 있지만 식사부분은 따로 쓰겠습니다.

하여간 용두사미가 아니라 초지일관형 티파티였다는 것만 언급하고 시작합니다.

처음에 모임을 계획했을 때는 포틀럭파티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보니 각자 간식을 챙겨오게 되어 본식보다 간식이 더 많아지는 주객전도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식사는 이 다음에 올리겠지만 양으로 봐도 그렇고 시간으로 봐도 그렇고 티타임이 주였습니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식사는 1시간 남짓 만에 끝났고, 뒤이어 차려진 티타임 테이블은 오전 4시에 끝났으니 말입니다.




이것이 티타임 테이블. 그렇습니다. 아래는 코타츠, 위는 간식이라는 극락이 펼쳐집니다.




언뜻 보기엔 벌집핏자(...)같아 보이지만 채칼로 썬 사과를 올린 사과 타르트입니다. 만드신 I님은 맛이 없을까 걱정했지만 전혀 아닙니다! 새콤하니 사과도 맛있었고 마치 사브레처럼 부드럽게 부서지는 타르트 부분도 맛있었어요. 홍차와 함께하면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가는 타르트였습니다.




빙산의 일각인 디저트들.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은 시판 쇼트브레드이고 타르트들은 위의 사과타르트랑 같이 I님이 구워오신겁니다. 호두 타르트 정말 맛있었어요.-ㅠ- 호두 타르트를 각별히 좋아하는 터라 전 사과타르트보다 이쪽을 집중 공략했습니다.




푸딩.
그것도 큰 그릇에 만든 푸딩.
아아아.;ㅂ; 푸딩! C님이야말로 푸딩의 요정이십니다!

그것도 그냥 푸딩이 아니라 단호박 푸딩이라, 떠 먹으면 아래쪽은 단호박 퓨레가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것이, 글 쓰는 지금도 군침이 꼴딱꼴딱 넘어갑니다. 집에서 꼭 만들어 보고 싶은 푸딩입니다.




C님이 만드신 홍차 푸딩. 이것 말고도 세 개가 더 있다 하셨는데, 진~하게 차이를 우려서 만든 푸딩이었습니다. 이것도 집에서 만들어 보고 싶더군요. 르쿠르제의 작은 램킨(으로 추측;..)에 만드셨는데 맛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진한 것은 코코아사브레, 그 오른쪽은 시나몬사브레, 메이플쿠키. 역시 C님의 수제 쿠키입니다.-ㅠ- 이것도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가더군요. 쿠키 이야기는 이후에 별도로 다루겠습니다. 으흑흑.




그리고 잠시 뒤의 모습. 세팅한 물건이 조금 더늘어 났습니다. 저 위의 흰 비누 덩어리(...) 같은 것의 정체는 아래 나옵니다.




앞에 놓인 잔은 노리다케 블루 소렌티노. 사진으로만 봤는데 실제 보니 상당히 예쁩니다. 흰색에 푸른색 조합이지만 역시 같은 색 조합인 쯔비벨과는 다른 느낌이네요. 거기에 개인 접시도 놓입니다.




홍차를 따르고 개인접시에는 비누덩어리가 아니라 티라미수를 퍼서 얹은 다음 거기에 코코아가루를 올립니다. 티라미수는 제가 만들어 간 것이었는데, 모카포트를 오랜만에 썼더니 그 새 고무패킹이 삭았습니다.-_- 덕분에 커피를 제대로 추출하지 못해 양이 부족해서 솔직히 말하면 맛이 없었...;ㅂ; 그게 제일 아쉽더군요. 그 앞의 노란 것은 단호박 푸딩을 한 조각 잘라 얹은 겁니다. 




이것이 풀세팅. 우오오. 로망이었던 티파티를 이렇게 해보는군요.;ㅁ; 집에서 하지 못한 것은 일단 접시 때문이라고 우겨봅니다. C모님은 자취생이시라지만 티잔도 몇 세트 갖추신데다 넓은 접시들이 많아요. 거기에 육중한 갑옷(!)을 입은 마리아쥬 프레르의 티포트도 있습니다. 보온력이 뛰어나더군요. 6인용 포트라서 네 잔을 따르고도 두 잔 정도는 여분이 남습니다.
단호박 푸딩은 파이 자르듯 잘라 개인 접시에 담고, 티라미수도 담고. 사과타르트와 피칸타르트도 잘라 담고.




이렇게 시작된 티파티는 먹고 채우고 수다떨고 먹고 채우고 수다떨고를 끊임없이 반복했습니다. 사진을 보고 있는 지금도 위가 아파올 정도로 끊임없이 먹었는데, 수다를 떨다보니 또 운동(?)이 되어서 소화는 잘 되더랍니다. 그래서 4시까지 놀 수 있었던 것이지요. 제 평소 취침시각을 아는 분들이라면 오타가 아닌가 하실텐데 새벽 네 시 맞습니다.; 중학교 때, '몇 시까지 안 자고 버틸 수 있나 보자'며 버텼던 때, 대학교 때 과제 때문에 밤 샌다고 하고는 엎어져 잤던 때를 제외하면 거의 처음이로군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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