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다 통용됩니다. 그렇게 보자면 동물인형이란 단어는 뭔가 이상하지요. 지금이야 인형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장난감이 아니라 그냥 일반적으로 가지고 노는 팔 다리 달린 장난감을 통칭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 인형은 꽤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지고 있고,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라 전시하기 위한 것도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면 피규어. 이 한 단어를 꺼내기 위해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


요 며칠 사이에 몇 번 언급했지만 구정부터 한 달 동안의 지름신 강림은 정말 무섭습니다. 갑자기 피규어 쪽에 꽂혀 사이트를 돌아다니질 않나, 몇 가지 품목을 찍어 놓고 한참을 감상하질 않나, 구입할까 진지하게 고민하질 않나. 물론 그 중 상당수는 작년부터 고민하던 것이니 딱히 스트레스 때문에 지름신이 내려왔다고 하기는 뭣하군요. 하지만 식비가 평소 용돈의 몇 배나 나갔음에도 엥겔계수는 이전달과 비슷한 정도라면 다른 비목(잡비 등등)으로 나간 돈이 얼마나 될지, 따져보기 무섭습니다.-_-;




그러니까 세이버 릴리 아가씨부터, (1*만원)




푸치 넨도로이드₁ 카이토, (5***원)



올 1월 여행가기 한참 전부터 고민하던, 아키하바라를 뒤져서 사올까 말까 고민하게 만들었던 문어 루카₂,(2****원)




진짜 문어입니다. 아래 달린 항아리는 문어 잡는 항아리를 표현한 것 같더군요.




그리고 택배 상자 크기 때문에 어머니를 기암하게 만든 인형, 아니 쿠션. 이름하여 리라비토. (57000원 × 2개) 화이트 데이용으로 나온 선물인가본데 화이트데이건 뭐건, 홀랑 꽂혀서 구입했습니다.




이건 펀샵 전용 사은품이라는데 라벤더가 들어 있는 향낭이랍니다. 하지만 감기가 걸려서 라벤더 향이 어떤지는 알 수 없군요. 향이 다 떨어지면 커피를 집어 넣을까 하고 있습니다. 라벤더와 커피라. 정반대 효과를 내겠지요.-ㅁ-;




변명을 하자면,

세이버 릴리는 작년부터 홀려서 구입할까말까 고민하는 사이에 생산이 중단되었습니다. 책보다 더한 것이 피규어지요. 보통 일정 수량만 찍어내기 때문에 그 때가 지나면 구하기가 아주 힘듭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못구하고 반쯤 포기하고는 중고로라도 구할까 하고 있다가 보크스 하비샵에서 찾아서는 홀랑 구입했습니다. 그러니 충동구매는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푸치 넨도로이드야 변명의 여지 없이 충동구매 맞습니다. 가격이 소소하니 괜찮다고 주장할 따름입죠.


문어루카도 작년부터 구입여부를 고민했고, 세이버 릴리와 마찬가지로 구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쇼핑몰에서 사면 택배비까지 들어가서 3천원이 더 붙는데 그보다 싼 가격표가 붙어 하비샵에 있는 것을 보았으니 일단 구입은 해야죠. 그야, 다른 모종의 핑계-나는 문어 루카가 필요한 작업을 무언가 하려고 한다-도 있었으니 충동구매는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어디까지나 주장은 저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것일뿐, 계획적인 구매는 아니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하...;


그러나 저 리라비토는 변명의 여지 없이 충동구매였습니다.-_-; 화이트 데이 상품으로 내놓은 걸 보고는 살까 말까 고민했는데 '이번에 품절되면 재입고 안됩니다?'라는 친절한 안내에 넘어가, 그것도 G까지 같이 끌여 들여서 결제했습니다.
그래놓고는 잊고 있었는데, 목요일 저녁에 갑자기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어머니: 너한테 택배왔는데 이게 뭐냐?
K: 응? 아아. 인형.
어머니: 인형?! 너 키울거야?
K: (무슨 의미인지 잠시 파악하고) 아하하. 아냐. 그냥 인형이야. 쿠션.
어머니: 그런데 박스가 왜이렇게 커!
K: 두 개 사서 그래요.


대화가 대충 이런 맥락이었는데 말입니다. 저기 저 키울거야란 말을 듣고는 정말 3초간 무슨 말인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내가 잘못 들은건가 고민하고는 깨달았습니다. 구체관절인형.; 부모님 두 분다 질색하시는 그 인형을 떠올리고는 말씀하신거죠.; 지금은 손 뗐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머니.

라고 생각하고는 집에 돌아왔는데 현관 신발장 옆에 놓여 있는 박스를 보고 기겁했습니다. 헉. 어머니가 놀라실만하네요. 인형이 크기도 했지만 인형보다 꽤나 큰 박스에 들어왔습니다. 웬만한 컴퓨터 박스보다 큽니다. 그러니 무슨 인형인가 싶었겠지요.
근데 이거 아주 좋습니다. 어제 뜯어보고는 크다 싶었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졸린 눈으로 굴러다니는데 껴안고 있자니 정말로 행복합니다.T^T 껴안고 인형 뒤통수(?)에 고개를 올리면 딱 졸기 좋은 자세로군요. 게다가 손도 팔짱끼는 것과 유사한 상태가 되니 이대로 굴러다녀도 됩니다. 어흑. 품에 들어오는 느낌이 상당히 좋네요. 게다가 달랑달랑 매달린 발 부분이랑 벼슬(?)도 마음에 듭니다. 후후후후후~ 가격은 상당했지만 만족도 역시 좋으니, 비싸긴 해도 가격은 애써 머릿속에서 지우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슬슬 새 책을 주문하러 가야죠.(음?)



₁위키에서 찾아보면 넨도로이드나 카이토나 둘다 자세히 설명이 나올겁니다. 넨도로이드는 굿스마일이라는 일본 피규어 제작회사에서 만드는 3...아니 2등신의 머리 큰 피규어입니다. 푸치는 사실 프티(petit: 프랑스어로 작다는 뜻)로, 넨도로이드 캐릭터를 또 작게 만들어 놓은 피규어입니다.

₂문어 루카. 원래 제품명은 타코루카입니다. 메구리네 루카로 위키에서 찾으시면 간략히 설명이 나올텐데, 메구리네 루카의 머리카락이 분홍이라 그런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그리 나온 것인지, 머리카락이 문어 다리인 캐릭터입니다. 꽤 귀엽지요. 사진의 제품은 핸드폰 고리이고 얼굴 모양이 세 종류입니다. 평상시 얼굴, 웃는 얼굴, 군침흘리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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