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는 밀리면 아니되어요. 그 사이 홀랑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뭐, 저야 보조기억장치*를 세 개 따로 관리하고 있으니 그럴 걱정은 덜하긴 합니다만, 생생한 정보를 전하려면 빨리 하는 것이 좋긴 하지요.


원래 3일째인 8월 3일은 호텔에서 뒹굴고 있을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정이 가장 크게 바뀐 것이 바로 이 날입니다. 어쩌다보니 타베로그를 검색하게 되어서, 아키하바라 근처의 가게를 두 군데 알아 놓았던 것이 문제였지요. 거기에 이날은 아키하바라를 돌아다니기로 했기 때문에 아침 9시 반에 호텔을 나왔습니다.

1. 타워레코드 방문.
아키하바라에 있는 레코드 가게 중 가장 큰 곳이라고 생각하는 곳이 타워레코드. 요도바시 카메라 7층에 있습니다. 9시 30분에 개점하기 때문에 그 시간에 맞춰 호텔을 나온겁니다. G의 이번 CD 목록은 구입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서 세 장은 끝내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스피츠 앨범이라도 구했으니 다행인가요. 하여간 타워레코드, 소프맙, 이시마루 등을 다 돌았는데도 스피츠 세 장과 야마자키 마사요시 한 장만 구할 수 있었습니다.

타워레코드에 가는 김에 보니 그 옆에 유린도(有林堂)라는 서점이 있길래 들어가서 조금 놀았습니다. 요즘 일본에서는 음식 에세이랑 고양이 에세이가 유행이군요. 한국에서는 대원씨아이에서 관련 책을 많이 내던데 말입니다.
아, 이이지마 나미의 LIFE가 한국에서 왜이리 비싸게 나왔나 했더니만 일본에서의 책 가격이 훨씬 더 비쌉니다. 1680엔. 하드 커버에 상당히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만들었습니다. 다른 책은 아닌데 왜 이건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2권도 나왔던데 빨리 번역되기를 기다릴렵니다.


2. 애니메이트.
아니메이트든 애니메이트든. 이번 목적은 타카 토니의 샤이닝 시리즈 화보집을 구입하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한 번에 찾아서 바로 구입했습니다. 이번에 구입한 화집은 이거 하나뿐이네요.
위층에 있는 피규어도 구경하러 갈까 하다가 고이 마음을 접고 돌아 나왔습니다. 어차피 살 것도 아니잖아요.'ㅅ'





그러고 나니 벌써 11시를 넘습니다. 타베로그의 맛집을 방문하려면 슬슬 움직여야 할 시간이지요. 그리하여 만세교(만자이바시)를 건너 진보쵸 쪽으로 걸어갑니다. 진보쵸는 주로 오챠노미즈를 통해 걸어다녔기에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찾기 쉽군요. 걸어다니다보면 금방 구조(?)가 파악되는 길입니다. 

걷다가 발견한 곳. 만자이바시를 건너다 찾았던가요.




저 앞쪽에 보이는 건물들은 아마 오차노미즈 쪽일겁니다.




다리를 건너 길을 끼고 돌았더니 이런 카쓰샌드집도 있습니다.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사람은 없더군요. 혼자 있으면 먹을 수 있는 양의 제한이 있어서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게 아쉽습니다.;ㅅ;



3. 점심식사는 우동

이렇게 걸어 목표하던 곳인 마루카(丸香)에는 11시 40분쯤 도착했습니다.
(타베로그 링크는 여기. 평점은 3.9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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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찾기는 어렵지 않아요.'ㅂ' 야스쿠니길을 따라 걷다가 맥도널드가 보이면 거기서 꺾어 올라가면 됩니다. 올라가다보면 저 멀리에 이런 간판이 보입니다.




마루카. 우동집입니다. 내부 사진은 촬영 금지라고 해서 음식 사진만 찍었습니다. 안에 들어갔더니 그...; 어렸을 적 수학여행 갔을 때 가끔 보았던 것 같은 커다란 나무탁자에, 순서대로 들어가 자리잡고 앉으면 되는 겁니다. 앞에는 양념들이 놓여 있고요. 메뉴판도 자리에 있어서 보고 바로 주문하면 됩니다. 뜨끈한 우동 위에는 다양한 부재료도 얹을 수 있는데, 저는 그냥 쓰케(つけ)를 시켰습니다. 자루우동이라 하지 않고 쓰케라고 하더군요. 양쪽의 차이가 뭔지는 저도 모릅니다.-ㅁ-




이렇게 나옵니다. 주문하고 나서 거의 바로 나오더군요. 11시 40분에 들어가서 바로 자리잡고 앉아 주문할 수 있어서 여기 인기 있다던데 왜 그런가 했더니 착각이었습니다. 제가 들어가 앉은 직후에 뒤에 줄이 길게 늘어서더군요. 그리고 제가 주문한 다음부터-제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 몫부터-늦게 나오기 시작합니다.; 정말 아슬아슬했네요.

나온 시각이 11시 55분이었는데 그 때는 이미 스무 명 정도가 가게 밖에 줄 서 있었습니다.

장국에는 파가 듬뿍. 그런고로 S냥에게는 보기만 해도 무서울텐데 말입니다. 위에 놓인 작은 그릇에는 생강 간 것이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우동은, 보시면 아시겠지만 부드러우면서도 탱글합니다.
게다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 저거 한 그릇에 420엔입니다. 곱배기로 시키는 것도 가능한 모양이네요. 호오. 생각보다 가격이 쌉니다. 사실 카레우동을 먹어보고 싶었는데 메뉴에 없는 것이, 겨울에만 나오나 봅니다. 하기야 날이 더울 때는 힘들겠지요.

살짝 날밀가루 냄새가 났지만 부드럽고 탱글한 것이 술술 잘 넘어갑니다. 후루룩 순식간에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느긋하게 먹는 것이 어렵지만 맛있게 한 그릇 잘 먹었으니까요. 4점에 가까운 점수도 이해가 갑니다.


4. 커피집 방문



그 다음에 간 곳은 커피집이었습니다. 이쪽은 따로 포스팅을 올릴 예정이므로 패스.'ㅅ'



1시 되기 조금 전부터는 슬슬 아키하바라로 걷기 시작합니다. 이번 여행의 목표 중 하나가, 아키하바라에서 오차노미즈 역으로 소부선 타고 갈 때 보이는, 길가에 있는 제방(?) 카페의 위치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가보지는 않더라도 어디있는지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게다가 지하철 안에서는 사진찍기가 쉽지 않아서 한 번도 찍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걷다보니 니콜라이당이 보입니다. 오오. 그렇다면 오차노미즈가 코앞이군요. 그쪽에서 아키하바라로 가는 길에 보았으니, 여기서 왼쪽으로 꺾습니다. 그리고 계속 걸어갔지요.




그리고 드디어 발견. 우와와와왓! >ㅆ<

니콜라이당 건너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계속 걸어 내려가다가 적당하다 싶은 시점에 왼쪽으로 꺾었습니다. 구글 맵에서 다리 이름을 찾아보니, 만세교 위쪽에 있는 창평교(昌平橋)라네요. 




이 다리 옆으로 이런 가게들이 있습니다. 아마 경양식집 .. 이거나 고급 음식점 느낌의 가게들이랑 카페인데, 들어가서 창가자리에 앉으면 물이 보이는 것이 참 시원하겠더라고요. 다음을 기약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조금 아쉽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분위기가 참 묘하단 말입니다.-ㅁ- 이런 곳을 발견하는 재미에 골목을 쏘다니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뒤돌아서 찍어보니 이런 곳이. 호오. 나중에 한 번 꼼꼼하게 돌아보고 싶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아키하바라입니다. 하늘이 참 맑았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더 덥다고 느낀 것이, 일본은 상대적으로 습도가 덜했습니다. 기온은 33도 정도라는데 뜨겁긴 하지만 참을만 했어요. 하지만 서울은 돌아오자마자 폭우에 가까운 소나기가 쏟아지기도 했고 말입니다.;;




다리를 건넜을 때 발견한 지도. 문화 산책 코스라고 되어 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저 지도 대로 걸어보지요.'ㅂ'





그러고 나서 이시마루에 들어가 CD를 더 구하고, 그러고 호텔로 돌아가 가방을 내려 놓고 나왔습니다. 못 찾은 책이 있어서 마저 구한다고, 쇼센 북타워에 들어갔지요.
이날 아키하바라와 진보쵸를 중심으로 해서 꽤 많은 서점에 들어갔습니다. 오전에 갔던 유린도도 그렇고, 진보쵸에서 쇼센(書泉)이랑 그 옆의 산세이도에도 다녀왔습니다. 산세이도도 책이 꽤 많더군요. 취향의 책 배열은 유린도 쪽이었지만 말입니다. 아키하바라에서 갈만한 대형 서점이라면 역시 유린도와 쇼센인데, UDX에도 북퍼스트가 들어와 있다고 들었지만 가보진 못했습니다.




실은 이날의 일정이 불편하게 끝난 것은 업무 문자 때문이었습니다. 원고 마감이 8월 4일까지라고 문자가 날아왔더군요. 진작 보내줬으면 휴가 가기 전에 마감했을텐데! 미리 확인하지 않은 제 잘못도 있지만 말입니다. 어흑... 그래서 '휴가지라서 원고를 쓰기 위한 자료를 못구합니다'라고 했더니 범위를 넓혀 줄테니 다른 방향에서 찾아보라 하더군요. 결국 8시 반까지 원고 간신히 마무리 해서 올리고 뻗었습니다. 놀려고 들고간 노트북이 이렇게 도움이 되더군요. 다음 여행 때는 이런 일이 없도록 미리미리 업무 확인을 해야겠습니다.;;




* 보조기억장치 1: 일기장. 이번 여행에서는 여섯 '장' 썼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여섯 장하고도 한 쪽..?
보조기억장치 2: 여행 수첩. 시간 단위로 기록했습니다. 가계부 역할도 같이 하지요.
보조기억장치 3: 영수증. 이번에는 영수증을 주는 가게가 많지 않아서 생각보다 수량이 적었습니다. 이것도 정리해야하는데 말이죠.

사진도 보조기억장치에 들어가긴 합니다. 특히 일정 확인하기에는 상당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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