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티로즈라는 찻잔이 있습니다. 차를 좋아하시는 분, 그릇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름은 잘 몰라도 아마 보시면 금방 아실겁니다. 홍찻잔인데 컵 바깥이 아니라 안쪽에 작은 장미꽃이 그려져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 취향은 아닙니다. 이름은 유명하긴 한데, 꽃무늬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분홍색이기도 해서 취향에 안 맞는거죠. 제가 좋아하는 그릇은 무늬 없이 단순한 흰색의 그릇들입니다. 코렐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게 집에 있는 건 다 무늬가 들어가 있거든요. 그냥 흰색이 좋긴 한데, 또 코렐은 무늬 없는 흰색 그릇이 별로 안 예쁘단 말입니다.'ㅅ'

본론으로 돌아와서, 홍대에서 오랜만에 큐티로즈를 만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전에 큐티로즈를 만났던 곳은 홍대 티테라스군요. 이번은 홍대 미카야입니다.

(지도를 넣다보니 위치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네요. 제일은행이 있는 길로 들어가 파리바게트를 끼고 좌회전합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죽 걷다가 만나는 첫 번째 횡단보도에 있습니다. 거기서 횡단보도를 건너시면 됩니다. 그 길만 놓고 본다면 이스투와루 당쥬와 같은 길 선상에 있는 겁니다.'ㅂ')



홍대 주변이 북적북적해지면서 홍대 북쪽, 그러니까 청기와 주유소 안쪽으로도 카페들이 여럿 생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카야는 그 훨씬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찾아보면 몇 년 전에 다녀온 글이 남아 있을 겁니다. 그 때와 크게 변하지 않은 모습이더군요.'ㅅ' 미카야에 가지 않게 된 계기가 된 일은 단순하지만 서비스와 관련된 쪽이었습니다. 가까운 분이 당한 일이라 이야기를 듣고는 몇 년 동안 안 갔는데 이날은 케이크가 먹고 싶지만 이스투와루 당쥬는 아직 열지 않았다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려 가게 되었습니다. 핫핫핫. 케이크에 졌습니다.OTL


오랜만에 갔더니 못보던 케이크도 많고 나름 신선하군요. 쇼케이스에 나온 케이크를 모두 먹어버릴 기세로 덤비는 바람에-분명 점심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이 달의 엥겔계수 상승에 크나큰 기여를 했습니다. 지금은 북카페 분위기로 운영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아이들 손님과 단체 손님은 밖의 테라스 자리를 이용해달라고 하는군요. 생협 모임을 하기는 미묘하지만 케이크만 포장하는 것도 가능할테니 한 번 시도해볼까요.'ㅅ'



G가 시킨 음료는 뭐더라. 하여간 저는 카페라떼를 시켰습니다. 그냥 무난무난한 맛. 가격은 홍대의 일반적인 가격이었다고 기억하는데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납니다. 4500원인지 5천원인지 가물가물하군요.
그리고 주문한 딸기 타르트가 나오는데 윗부분에 바른 나파쥬, 혹은 젤리 부분이 두껍습니다. 그게 조금 거슬리네요. 그냥 무난한 맛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피스타치오를 섞어서 씹는 맛을 낸 것은 괜찮고, 새콤 상큼한 맛이니까요. 타르트는 단단하다기보다는 빵 느낌에 가깝습니다. 크림은 역시 치즈무스 쪽이고요.




전 익힌 사과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과를 익힐 때는 종종 시나몬과 함께하는데 그게 내키지 않거든요.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가봅니다. 하여간 그럼에도 이 사과파이는 괜찮았습니다. 위에 아몬드가 올라가 있어서 G는 조금 투덜댔지만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으니 환상이군요. 역시 사과파이는 아이스크림이 있어야 합니다.-ㅠ-



그리하여 잠시 뒤, 그릇을 저렇게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뭔가 아쉽다는 생각에 2차 주문에 들어갑니다. 메뉴판을 보고 고민을 하다가 다시 골랐지요.




이번에는 아예 케이크 전용 그릇에 담겨 올라옵니다. 이거 원래는 케이크 한 판을 통채로 올릴 때 쓰는 것 아니었던가요.+ㅠ+ 이렇게 담아 놓으니 멋지군요.
베이크드 치즈케이크는 예상한 그대로의 맛입니다. 바닥은 그래험(인지 다이제인지) 쿠키를 부숴서 만든 것이고 안쪽은 찐득한 치즈입니다. 많이 굽지는 않은 것 같고 약간 무스의 느낌도 남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구운 치즈케이크입니다. 밀도가 높은 편이더라고요. 그리고 그 옆, 마블 초콜릿인데 설명해주시는 분이 아예 이게 그냥 초콜릿이다라고 하시더군요. 맞습니다. 그냥 초콜릿. 가나슈를 넣고 그대로 굳힌 느낌입니다. 가나슈에 생크림을 덜 넣어서 그런건지 어떤지 하여간 한 입 한 입 넣으면서 '아, 초코~'를 외치고 있었지요.

케이크 가격은 4천원-5천원. 6천원짜리도 있었는데 그건 작은 타르트그릇에 구운 브라우니였습니다. 시켜볼까 말까 하다가 다른 케이크에 홀려서 다음 기회로 미루었습니다.

G는 아까 마시던 음료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더 시키지는 않았지만 저는 여기에 로열 밀크티를 시켰습니다.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나왔습니다.
그냥 한 잔만 나올거라 생각했는데 포트에 밀크티가 가득-찻잔으로는 두 잔 반 정도-들어 있고 그걸 찻잔에 따라 마시면 됩니다. 게다가 큐티로즈.;ㅂ;



보통 홍찻잔은 겉에 그림을 그리고 안은 비워둡니다. 홍차의 색이 예쁘게 비치라고 그렇게 만든다나요. 하지만 노리다케에서 나온 큐티로즈는 반대입니다. 겉은 하얗게, 속은 그림을 넣었지요. 왜 그렇게 만들었나는 물어보지 않아서 모릅니다. 다만, 차를 마실 때 보통 마시는 사람에게 보이는 것은 찻잔의 안쪽입니다. 겉에 있는 그림은 차를 마실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지요. 아마 그런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다 따라 놓고 홀짝이니, 어머나.-ㅁ- 이거 달달하군요. 달달한 느낌도 좋고 우려낸 정도도 마음에 들고. 간만에 마음에 드는 밀크티를 만났습니다. 그리하여 홀짝홀짝 차를 마시면서 앞서 나온 케이크를 모두 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밖에 나와서는 밀크티를 시키는 일이 드문데 이 때는 예외였습니다. 커피 카페인은 그만 섭취해야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궁금한 김에 시켜봤는데 의외로 괜찮아서 놀랐습니다. 기억이 희미하긴 하지만 티앙팡의 차이보다는 덜 진합니다. 그래도 로열 밀크티라 불리기에는 손색이 없고요. 단, 보통의 밀크티를 떠올리시면 안됩니다.; 영국의 밀크티는 홍차 9할에 우유 1할쯤 넣은 것이고, 이쪽은 우유홍차라고 해도 될 정도로 우유의 비중이 높습니다. 차이는 애초에 우유에 홍차를 넣고 불에 올려 끓이는 것이고요.-ㅠ-


다음에 케이크가 부족할 때는 미카야로 가지 않을까합니다. 하지만 활동 반경에서 멀다는 것이 단점이군요. 어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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