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도 말했지만 23일은 글이 달랑 하나입니다. 그도 그런 것이 이날은 가을 장마를 만나서 후시미 이나리 다이샤 앞에만 갔다가 도로왔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우지도 다녀오고 후시미 이나리 다이샤도 가서 설렁설렁 교토역까지 산책하며 오는 것이었는데 비가 도와주지 않았지요. 이 비는 추석 직전 서울을 휩쓴 폭우와는 다릅니다.
이 때 일기도를 보니 아예 秋雨라고, 가을 장마로 부르는 장마전선이 일본에 걸려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날 새벽에는 하늘 찢는 소리와 함께 폭우가 내렸습니다. 교토쪽은 아침이 되니 조금 잦아들긴 하더군요.


0730 숙소에서 조식 먹기
0840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려 숙소 출발
0855(쯤) 교토역 도착
0902 JR 나라행 출발
0930 (후시미 이나리 다이샤 문 앞만 찍고) 교토역으로 돌아오기
~1005 산세이도 서점에서 뒹굴뒹굴
~1030 이세탄 지하 식품매장에서 쇼핑
1055 기다렸다가 사료 츠지리 입장
1210 숙소로 돌아옴(...)




비오는 날 아침. 식사는 숙소에서 합니다. 조식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전날 신청하면 준비해줍니다. 가격은 700엔.




음료는 커피와 홍차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토스트 한 조각이랑 채소 샐러드, 스크램블 에그와 베이컨이 함께 나옵니다. 서양인을 위한 간단한 아침 식사라는 느낌이지요.



교토역 근처이긴 했는데 날은 흐리지만 비가 오진 않더군요. 그래서 그냥 모자 쓰고 설렁설렁 역까지 걸었습니다. 이번에는 골목골목 지나가며 사진을 찍었지요.




작은 열매가 달려 있길래 뭔가 했더니 석류인가봅니다. 오오. 석류가 달린 나무는 처음 보았어요!
석류라는 단어를 들으면 문득 율곡 이이가 떠오르지만 그냥 넘어가지요. 하지만 저걸 처음 보았을 때는 BUD BOY가 먼저 떠올랐으니...(먼산)



자, 그 중간 사진은 없으니 글로 대신합니다.

이날 아침 내내 뉴스를 보는데 폭우로 간사이 지역의 JR이 지연 운행되고 있다, 혹은 불통이다라는 내용이 나오더군요. 우지는 멉니다. 그래서 얌전히 포기하고 간단히 후시미 이나리 다이샤 쪽만 보고 오기로 합니다. 비가 오는 상황봐서 결정하기로 하고 교토역에 가서 140엔짜리 표를 사서 플랫폼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군요. 플랫폼이 양쪽에 있는데 둘다 나라행 열차가 선답니다. 한쪽은 사람이 많은데 다른 쪽은 열차가 들어와 있음에도 사람이 없습니다. 시간이 많으니 넉넉하게 가자고 이미 들어와 있는 열차를 탔습니다. 눈치를 보니, 아직 열차는 들어와 있지 않지만 사람이 많은 쪽의 플랫폼에서 먼저 열차가 출발하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얼마 뒤, 방송이 나옵니다. 나라발 교토행 열차가 아주 많이 지연되어서 일단 이쪽 열차부터 출발한다고요. 이제 곧 출발하니 나라로 가실 분은 이 열차를 타랍니다. 저쪽 플랫폼의 사람들이 다 이쪽으로 옮겨 옵니다. 그리고 잠시 뒤 출발.

출발하고 보니 빗줄기가 더욱 거세집니다. 전날부터 우산을 사야한다고 기억만 하고는 까맣게 잊었던 터라, 역에서 내리면 편의점에 들어가 무조건 우산부터 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몇 정거장 가지 않아서 역에 내리는데 비가 쏟아붓습니다. 물론, 그 며칠 전의 서울 폭우와는 비교가 안되겠지만 세차게 내리는 소나기 수준은 됩니다. 일단 우산을 사고 이나리 다이샤로 들어가자고 이야기를 했는데 걷다보니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발이고 뭐고 홀랑 다 젖겠어요. 아니, 이 비를 뚫고 구경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렇게 가다가는 비에 쫄딱 젖어 감기 걸리기 쉽상이겠어요. 그리하여 그 자리에서 일정을 또 변경합니다.




왔으니 사진은 찍고.




왔으니 여우는 찍고.




왔으니 본전은 찍고, 소원은 빌지 않고.




여우를 당겨서 찍고. 역시 조금 무서워요.;ㅠ;
가기 직전에 여우누이를 봐서 그런 건 아닙니다. 이 책이 은근히 무섭거든요. 아하하.;




그리고는 역으로 돌아옵니다. 교토역으로 도로 가는거죠.
비는 하염없이 오고, 열차는 지연이랍니다.




어느 정도 지연이냐 하면,




이제 곧 올 열차는 50분 지각, 그 뒷 열차는 그보다 더더더욱 지연. 이 사진을 찍을 때가 9시 30분은 안되었을 건데, 교토역에 도착한 것이 30분쯤이었거든요. 근데 대폭 지각이라면 도대체 얼마나 지연된거야.;


교토역에 돌아와서는 숙소로 바로 가기보다는 뭔가 먹을 것을 사들고 가자고 했습니다. 10시에 이세탄 백화점이 열리니 그 때까지는 산세이도 서점에서 기다리기로 했지요. 거기서 교토 여행 관련 책을 한 권 사고, 기다렸다가 이세탄 백화점 지하 식품 매장에 갑니다.




맨 오른쪽은 빼고, 나머지는 이세탄 지하 식품매장에서 샀습니다. 왼쪽부터 아사히 숙선, 에비스 블랙, 교다시(교토 맛간장), 맨 오른쪽은 사료 츠지리의 말차입니다.
맥주는 두 캔 합쳐 508엔이고 간장은 630엔, 말차는 1575엔. 말차는 아직 못 뜯었지만 나머지 셋 중에서는 에비스 블랙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맛있어요.-ㅠ- 기회가 된다면 또 먹어보고 싶은데, 집 근처에서는 못 찾았습니다. 홈플러스 대형 매장에 찾아가면 있을라나 싶네요. 교토 맛간장은 이전에 여행유전자님이 추천하신 것을 보고 집어왔는데 상당히 향이 강합니다. 지난번에 집에서 국수 끓여 먹을 때 넣었더니 조금만 넣어도 향이 확 나네요.-ㅠ- 사용하는 방법은 조금 더 연구해야겠습니다.

이렇게 쇼핑하고는 S를 꼬셔 이세탄 4층에 있는 사료 츠지리 지점에 갑니다. 근데 한자가 다르군요. 츠지리를 두 가지 방식으로 쓰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어느 쪽 한자가 맞는 걸까요.'ㅂ'




창가쪽 자리로 안내 받았는데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참 좋습니다.




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이세탄 백화점에서 본 모습이 이렇습니다.




저건 교토 타워. 정확히는 방송탑이라던가요.




저는 두 종류의 파르페를 두고 한참 고민했는데 S는 망설이지 않고 팥빙수를 시키더랍니다. 근데 상당히 달아요. 연유를 넣고 얼린 얼음인지 얼음 자체도 답니다. 팥은 맛있지만 굉장히 달아서 S는 애를 먹더군요.-ㅁ-
저랑 같이 다니는 이상 평소의 몇 배로 간식을 먹게 될텐데... (그리고 식사는 건너뛰고.;;...)




이건 보통 파르페. 프리미엄 파르페인가, 그건 이것보다 훨씬 더 큰 모양입니다. 당연히 가격도 비싸고요. 하지만 큰 걸 먹자니 부담이 되어서 그냥 작은 쪽으로 시킵니다. 솔직히 말하면 가격이 더 부담되었고요.OTL 이번 여행은 8월 여행 때보다 금전적인 부담이 좀..=_= 여행 자금은 넉넉할수록 마음이 편하군요. 어흑.;

맛은 있지만 한 번 경험했다로 족한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감동의 도가니에 빠질 정도는 아니고, 맛있지만 이걸로 되었어 싶은 정도네요. 입맛에는 요지야의 말차라떼가 더 잘 맞았습니다. 그래도 요지야에서는 말차를 팔지 않으니 여기서 한 통 구입합니다. 十德이라는 이름의 말차가 사고 싶었지만 이건 20g에 2100엔이다 보니 그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40g에 1575엔의 말차를 삽니다. 어차피 말차를 사는 목적의 60%는 말차 마시기도 아니고 말차 라떼 마시기도 아니고 조금은 음흉한데 있으니 20g의 2100엔이라는 무지막지한 가격의 말차는 살 필요가 없지요. 하하하....
실은 사고 싶었습니다. 맛이 아니라 이름이 궁금했어요.(...)




나오면서는 위쪽에서 교토역을 찍어봅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구르면.... 음....;;




천장 구조.  저 모습은 인천공항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인천공항쪽의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래도 그 쪽이 조금더 따뜻한 느낌이 아닐까요. 물론 사진 찍을 때의 날씨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겠지요.




이쪽의 철골 구조가 더 빽빽하고, 위압감을 줘서 그런걸까요.



이렇게 사진을 찍고 내려와서는 숙소로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숙소에서 다시 식사거리와 간식을 사러 나갑니다.




간식 사러 나가는 도중에 발견한 케이크 집. 토무테라고 하나요.


위치는 살짝 접어두겠습니다.





위치는 여기쯤. 구글 어스상으로는 가게가 정확하게 보입니다. 구글어스로 링크를 달아 놓았는데 제대로 보일지 모르겠네요. 안 보인다면 구글어스 플러그인을 설치하시면 될겁니다.




겉 분위기가 귀여워서 들어가보았더니 뭔가 동네 케이크집,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입니다. 슈크림 가격이 싸서 이거랑 푸딩을 사왔는데 컵에 낚였구나라고 여기셨다면 정확히 보셨습니다.; 저게 300엔.

달걀 노른자가 많이 들어갔는지 보기에도 조금 단단해 보였는데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바닐라빈이 송송 박혀 있던데 달걀 비린내 같은 것도 없이, 달걀이 듬뿍 들어간 푸딩이더군요. 느끼하지 않아 좋았습니다.-ㅠ- 취향에 따라서는 질기다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취향차겠지요. 하지만 교토에 가더라도 다시 갈 일이 있을지.OTL S가 산 슈크림도 나쁘지 않았다고 기억합니다. 이건 210엔이었나아...



이날 이런 저런 간식을 잔뜩 샀지만 다른 것은 사진으로는 남기지 않았네요. 다만 이런 것은 있으니...


세븐일레븐에서 사료 츠지리의 아이스크림을 판다는 말을 듣고 냉큼 사와봤습니다.(사진 뒤에는 오뎅.)
두 숟갈 먹고 느끼하다며 좌절했으니, 말차는 좋은 것을 썼을지 모르지만 크림이 맛 없습니다. 어떤 크림을 썼는지 몰라도 상당히 느끼하던걸요. 어흐흐흐. 저 작은 것 하나에 300엔을 넘어서, 하겐다즈 보다도 더 비쌌습니다 하지만 사온 보람이 없었을 뿐이고.;ㅂ;



12시쯤 들어와서 이런 저런 간식 집어 먹고는 뻗어서 1시간 쯤 내처 자다가 일어났습니다. 근처에 맛있는 라멘집이 있더만, 만약 줄이 길지 않았다면 기다렸다 먹었을텐데 말입니다. 핫핫.; 저녁 섭취 시간 제한이 여행 다닐 때는 많이아쉽더군요. 6시 이후에는 저녁을 먹어 버릇하지 않아서 그 이후에 먹으면 소화가 안되는데다 수면의 질도 떨어집니다. 그렇다 보니 저녁 시간이 빨라지고, 동행과 저녁 시간 맞추기도 쉽지 않았지요. 끄응.;


23일도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24일은 JR pass라는 것을 간과해서 벌어진 실수담 + 귀국.


이제 교토 여행 글도 몇 개 안남았습니다. 남은 문제는 최종 여행 정리글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라는 점이네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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