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자카에서 올라간 기요미즈데라를, 이번엔 산넨자카를 통해 내려옵니다. 三(參)年언덕이라고 쓰는 곳이지요. 넘어지면 3년 밖에 못 산다는데, 한 달 시한부 인생을 받아 놓은 사람도 여기서 넘어지면 3년은 더 살 수 있는 걸까요.-ㅁ-; 설마 그렇진 않겠지요.;


산넨자카를 다 내려오면 이런 평탄한 길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저기 저 버드나무 아래가 이노다 커피 기요미즈데라점입니다.




이노다 커피는 이번 교토 여행의 목표였습니다. 로쿠요샤도 그랬지만 이노다 커피도 들어가서 밀크 커피를 마셔보고 싶었지요. 하지만 밀크커피 말고 그냥 커피만 마시고 돌아왔으니, 밀크커피는 나중의 즐거움으로 남겨야 하나봅니다.

사카키 쓰카사의「끊어지지 않는 실」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 교토 지역에서는 커피에 크림과 설탕을 다 넣는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나중에 S에게 빌려준-언제 돌려받지...;;..-교토 카페 소개 책에서도 밀크커피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그게 이노다 커피가 처음이었는지, 프랑소와가 처음이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마시기 편하게, 서비스 차원에서 둘다 넣어 제공한 것이 시작이라고 합니다.
둘둘둘 혹은 믹스커피가 대세인 한국에서는 '커피에 크림과 설탕을 다 넣는다'가 왜 이상한지,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지 않을 부분이겠지요.




하여간 이노다 커피는 교토 시내에 지점이 여럿 있지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여기 기요미즈데라 지점이라고 합니다. 9시 오픈으로 조금 늦지만 창 밖으로 보이는 정원을 생각하면 아침은 조금 먹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9시 반쯤 되면 이미 사람이 길게 기다리니 오픈 시간에 맞춰가는 것이 좋겠지요.

분위기는 고급 다방...(음?)




테이블 세팅도 좋게 말하면 고풍스럽지만 바꿔 말하면 촌스럽다고 해야하나요.




물컵에 찍힌 붉은 로고는 커피주전자 모양입니다. 녹색부분은 아마 이름이었을거예요.(아마도)




물수건과 나이프, 포크 세팅. 저는 프렌치 토스트 세트를 시켰고 S는 모닝 풀 플레이트였나, 하여간 달걀이랑 샐러드랑 기타 등등이 함께 나오는 것을 챙겼습니다. 그러고 보니 창가쪽은 흡연석이었던 듯합니다. 왼쪽 테이블에 금연석 표시가 보이는군요.




프렌치 토스트 먼저.




모닝세트 나중.

둘다 세트에는 커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블렌드 커피 혹은 아메리카노 종류. 밀크 커피는 안됩니다) 커피 맛은 무난. 다른 커피점에서도 대체적으로 그랬지만 교토에서 마셔본 블렌드 커피들은 대체적으로 무난한 맛입니다. 술술 잘 넘어가는 커피이긴 한데 바꿔 말하면 원산지 특유의 강렬한 맛은 없네요. 아, 물론 제가 강하게 볶은 커피를 좀 좋아하긴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도 한 번 더 언급하겠습니다.


모닝세트가 1260엔이었나..
커피 한 잔과 오렌지 주스, 채소 샐러드, 감자 샐러드, 햄과 토마토와 스크램블 에그, 토마토, 자몽이 같이 나옵니다. 그리고 크라상은 직접 만든 것 같은게, 제대로 반죽이 안 붙은 상태에서 구웠는지 삐죽삐죽 뿔이 서 있습니다.(...)




프렌치 토스트는 위에 설탕을 3mm가량 뿌렸습니다. 그것도 흰설탕...(먼산) 그대로 먹다가는 달아서 두 손 들 것이란 생각이 들길래 설탕은 긁어 내고 먹었습니다. 먹으면서 미스 마플이 생각났다는 것은 비밀. 왜 하필이면 마플 여사님이 생각났는지 아시는 분이 있으실까요. 핫핫핫.


식빵 가장자리를 잘라내고 폭신폭신하게 구웠는데 이게 참 별미입니다. 완전히 속까지 달걀물이 배어있지 않음에도 전혀 불만스럽지 않았어요. 폭신폭신 부들부들해서 포크로 집고 자르다보면 저렇게 빵이 눌립니다. 아우! 부드러우면서도 살짝 쫀득한 그 식감이, 식감이!

만족스럽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배부르게 먹고 나오자 대기인원이 꽤 기네요. 파는 물건은 들어오면서 한 번 구경했지만 원두 커피는 그리 당기지 않았고 인스턴트 커피는 어머니 선물로 사올까 하다 말았습니다. 맛이 어떨지 확신이 안서더라고요.'ㅂ'




이게 아마 니넨자카.
이쪽은 넘어지면 2년 밖에 못 산답니다. 하지만 여기서 데굴데굴 구르고 구르고 또 구르면 몇 년이나 살 수 있을까요? 전래동화가 생각나더랍니다.




시간이 이미 10시를 넘었기에 상당수의 가게가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지갑을 열게 만드는 가게는 없었습니다.





날이 흐리더니 또 빗방울. 그래도 모자를 쓰고 있으니 괜찮다면서 그냥 걸어갑니다.
여기는 아마 네네노미치일겁니다.


네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정부인입니다. 제가 오다-도요토미-도쿠가와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서 얻은 지식이지만-역사소설로 얻은 것을 지식이라 말하기도 부끄럽지만;-대강의 관계는 알고 있습니다. 네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정실로서 계~속 같이 살았는데요, 기억이 맞다면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히데요리 사후에까지도 살아 남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히데요시가 죽으면서 절로 들어갔던가요. 아마 이 길 근처에 네네가 지내던 절이 남아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여행 가기 전에 이런 저런 책을 많이 봐두었는데도 복습을 하지 않으니 홀랑 다 날아가는군요.-ㅂ-;

하여간 좀 안됐다 싶은 것이, 히데요시의 씨가 부실해서 그동안 내내 아이가 없었는데 막판에 한 여자-오다 노부나가의 조카-에게서 히데요리라는 아들이 태어납니다. 그리고 이 여자가 실권을 잡고 흔들어버리니 조용히 뒤에 있을 수 밖에요. 그리고 히데요리가 죽고, 도쿠가와가 득세하는 것까지도 다 지켜봐야 했을터이니 편안한 삶과는 거리가 멀었을 겁니다. 나중에는 도쿠가와의 손녀 뒤치닥 거리도 하지 않았나....(히데요리의 부인)


흠흠. 역사는 뒷 이야기(뒷담화)가 더 재미있습니다.



길가다가 눈길을 끄는 곳이 있었는데.




줌을 당겨 찍어보았습니다. 이렇게 정원을 훔쳐다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하지만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겠지요.
이런 정원에 대한 갈증은 은각사에서 실컷 해소했습니다.




그리고 교토에서 은근히 많이 보였던 무궁화. 정원수로 많이 심었더군요. 저는 진딧물이 많이 끼어서 질색하는데 교토 정원에 있는 무궁화들은 괜찮아 보였습니다. 약을 쳤나요. 하여간 무궁화에 확 눈이 들어와서 찍었습니다. 배색도 예쁘군요.




여기가 대원인이었던가요.

하여간 이날은 이 주변이 상당히 혼잡했습니다. 왜그런가 했더니만 이날(20일)이 일본에서는 효도의 날이랍니다. 그리하여 상당수의 사람들이 불공(기원)을 드리러 절에 온겁니다. 절에서도 그런 행사를 하더군요. 손에 꽃을 든 사람들도 많았으니 이 주변이 혼잡할 수 밖에요.



그러고 보니 기요미즈데라에 사람이 많았던 것도 토, 일, 월의 3일 연휴라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다음에는 기온(祈園) 이야기가 올라갑니다.




덧붙임.
나중에 시간이 되면 각각의 글은 다 링크를 달아야겠네요. 한 번에 보려면 역시 수고로롭더라도 작업을 더 해야하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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