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는 맛있는 케이크를 먹으러 갈만한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몇군데 있긴 하지만 대부분 한 번 방문하고는 고개를 젓게 되더군요. 리치몬드는 케이크보다는 빵이란 생각에 잘 안가고, 미카야는 서비스 문제로 안가고, 카페 소스는 시끄러워서 잘 안가고, 쇼콜라윰은 서비스에 대한 불만 때문에 잘 안가고, 르쁘띠푸는 너무 달고, 스노브는 서비스도 엉망에 맛도 없었고, 르뺑은 모종의 이유가 있고.

...

적어 놓고 보니 원체 다 개인적인 이유이지만 원래 내 입맛에 맞는 케이크가 좋지 않습니까. 음하하.;



하여간 이런 연유로 이스투와루 당주에 대해 소식을 접했을 때 당장 가보겠다고 별렀습니다. 그리고 한 달 넘게 지나서야 시간 내서 다녀올 수 있었지요. 이 역시 게으름 때문입니다. 위치가 제가 자주 가는 방향이 아니라 그쪽은 잘 안가게 되더군요. 하지만 막상 가보니 제일은행에 볼일이 있을 때 들렀다가 가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이스투와루 당쥬인지 당주인지 헷갈리지만 일단 당주라 적었습니다. 영수증에 나온 그대로 적었다고 기억하니 아마 맞을겁니다.'ㅂ' (영수증은 이미 폐기하고 뒤늦게 글 쓸 때의 부작용)




자리는 열 자리 정도? 2인용 테이블도 있고 4인용 테이블도 있습니다. 저는 햇살 잘드는 자리로 잡았지요.
케이크는 열 종인가 그 전후로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뭘 먹을까 하다가 몽블랑을 골랐습니다. 거기에 아메리카노 한 잔. 커피 맛은 그냥 저냥입니다.



이 즈음 다시 안젤리나의 몽블랑이 떠올라서 애를 먹고 있었으니 일단 몽블랑을 시킵니다. 소면같은 반죽이 위에 올려진 것이 꽤 예쁩니다.
그러나 한 입 먹어본 다음에야 '이거 이전에 누군가가 먹고 나서 별로라고 포스팅하지 않았던가'라는 생각이 뒤늦게 떠올랐습니다. 하기야 먹고 나서 이 맛이 아니야라는 걸 깨달아서 예전에 읽었던 글이 떠오른 거였지만 이미 늦었지요.



달아요.
몽블랑의 주역은 밤-마론페이스트인데 그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윗부분의 밤 크림 짜낸 것을 먹으면 뚝뚝 끊어지는데 입에 넣으면 시원한 느낌으로 녹는 것이, 아주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아폴로가 떠올랐습니다.(먼산)
먹으면서 이것은 안젤리나 몽블랑이 아냐라며 눈물짓고, 안젤리나 몽블랑의 진하고 달달한 밤 맛이 안나라며 눈물짓고. 그럼에도 거의 다 먹었을걸요.-ㅁ-;

포크가 작아서 불편하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그리하여 2차를 갑니다. 홍차도 여러 종 있는데 스리랑카 브랜드였다고 기억합니다. 음, 딜마였던가요.
포트에 뜨거운 물이 담겨 있는데 거기에 망을 퐁당 담갔다가 적당히 우려졌다 싶을 때 꺼내면 됩니다. 다 마시고 나면 다시 뜨거운 물을 부탁해서 부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저는 한 번만 받아 마셨습니다. 케이크 두 종에 음료 두 잔하면 배 부른 것이 당연하지요.



이름은 잊었지만 크림무스입니다.



속에는 이렇게 크랜베리 혹은 라즈베리 잼이 들어 있습니다.


맛은 어땠냐면 나쁘지 않았습니다. 무난합니다. 하지만 강렬하게 딱 남을만한 그런 맛은 아니었어요.;ㅅ; 입 속에서 사르르 녹는 무스이긴 한데, 귀찮긴 하지만 집에서도 만들어 먹자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맛. 그러니까 제가 집에서 티라미수 만들 때 쓰는 크림과 비슷합니다. 생크림에 마스카포네 크림을 섞는거죠. 재료값을 생각하면 이쪽이 쌀지도 모르고 수고도 덜하지만 그래도 임팩트가 없어요.;


케이크가 먹고 싶을 때 무난하게 찾아갈만한 곳이긴 하지만 글세요. 너무 기대를 해서 실망했나 봅니다.


주차장 길에 있다는 케이크집은 아직 있을까요. 거기도 시간 날 때 가본다 하고 미루고 있는데 말입니다. 잊어버리지 말고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