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교토 여행을 간다면 꼭 다시 한 번 가서 느긋하게 둘러 보고 싶은 곳이 여기입니다. 호리병이나 소나 원숭이가 있다면 그것도 나름 재미있겠지만 아쉽게도 없었습니다. -ㅁ- ₁


도시샤 대학 앞에서 버스를 타고 이마데가와도리를 따라 죽 내달리면, 시모가모의 삼각주를 왼쪽에 두고 사쿄(左京)구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긴가쿠지에 가까운 시라카와도리에서 우회전 하여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우회전 하자마자 내리면 되는데 역시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군요.




안내판을 따라 걸어 긴가쿠지 앞에 도착한 것은 8시 45분쯤. 들어가다보니 긴가쿠지의 입장은 8시 반부터랍니다. 오픈시간에 맞춰 오면 사람 없이 고즈넉하게 다닐 수 있겠지요.




지금 보니 이건 어느 정도 사진 보정효과가..; 다른 길이 아니라 윗 사진에서 직원분이 청소하는 그 바로 윗길 사진입니다. 저게 입구고요.




원래 이름은 긴가쿠지-은각사가 아니라 히가시야마 지쇼지(慈照寺)입니다. 긴가쿠지란건 별명이지요.
옆에 세워진 팻말은 관람시각 안내네요. 개문이 오전 8시 30분, 폐문이 오후 5시, 하산은 오후 5시 30분.




들어가서 500엔을 내고 입장하자마자 들어온 길. 와아, 길이 사람을 주눅들게 만들고 있어! -_-
길 양편에 선 나무들은 다 동백입니다. 동백 필 때 오면 이것도 장관이겠네요. 겨울이라 푸릇푸릇한 감은 덜하겠지만 말입니다.
위로 보이는 잎사귀는 대나무 같군요.




그리고 들어와서 또 질립니다. 우어. 저 모래, 어떻게 긁은거지?;




고무래로 긁은 건 알겠는데, 저 모양 만드는 것도 장난 아니었겠네요.




저 모래산. 사진으로만 보았는데 말입니다, 생각보다 아주 크더군요. 아주. 그래서 또 기겁했습니다. 어떻게 매끈매끈 쌓아 올린 거지? 헉?

모래정원을 보며 기겁하고 있다가 드디어 은각사 본체를 보았습니다.




-ㅁ-
와아.
와아, 와아.
굉장히 취향이었습니다. 그리 높지 않고, 뭔가 자신을 숨기는 것 같은 자태. 무엇보다 저 마루에 앉아 연못가를 내려본다면 그것만으로도 흐뭇하게 마음이 확 풀릴 것 같은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 사진으로 보기만 해도 행복하군요. 아마 저 혼자 갔다면 저 앞에서 한참을 얼쩡거리며 히죽히죽 웃고 있었을 겁니다.
저런 작은 집을 한 채 지어서, 2층은 서재로, 1층은 주방을 놓아 차를 마실 수 있게 준비해 지낸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겁니다. 잠이야 1층이든 2층이든 내키는 대로 자는 거죠. 2층에서 책보다 창 밖 정원을 내려다보다 하는 것도 좋고, 1층의 마루에서 바람을 맞으며 감상해도 좋고. 맛있는 녹차 한 잔 홀짝 홀짝 마시며 지낸다면 극락이 따로 없을 겁니다.




닭.


아니겠지요. 봉황일 것 같습니다.^^;




길을 따라 죽 돌아 보니 이번엔 모래로 쌓은 담이 나옵니다. 저 왼쪽 끝에 사람이 서 있는데, 관리 직원인가 봅니다. 모래 정리를 하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날마다 무너진 모래를 가다듬고 정리하지 않을까 싶네요. 폭우가 내리면 어쩔려나?;




은각만 넣어서 찍어보았습니다. 음, 이것도 좋군요.-ㅁ-




사진에 찍힌 건 정원 관리 중인 직원. 이건 아마 걷는 도중에, 본당쪽의 마루에 앉아 찍은 것 같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그리고 이게 저 모래의 높이입니다. 대강 헤아려 봐도 40cm는 가뿐히 넘습니다. 우와와와..... 몇 톤의 모래를 쓴거냐!




모래 정원은 재미있긴 한데, 아직 그 의미를 파악하기엔 제 수행이 많이 부족합니다. 더 공부하고 다시 찾아가면 다르게 보일까요.




모래정원을 지나 정원에 안내된 길을 따라 돌다보면 숲으로 들어갑니다. 숲 사이로 살짝 살짝 보이는 것도 좋군요.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빙글빙글 돌아 산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경사도는 그리 급하지 않으니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저도 별 신경쓰지 않고 휙휙 다닐 수 있습니다.
가운데 찍힌 가로등은 신경쓰지 마시고, 뒷편의 숲은 대나무입니다.




산에서 긴가쿠지를 내려보면 저렇더군요. 지붕을 보면 억새를 올린 것 같습니다. 억새지붕이 마음에 든다는 것은 기와에 비해 덜 무거워 보여 그런걸까요.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한다는 건 번거롭지만 말입니다.




또 대나무. 아라시야마에서 대나무숲에 못 갔으니 여기서라도 만끽해야겠습니다.




돌다보니 샘물이 있네요. 찻물끓일 때 이 샘물을 가져다 썼나봅니다.




와아아. 역시 좋군요.>ㅅ<
은각사 2층에서 이쪽을 바라보면 어떤 느낌일까요.




나중에 보고 알았지만 은각 오른쪽에 있는 건물들도 문화재지정이 되어 있나봅니다. 하지만 하도 은각이 마음에 들어서 그쪽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찍은 사진도 이것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은 잠시 뒤 사람이 바글바글 늘어납니다.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마도 초등학생들이 여행왔나봅니다. 아하하. 저 팀이랑 엮이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애들이 재잘대면 혼이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버럭 소리를 질러댈지도 모릅니다. ㄱ-




사진을 열심히 남겼군요.(먼산)




조금 더 걷다보니 대나무는 온데간데 없고 이번엔 삼나무가 보입니다. 사실 이쪽은 은각사 경내는 아닌 것 같은게, 담장 밖에 있습니다. 여튼 이쪽은 삼나무가 잔뜩이네요. 이쪽도 잘 관리된 나무들이 아닌가합니다. 키도 크고 늘씬한 것이 참 보기 좋습니다. 목재는 무릇 굵은 것이 좋긴 하지만 날씬한 것을 보니 아직 나이를 덜 먹었나봅니다.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허리도 굵어지는 것이...(탕!)




반짝반짝. 이날은 햇살이 가득한 날이었군요.




내려오니 이쪽은 이끼가 가득합니다. 다시 은각사쪽 정원이로군요.




돌아올 때는 다른 길로 내려왔는데 저쪽 길-시작지점에 가까운 쪽에서는 애들을 데려다 놓고 연신 사진촬영중입니다. 애들은 산 위까지는 올라가지 않고 지상만 둘러보고 나갔습니다.




좋군요. 사실 아래쪽 정원 분위기는 텐시노사토쪽이 괜찮았지만, 거긴 규모가 작고 아기자기한 느낌이고 여기는 호쾌합니다. 관리하기야 당연히 작은 쪽이 좋지만 은각을 세워두려면 정원이 커야할테고....... 서울 내에서는 무리겠네요. 하하하하하.; 역시 강원도에 좋은 땅을 물색해야..(탕!)




나오기 직전, 아쉬운 마음에 다시 은각을 찍어봅니다. 이게 마지막 사진이군요.


아쉬운 마음으로 다 둘러보고 나오니 9시 10분. .... 음, 걸음이 좀 빠르고 휙휙 돌아보긴 했지만 30분이 안 걸렸습니다.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이 싫어서 빨리 걷긴 했는데 지나치게 빨랐나요. 하지만 이게 마지막 만남은 아닐테니까요. 언젠가 다시 가서 느긋하게 구경하고 나오겠지요. 그 때까지는 그림 실력을 팍팍 키워서 연필화로 남기고 싶습니다. 도전해봐야지요.+ㅅ+




₁은각, 금각 형제. 어느 분이었는지는 잊었지만 높으신 분의 소 두 마리가 탈주하여 스님고기가 맛있다며 덥석 잡아 갔....던가요? 아니, 왜 내용이 헷갈리지.OTL  이부분은 조만간 확인해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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