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파파라는 가게가 있다는 것은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생겼을 당시부터 알고 있었다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가보지 않았던 것은 가격대가 높다는 주변의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정확히는 제 속을 발칵 뒤집어 놓은 아해들을 잡으러) 가게 되었는데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홍대 주변의 모습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웃; 그 사진도 찍어 놓는다는게 까맣게 잊었습니다. 카페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은 홍대 정문 옆 스타벅스 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합니다. 층이 높고 주변에 높은 건물이 많지 않아서 꽤 멀리까지 보이거든요.

먼저 가는 길부터 적어야겠군요.

위치 : 홍대 주차장길, 틈새라면이 있는 건물 6층(혹은 텐시노 스미카, 보크스 하비샵이 있는 건물 6층)
기억이 맞다면 럭셔리 수 노래방 건너편일겁니다.
주 메뉴 : 커피계(5천원 이상), 홍차계(5천원 이상. 워머가 딸려 나옴. 밀크티의 경우엔 우려서 포트에 차만 담겨 나옴), 그 외의 음료, 칵테일, 간단한 식사류(새우, 베이컨 볶음밥 각 8천원, 베이글 샌드위치 7천원)
시간 : open - 오전 11시, close - 오전 2시
기타 : 토스트와 커피(커피메이커)가 무한 제공.

미팅룸이 있어서 번개나 동호회 모임들도 가능합니다. 단, 대규모 인원이 이용하려 할 때는 미리 예약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리고 위치 상 구체관절인형이나 피규어,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난 이런 것은 질색이다!라고 생각하는 분은 이용하지 않으시는게 좋습니다. 카페 이용객의 90% 가량은 여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테라스에서 나가 보는 풍경도 마음에 들었고, 음료도 이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아를 꼬셔 사진을 찍으러 나갔습니다. 자연광 아래서 사진을 찍기에는 이쪽 테라스가 꽤 마음에 들거든요. 게다가 그네 의자(라고 표현하는게 맞을지. 파파톨드미에서 치세가 잠들곤 하는 차양막 있는 의자입니다)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주일 뒤. 필름을 잘못 끼워 36방 필름 한 통을 모두 날린 것을 만회하기 위해 이번엔 가크란과 함께 갔습니다. 리필 토스트나 샌드위치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식사류도 괜찮다는 이야기도 들었으니 가크란과 도전해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대박이었습니다.

8천원의 새우 볶음밥.
주문하고 나서 나중에 김치를 넣을까요라고 물어보러 왔길래 망설이다가 그러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이쪽은 김치 새우 볶음밥인 셈입니다. 나왔을 때 가크란이 감탄하며 무슨 소스냐고 물었더니 수프랍니다. 먹어보니 수프 맞군요. 브로컬리 크림수프가 아닌가란 생각입니다. 사진으로도 약간 녹색빛이 나게 찍혔지요.
볶음밥을 크림수프와 같이 먹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굉장히 맛있습니다! 게다가 볶음밥도 야채 듬뿍, 새우 듬뿍, 김치도 적당히 들어가 별로 느끼하지도 않았습니다.(이것은 까르보나라라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 그릇 뚝딱하는 사람의 입맛임을 밝혀둡니다;)

저보다 입맛이 훨씬 까다로운 가크란에 의하면 카페에 들어가 새우 볶음밥을 시켰을 때 이렇게 새우가 많이 들어간 것은 처음이랍니다. 저는 야채 종류도 많이 들어 있어서 만족했습니다.

새우볶음밥보다 조금 늦게 나온 베이글 샌드위치.
옆은 양상치 샐러드에 소스를 뿌리고 그 위에 포도를 얹은 겁니다. 양상치가 조금 시들어 있었지만 소스도 괜찮았고 포도도 맛있었습니다.

맨 아래는 스팸계(스팸은 아니고 로스팸이나 그 비슷한 류의 햄)이고 양상치와 생 양파, 토마토가 들어있습니다. 이게 전부가 아니었는데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 가물가물하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단면도 찍어두는 건데 말입니다.
바삭하게 구워진 베이글과 아삭한 양파와 야채, 짭짤한 스팸에 토마토까지 있으니 금상첨화! 맛있었습니다.


식사를 하고, 커피와 식빵 토스트를 가져다 먹고. 그리고 두 시간 남짓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낮에 그 필름을 꺼내다가 삽질을 하는 바람에 모두 날렸습니다.-_- 지난 주와 더불어 총 72방을 날린 셈인데 이쯤 되면 허탈하다 못해 오기가 생기는군요.)
오후에는 해가 많이 들지 않아서 오히려 사진 찍기에 좋습니다. 요즘엔 4시 즈음부터 슬슬 햇살이 들어오더군요. 저무는 햇살 아래서 찍는 사진도 제 취향이더군요. 그래도 아직 내공이 약하니 많이는 못건졌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연속으로 필름을 날렸으니 이제 조만간 날잡아서 다시 가보렵니다. 비 안오는 주말에 오신다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저를 만나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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