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책들은 묶어서 올리고 이 둘은 따로 떼어 씁니다.
아무래도 쓸 말이 조금 다른터라..^^;


「의뢰인은 죽었다」는 와카타케 나나미의 책입니다. 누구나면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감상 링크)과 「네탓이야」(감상 링크),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감상 링크)의 작가입니다. 적고 보니 나온 책은 다 봤군요.; 취향에 100% 일치하지는 않는데도 이렇게까지 보게 되는 것은 책 읽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읽는 속도가 빠르니 결국에는 입맛에 딱 맞지 않아도 아쉬운대로 찾아보게 되니 말입니다.

출간 순서는 미스터리한 일상> 네탓이야> 사건 수첩> 의뢰인 순입니다.

「의뢰인은 죽었다」는 「네 탓이야」에 이어지는 연작 소설입니다. 단편 모음이라고 해야하나요. 다른 책도 다 연작 소설이긴 한데 이 두 권은 주인공이 히무라 아키라로 같습니다. 직업은 흥신소에서 일하는 탐정. 상당한 트러블 메이커로 일에 잘 휘말리며 본인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오지랍이 넓습니다.-ㅁ- 일에 잘 휘말리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고요.

대체적으로 읽고 나면 입맛이 씁니다. '그래, 세상은 이런거지'라는 문구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며 '자네 참 안됐구만'싶은 생각도 듭니다. 아니, 나이로 치면 히무라 아키라가 저보다 연상이겠지만 그래도 「네 탓이야」를 보고 있노라면 한숨만 폭폭 나옵니다. 「의뢰인은 죽었다」는 일부 판타지라고 해야하나, 조금 요상한 이야기가 섞여 있는데 맨 마지막 부분을 보면 작가가 의도적으로 무리수를 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왜냐하면 이야기가 아무리 이상하게 꼬이고 심령적인 상황으로 흘러도 이 작가는 항상 막판에 뒤집거든요. 그렇다 보니 다음 권에서 알아서 해결하겠지 싶은 생각도 듭니다. ... 그러길 바라고 있습니다.(먼산)

「의뢰인」에서의 패턴은 대개 의뢰가 들어온다, 내키지 않지만 억지로 떠맡는다, 휘말린다, 해결한다 혹은 미스터리가 밝혀진다, 뒤통수를 맞는다의 순서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뒤통수를 맞게 되니 나중에는 통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뒤통수를 맞고 나면 머리가 얼얼해서 기분나쁜 것은 같지만요.
가볍게 보기에는 이야기가 무겁지만 심심풀이로 보기에는 괜찮습니다. 그리고 조금 삶은 달걀 풍이기도 하지요.



명탐정 홈즈걸의 두 번째 이야기, 사라진 원고지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1권을 워낙 재미있게 봐서 2권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짧은 연휴기간 동안(2박 3일이었나, 3박 4일인가 그렇습니다;) 사건 관계자들을 만나며 현재의 미스터리와 과거의 미스터리를 동시에 풀어나가는 것이 꽤 괜찮았습니다. 책에 푹 빠져 있었지만 그게 홈즈보다는 왓슨쪽의 시각으로 보고 있어어 힌트를 거의 안 주고 줄창 달려나가는 누구씨에게 불만이 쌓이더군요. 하여간 그렇게 깔끔하게 풀리다니 과연 추리소설이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을 경우 현실세계에서는 풀어나가기 어려울테니 말입니다.

서점에 유령이 나타나서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는 구조요청을 받고 주인공 두 사람은 나고야까지 내려갑니다. 구조요청을 한 사람이 이전에 교코(왓슨?)과 함께 세후도에서 근무를 했고, 지금은 고향에 내려가 그 곳의 유서깊은 서점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령이 나타난 곳도 그 서점-마루우도입니다. 문제는 그 유령의 정체인데, 시내에서는 그 유령이 옛날 옛적, 자신의 스승을 죽이고 체포되어 징역을 살다가 2년 만에 사망한 어느 청년이라는 소문이 도는 겁니다. 내키지 않았는데 어쩌다가 끌려간 꼴이 된 교코는 다에와 함께 옛 사건의 관계자를 만나러 다닙니다.



이야기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그 짧은 시간 동안 나고야의 이곳 저곳을 함께 돌아다니는 느낌이라, 나고야 여행을 다녀오고서 보면 느낌이 더 각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나고야를 돌아다니는 장면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게 아쉽네요.T^T
하지만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뒷 부분입니다. 사건의 이면에 얽혀 있는, 청년의 과거 말입니다. 와아. 그런 이야기를 담다니, 입맛이 씁쓸하더군요. 물론 그정도의 사건을 만들어야 청년의 행동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오지만 그래도 그런 트릭을 써야했나요.T-T 으흐흐흑. 잘생기고 능력도 있고 괜찮은 청년인데 참 아깝지 않습니까.

... 이런, 소설 속에 지나치게 빠져들었군요.

의뢰인을 먼저 보고 홈즈걸 2를 그 다음에 본 것이 다행입니다. 의뢰인을 먼저 보았다면 기분이 가라앉았을텐데 홈즈걸을 아낀다고 나중에 본 것이 오히려 좋았네요. 다음 권은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와카타케 나나미. 「의뢰인은 죽었다」, 권영주. 북폴리오, 2009. 1만원
오사키 고즈에.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 서혜영. 다산책방, 2009. 1만원


덧붙임.
적다보니 홈즈걸의 역자 이름이 익숙합니다.; 혹시나란 생각에 찾아보니 밤은 짧아의 역자입니다. 아하하하하하; 게다가 제가 사랑해 마지 않는 도쿄 밴드 왜건도 이 분이 번역했군요. 기억할 번역자 이름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앞으로는 서혜영씨가 번역한 책도 취향에 맞는 책이라고 안심하고 집어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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