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O(디비노)는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언젠가 한 번 가보겠다고 벼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소 그렇듯이, 가겠다고 벼르기만 하고는 막상 홍대에서 약속을 잡을 때는 까맣게 잊고 있었지요.

이번에 가게 된 것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의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홍대 쪽에서 약속을 잡아야 하는데 근사한 식당이 없을까 싶어 머리를 짜내다 보니 디비노가 떠오르더군요. 가격대은 살짝 높지만 본격적인 레스토랑보다는 저렴하고, 맛있다고 하니까 궁금했지요.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삼거리 포차에서 스페인 요리집 el plato(엘플라토)가 있는 길로 들어와 엘플라토 2층으로 올라오면 됩니다. 2층에 있는데 개점은 오후12시부터더군요.'ㅂ'





지도로 찍어보면 대강 이렇습니다.



같이 간 친구 A에게 제가 풀 코스로 모시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낮이지만 와인도 따릅니다.


가볍게 마실만한 스파클링 와인으로 고른 것이 무스카토 다스티. 달달한 청포도-혹은 사과-맛이 홀랑홀랑 잘도 넘어갑니다. 여자 둘이서 저거 한 병을 다 비웠으니, 다 마시고 나왔을 때는 살짝 알딸딸하더군요. 평소 음주를 거의 하지 않으니 그렇습니다.;


메뉴판이 나오긴 하지만 와인과 피자 종류만 있고 파스타는 벽에 메뉴를 적었더군요. 보기 조금 불편했습니다.
정해진 메뉴가 있긴해도 손님이 주문하면 맞춰줍니다. 예를 들면 A는 굵은 면보다는 가는 면을 좋아하는데, 크림소스 파스타를 먹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메뉴판의 크림소스 파스타는 거의 굵은 면이더군요. 사정을 이야기하니 면을 페투치니에서 링귀니로 바꿔줍니다. 소스는 동일하고요. 크림소스를 고집한 것은 같이 주문한 라자냐의 소스가 토마토 소스였기 때문입니다.



처음 라자냐 주문하고는 음식 나온 것을 보고는 기겁(?)했습니다. 왜이리 양이 적어보이는지. 하지만 찬찬히 먹어보니 적은 양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릇이었지요. 아주 넓은 그릇에 치즈를 갈아 뿌린 라자냐 한 조각, 그리고 약간의 새싹채소가 올라가 있으니 괜히 양이 더 적어보입니다. 혼자 먹는다면 저 정도면 나쁘지 않겠다 싶지만 보통은 여자 혼자 먹어도 약간 적다 싶은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지금 제 양이 좀...-ㅁ-;;)

맛있습니다. 고기가 듬뿍 들어간 토마토 소스. 그리고 쫄깃한 라자냐가 잘 어울립니다. 한 조각씩 잘라서 우물거리고 있자니 맛있군요. 사실 라자냐는 지금까지 먹어보고 싶다 말만했지 만날 일이 없었습니다. 다음에는 G랑 같이 먹어보고 싶은 걸요. 저야 이번에 먹은 라자냐가 처음 먹어본 맛이었으니, G가 대신해서 정말 맛있는지 아닌지 판가름 해줄겁니다.(...)
하지만 채소는 좀..?; 아삭아삭 신선한 맛은 아니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리고 풍성하고 진한 라자냐의 맛에 비하면 채소가 적었습니다.



이쪽이 그 파스타. 스파게티보다는 면이 굵습니다. 링귀네..였을거예요.
(면이 바뀐 이유에 대해서는 앞에서도 적었지만 꽤 전에 다녀온 것이라 적으면서도 헷갈리고 있습니다.;)

하늘콩인가, 하여간 커다란 콩과 베이컨이 들어간 진한 크림소스 파스타입니다. 따뜻할 때 먹으라 하셨는데 정말 그렇더군요. 식으니 맛이 확 떨어집니다.'ㅂ'; 따뜻할 때 후루룩 먹어야 맛있는 파스타. 느끼하지만 입에 착착 감기는 진한 맛에, 부드럽게 씹히는 콩이 굉장히 취향이었습니다.>ㅠ<

그러나 이 역시 커다란 그릇에 나오는 바람에 양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을 못했더란...;
양이 적지는 않은데 괜히 큰 그릇에 나오니 이쪽도 상대적으로 적어보입니다.



엡, 그릇에 대한 잔소리(?)가 붙은 것은 식이 조절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난번에 TV 채널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그릇 크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을 보았거든요. 몇 십 년 전에 비해 지금 (미국의) 그릇크기가 상당히 커졌다는 것. 미국인들이 비만이 된 원인 중에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뭐, 100%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릇 크기가 크고 음식이 조금 담겨 있으면 처음 받아 들었을 때 양이 적어서 실망하게 되더군요. 제가 양식 레스토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그 비슷한 이유입니다.; 전 푸짐해 보이는 쪽을 선호하거든요.

그렇다보니 DIVINO의 음식도 처음에 받아 들었을 때는 약간 아쉬웠습니다. 먹어보고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그전까지는...'ㅂ';


나중에 근사한 식사를 하고 싶을 때 찾아가면 좋지만 일상적으로 찾아가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가격 대가 살짝 높은 것도 있지만 맛있는 것이 먹고 싶다 생각하면, 그리고 파스타를 자주 먹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갈만한 범위일텐데요. 조금 어려운 분위기라 그럴까요? 제게 있어서는 문턱이 조금 높군요.

말은 이렇게 해도 아마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방문할 것 같습니다. 그 때는 이번에 시켰던 메뉴에, 리조토가 있으면 그것도 같이 시켜볼렵니다.-ㅠ-




덧붙임. 영수증이 남아 있었군요.
무스카토 다스티가 한 병에 43000원. Panna-크림소스 파스타가 13800원.(파스타 이름이 달랐지만; 기억 못합니다;) 라자냐는 18900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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