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의 새 책이 나온줄도 모르고 있다가 신간 추려보는 와중에 목록을 봤습니다.
서점에서 소개글을 보내 읽어볼만 하겠다 싶어서 홀랑 도서관에서 빌렸지요. 나라 요시토모가 삽화를 그렸는데 분위기가 꽤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번역 문제 때문에 걸리는 것이 있으니, 이번에'도' 주인공의 이름 문제입니다.
번역자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짐작할 그 분입니다. 키친도 그 분의 번역으로 보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별 생각 없었지만 주변에서 여러 이야기를 들은데다가, 어떤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을 바꿨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어떤 소설이었는지는 잊었지만, 번역자가 이름을 잘못 읽고는 그대로 번역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야 그 남자주인공의 이름을 그렇게 읽지 않는다는 걸 알았고요. 하지만 '나는 이 사람의 이름이 이렇다고 생각하고 번역했고 내 속에서의 이미지도 그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그대로 하기로 했다'라고 결정했더군요. 해당 글을 읽은지 좀 오래되었지만 검색하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도 요시모토 바나나의 번역은 거의 이 분이 했고 분위기도 잘 어울린다 생각하니 집어 들어 읽었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처음 넘겨, 저작권 표시에 나온 원제의 영어명을 보고는 뜨악했습니다. HINAGIKU NO JINSEI랍니다. 제목 위에도 ひな菊の人生이라 나와 있군요. 히나기쿠의 인생. 원제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번역 제목은 데이지고요. 이게 어찌 된건가 싶었는데 일러두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 일러두기
주인공의 원래 이름은 '데이지'를 뜻하는 일본 꽃 이름 '히나기쿠(ひな菊)'이다. 소설 속에서 깊은 우정을 나누는 두 친구의 이름을 꽃 이름으로 설정한 작가의 의도를 한국 독자들에게 전달하기에 '히나기쿠'보다 '데이지'가 더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데이지'로 표기하였다.

끄응......................;
원작 우선주의랄까, 하여간 번역할 때 번역자가 손대는 것은 가능하면 적을 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제게는 미묘합니다. 다른 한 친구의 이름은 달리아. 원작에도 이름은 달리아(ダリア)로 나와 있습니다. 뭐, 운율(?)을 맞추기 위해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지만 그냥 히나기쿠로 하는 쪽이 분위기는 더 잘맞지 않았을까 합니다. 외국에 나가서 살고 있는 친구 이름은 달리아, 일본에 남아 있는 친구 이름은 히나기쿠. 일부러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까요. 차라리 처음에 이름 나올 때 역주로 살짝 소개해도 되지 않을까 싶고요.


그러고 보니 그 비슷한 이유로 번역이 걸렸던 책이 한 권 있습니다. 다카페 일기. 그 집 아이들 이름이 우미, 소라입니다. 딸이 우미, 아들이 소라. 하지만 번역서에는 바다, 하늘로 나와 있습니다. 끄으으응.................;



그 문제를 빼놓고 보면 책은 상당히 취향이었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 책 답게 얇지만 재미있더군요. 예전에 읽었던 「허니문」과 느낌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취향에 잘 안 맞았던 최근 책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그래봐야 「아르헨티나 할머니」, 「불륜과 남미」정도가 입맛에 안 맞았지요.-ㅂ-; 나머지는 그냥 저냥이고 가장 좋아하는 것은 「키친」입니다. 이 책은 일본 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소설을 꼽으라면 항상 튀어나오지요. 완성도고 뭐고 제 일상의 오아시스 같은 책이니까요.

요시모토 바나나 답게 엔딩도 열린 엔딩에 가깝습니다. 밝고 온화한 느낌으로 마무리를 지으니 부담없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 뒤에 갑자기 읽고 싶어져서 「허니문」을 빌려왔는데 기억보다는 무거운 이야기였습니다. 그 쪽도 간만에 다시 보니 꽤 재미있던데, 그 때문인지 「키친」도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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