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다 떨어진 어느 날. 커피 볶는 곰다방에 다녀왔습니다. 실은 커피가 다 떨어진 것이 금요일이었고, 그 전날인 목요일에 Cafe the Blues에 들렀는데 문을 닫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주 토요일에 홍대 나간김에 들렀다가 찾아가보니 곰다방도 문을 안 열었더랍니다. 그리하여 일주일간 커피 금단증상에 시달리다가 목요일에 사왔습니다.

곰다방과 카페 더 블루스를 커피 구입처로 정한 것은 달달한 커피콩 볶는 냄새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1월, 우에노의 기타야마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셨다가 크게 데인 뒤로는 아무 커피나 못 마시는 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뭐, 항상 그렇듯이 커피 없이 한동안 지나다보면 그럭저럭 괜찮은 커피는 다시 마실 수 있게 됩니다. 평소 커피를 사는 곳은 대흥역(서강대 후문쪽)에 있는 빈스 서울인데, 거기서 12월에 구입한 만델린은 솔직히 말하면 맛이 좋지 않았습니다. 볶는 쪽의 문제가 아니었나 싶은데, 하여간 다음에 커피 살 때는 빈스 서울말고 다른 곳을 다녀봐야겠다 생각했지요.
그러다가 홍대 쪽을 돌아다니며 달달한 커피향을 맡은 곳이 두 군데 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두 주 동안 양쪽 모두 다녀와봤습니다.





커피볶는 곰다방은 위치가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홍대 정문 앞에서 이어지는 2차선 도로에서 홍대 정문을 등지고 왼쪽편으로 조금만 걷습니다. 롯데리아가 있는 쪽인데, 거기로 조금 걸어 내려가다가 왼쪽에 있는 작은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이전에 폰앤펀이 있던 자리(지금은 가게가 비었습니다)를 끼고 골목을 들어가서 오른쪽을 바라보면 아주 작은 커피집이 보입니다.

자리가 넉넉하거나 오래 앉아서 있을 수 있는 그런 분위기의 카페는 아닙니다. 커피집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단골들의 아지트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 그런 곳입니다.

제가 간 날은 그 달달한 커피콩 향기는 나지 않더군요. 아쉽게 생각하면서 커피를 보는데, 볶는 정도는 거의 비슷한가봅니다. 중간에서 강하게의 중간쯤? 아주 강한 정도는 아니고 그보다는 살짝 덜하게, 보통 수준으로 볶은 커피들입니다. 그렇다보니 강하게 볶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불만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원산지별로 이런 저런 커피가 있는데 케냐AA를 마실까 하다가 '꽃밭'이라는 평에 마음을 돌려, 이번에도 만델린을 마셨습니다. 스모키한 것을 원했더니 그 쪽을 추천해주시는군요. 그리고는 그 다음날 커피 내려마시면서 후회했습니다. 으하하.;

맛 때문에 후회한 것이 아니라, 일하면서 마시기에는 적절치 않은 향이라 그렇습니다. 지난번에 빈스 서울의 만델린 마실 때도 그랬지만 만델린은 굉장히 스모키합니다. 연기향이 많이 나지요. 그렇기 때문에 드립을 하면 종종 담배향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시는 사람은 전혀 생각도 하지 않는데 '여기서 왜 담배 냄새가 나요?'라는 질문을 받는 겁니다.-ㅁ- 흡연가가 아님에도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지요. 게다가 실내 흡연이 금지되어 있으니 더욱 곤란합니다.

하여간 곰다방의 만델린도 연기향이 상당히 강합니다. 맛있게 홀랑홀랑 잘 마시긴 했는데 저는 이보다는 조금 더 강하게 볶은 커피가 좋습니다.



그나저나 카페 더 블루스나 곰다방이나 토라자는 없군요. 토라자 마시려면 빈스 서울로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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