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감상 쓰고 싶었던 책은 따로 있지만 그건 따로 쓰겠습니다. 여기에도 잠깐 언급되긴 하겠지요.'ㅂ'


그런 고로 간단 감상부터.
「접시에 뉴욕을 담다」. 2003년에서 2006년까지 뉴욕에 머물면서 CIA(요리학교)를 다니고, 여러 레스토랑의 주방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각각의 레스토랑 리뷰를 모아 놓은 글입니다. 중간중간 요리학교 다니는 동안의 짤막한 이야기도 담겨 있고요.
하지만 대체적으로 개인적인 경험담이라는 생각이 강합니다. 전문가가 맛본 것은 맞지만 경험이 개인적이라는 느낌입니다. 본인도 각각의 레스토랑 체험담에 그렇게 적었고요. 이전에 몇 번 읽었던 '블로그에 올린 글 출판집'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스페인에서 날아온 맛있는 편지」는 스페인을 다녀온 뒤 스페인 요리집도 잠깐 열었던 사람이 쓴 스페인 짤막 체류기 + 요리책 정도입니다. 생각보다 얇고, 엽서집을 보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거 추천하기에는 조금 난감..; 스페인 요리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지만 정확한 분량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한식 만들 때도 그렇지만 정량화 하는 것이 어려워서 그렇다고 합니다. 손맛이랄까, 그런 쪽을 강조한 셈이지요. 스페인 짤막 체류기라고 적긴 했는데 글쓴이의 개인적인 생활담에 가깝기 때문에 여행기라고 하기 보다는 수필에 가깝습니다. 그냥 가볍게 볼만은 한데 크게 기대는 하지 마세요.'ㅂ'
요리법은 한국에서도 편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대강대강요리를 잘하시는 분이라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오선 여행」은 책 다 챙겨서 나가다가 눈에 스쳐 지나가던 책이 걸려서 집어 들었습니다. 영국 여행기? 아니면 과학사? 어느 쪽으로 분류할지 고민되지만 도서관에서는 과학사, 혹은 과학수필로 집어 넣었군요. 내용은 간단합니다. 그리니치 천문대는 경도의 기준입니다. 그리고 그 자오선을 중심으로 해서 영국에서 일어난 중요한 과학적 발견이 일어난 장소들이 여럿 있답니다. 그래서 그 자오선을 따라 영국 남부에서부터 죽 올라가 여러 과학적인 발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읽은지가 좀 되어서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그리고 사실 읽다가 졸았습니다-그 발견들은 과학 분야를 가리지 않습니다. 지질학, 물리학, 화학, 그리고 기타 등등.; 기억에 남는 인물 중에는 화석 발견의 대가(?)인 메리도 있습니다. 성은 지금 잊었는데 이전에 동서문화사의 에이브 시리즈에 관련 책이 있어 꽤 재미있게 보았던 이야기입니다. 정규교육과정을 제대로 밟지 못하고 해안가에서 주변 관광객들에게 작은 화석을 파는 것으로 생활을 이어나가던 한 소녀가, 악어의 선조인가 하는 그 대단한 화석을 발견하여 굉장히 유명해졌다는 내용입니다. 실제 있었던 일이고 그 당시로서는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학자들에게는 큰 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야 여자이기도 했고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으니까요.'ㅅ' 그래도 그 이야기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그 부분은 기억에 꽤 남습니다.


「아임 어 스튜던트」는 신간 소개를 보고 홀랑 반해서 도서관에 신청해 보았습니다. 암에 걸렸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한 남자가, 다시 신입생이 되어 공부를 해보겠다고 하여 대학에 입학하고 잠시간 신입생들과 함께 학창생활을 만끽합니다. 내용만 보면 별것 아니지만 여기에 그 남자의 신상을 밝히면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니까 로저 마틴씨는 대학 총장입니다. 폐암으로 죽다 살아난 뒤 안식년을 내고는 그 시간을 오롯이 신입생 생활에 투자한 것이지요. 재입학한 학교가 조금 독특한 곳이라, 고전에 대한 강독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거기에 조정(배젓기 운동;)을 포함한 예체능 활동이 필수인 곳입니다. 모 대학교의 재단으로 들어간 어느 기업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지요. 하하하. (그 기업이 어떤 비난=뒷말을 듣고 있는지 알고는 음...; 싶었습니다;;)
 하여간 오랜만에 고전을 다시 읽고 예순의 나이에 조정경기에 참여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며 즐겁게 보내는데, 말은 그렇지만 그 내용은 좌충우돌, 이런 저런 실수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걸 감안하면서 보셔야 합니다. 신입생들과 진한 우정을 쌓는다고 책 소개에는 나와 있지만 글쎄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아폴로의 눈」은 서가를 어슬렁거리다가 발견한 책입니다. G. K. 체스터튼의 G. K.가 길버트 키스라는 것은 이 때 처음 인식했습니다. 핫핫핫.; 집에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전집이 있지만 몇 년 전에 예술제본으로 만들고 나서는 거의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도 아마 G. K.가 어떤 이름의 이니셜인지 나와 있을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읽은 기억이 없군요.
 표제작인 아폴로의 눈은 브라운 신부 전집에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맨 앞에 실린 '벼랑 위의 세 기병'은 본 적이 없습니다. 실려 있는 다섯 개의 단편 중에 그 하나만 브라운 신부 전집에 없고 나머지는 다 실려 있습니다. '벼랑 위의 세 기병'은 아마 한국에 소개되는 것이 처음이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이 책이 절판이라, 보실 분들은 도서관에서 빌리는 수 밖에 없겠네요. 교보에서 검색하다보니 「목요일이었던 남자」라는 책도 나와 있는데 볼까 말까 고민됩니다. 브라운 신부도 그렇지만 체스터튼의 추리소설은 조금 무거워서 손대기 망설여지는군요.



김은희. 「접시에 뉴욕을 담다」, 그루비주얼, 2007. 14000원
길버트 키스 체스터튼. 「아폴로의 눈」, 바벨의도서관. 2009. 9500원 (그러나 절판;)
정세영. 「스페인에서 날아온 맛있는 편지」, 이숲. 2009. 9500원
쳇 레이모. 「자오선 여행」, 사이언스북스. 2008. 13000원
로저 마틴. 「아임 어 스튜던트」, 웅진지식하우스, 2010. 12000원


여기까지가 4월 16일에 썼던 글이라 먼저 올립니다. 그 뒤에도 읽은 책이 더 읽지만 그건 다음 글에 넣도록 하겠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