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 이사 후 첫 번째 이동 포스팅이 고양이 빌딩이 된 것은 이 여행이 제게는 각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게다가 여지없는 삽질형 여행이기도 했고...)
글들은 약간의 수정 외에는 원문을 그대로 옮기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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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가 우울해에서 떠다니는 구명보트라면, 시오노 나나미는 시대를 초월한 (이탈리아 중심으로한) 유럽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입니다. 그리고 이광주 교수님은 (일방적으로 느끼고 있지만) 같은 것을 좋아하는 동류 선배입니다. 미셸 투르니에는 생활의 모습을 재미난 시선으로 잡아 보여주는 재간꾼이고요.
그렇다면 다치바나 다카시는?
채찍질을 해줍니다.
다치바나 다카시를 맨 처음 접한 것은 세노 갓파가 쓴 '펜 끝으로 훔쳐본 세상'이란 책을 통해서 였습니다. 예전에 품절되어 있어서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것인가 했는데 검색하니 나옵니다. 바로 이 책입니다.
(*추가 : 책이 품절이었다가 풀렸다 하는 것을 보면 안팔리지는 않나봅니다. 현재 품절. 원래 책 판형이 가로판이라 책 사진이 일그러진 것은 이해를...-_-;)
갓파라는 이름을 듣고 혹시라고 생각하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그 상상의 동물 갓파가 이름인 사람입니다. 가명도 예명도 아니고 아버지가 지어주신 본명이라 합니다. 책 중간중간에 2차대전 이야기가 등장하고 그 당시 소학교를 다녔다고 하니 나이는 상당할 겁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그런 몇몇 시대적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나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없습니다. 애 같은 투정이라든지 에너자이저와 맞먹는 체력이라든지 기이한 수집벽과 호기심, 궁금증에 대한 이야기들은 상당부분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중간 중간 여러 친구들의 이야기가 나올 때도 유유상종이라는 사자성어가 머리 속을 둥실둥실 떠다니며 춤을 췄습니다.
그 유유상종의 무리 중 한 명이 다치바나 다카시입니다.
집이 서로 가까운 모양인지 중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런 막역한 사이인 두 사람이 또 사고를 친 것이 고양이 빌딩입니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뒷부분에서도 등장하지만 엄청난 자료의 무게에 2층 아파트 바닥이 늘어지는 수준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결국 집 근처에 조그만 땅을 사서 자료실 전용 빌딩을 올립니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총 4층 건물인데(건평은 27㎡) 땅이 좁아 삼각형의 기묘한 모양으로 밖에 지을 수 없었습니다. 설계는 다치바나씨의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했답니다.
이렇게 의기 투합한 두 사람은 구름 그림으로는 일본 제일이라는 세노씨의 친구 시마쿠라 후치무라에게 의뢰를 합니다. 이튿날 전화를 받은 시마쿠라씨도 흔쾌히 승낙해서 작업에 들어갑니다. 이리하여 다치바나 사무소 <셰 다치바나>에 고양이 얼굴이 그려지게 됩니다.
이 세노 갓파씨가 고양이 빌딩을 그린 부감도는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쪽보다는 <펜 끝으로 훔쳐본 세상>쪽의 그림이 훨씬 크고 자세합니다. 더불어 이 쪽책은 원래 작가가 일일이 글을 손으로 다 써서 출판한 책으로 번역 출판되었을 때도 펜글씨 전문인 분이 그림에 들어가는 여러 설명글들을 손으로 다 썼습니다. 그래서 훨씬 보기 좋지요.
(판형이 세로가 아니라 가로라는 것도 특이한 점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중에 신문에 소개된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를 보고 도서관에 주문해 읽은 뒤에 이 사람이 그 고양이 빌딩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펜 끝으로 훔쳐본 세상>쪽이 워낙 소수파 지향쪽 책이라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다는게 좀 아쉽습니다.
(사실 저도 모 공공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겁니다. 도서관에서 보고 다시 서점에서 사온 경우입니다.)
<나는~>에서도 여러가지로 지적 자극을 많이 받은 터라 다른 책들도 가능하면 찾아 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다 주문해 놓은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던 <뇌를 단련하다>를 보고 며칠 전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갔습니다.
OTL
이거, 일본의 이야기가 아니예요. 조금만 바꾸면 우리나라의 현실과 똑같습니다. 다시 말해 현재 교육부에서 하고 있는 삽질들이 일본에서도 했던 삽질이란 이야기입니다. 남이 삽질하다가 구멍만 파고 다시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삽질은 피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선진국이 시행한 제도라고 삽질까지 그대로 따라가니 발생한 문제점도 그대로 떠안게 되는 겁니다.
하여간 읽으면서 여러모로 자극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게 채찍질을 해준다는 것은 여기서 멈추지 말아라, 앞으로 나아갈 길이 있으면 더 나아가라. 더 나은 자신을 위해 노력하라라는 훈계를 해준다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는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물리학도 그렇고 화학도 그렇고 다시 공부해야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고3 기말고사 때 교과서들을 버렸던 것이 또 다시 후회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 다시 구하자니 5차 교과서를 어디서 구한답니까. 헌책방이라도 뒤져야 할까요.
간만에 뒤통수를 후려 갈기는 책을 보고 적어봤습니다. 조만간 다치바나 다카시 컬렉션도 수집해야겠습니다.
자, 마지막으로 네이버 블로그 포스트 두 개. 고양이 빌딩으로 검색했다가 찾은 겁니다.
(*추가. 나중에 알았지만 간다역이 아니라 코락쿠엔쪽에서 접근하는 것이 가까웠습니다. 이어서 바로 여행 포스트 나갑니다.)
글들은 약간의 수정 외에는 원문을 그대로 옮기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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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가 우울해에서 떠다니는 구명보트라면, 시오노 나나미는 시대를 초월한 (이탈리아 중심으로한) 유럽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입니다. 그리고 이광주 교수님은 (일방적으로 느끼고 있지만) 같은 것을 좋아하는 동류 선배입니다. 미셸 투르니에는 생활의 모습을 재미난 시선으로 잡아 보여주는 재간꾼이고요.
그렇다면 다치바나 다카시는?
채찍질을 해줍니다.
다치바나 다카시를 맨 처음 접한 것은 세노 갓파가 쓴 '펜 끝으로 훔쳐본 세상'이란 책을 통해서 였습니다. 예전에 품절되어 있어서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것인가 했는데 검색하니 나옵니다. 바로 이 책입니다.
(*추가 : 책이 품절이었다가 풀렸다 하는 것을 보면 안팔리지는 않나봅니다. 현재 품절. 원래 책 판형이 가로판이라 책 사진이 일그러진 것은 이해를...-_-;)
갓파라는 이름을 듣고 혹시라고 생각하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그 상상의 동물 갓파가 이름인 사람입니다. 가명도 예명도 아니고 아버지가 지어주신 본명이라 합니다. 책 중간중간에 2차대전 이야기가 등장하고 그 당시 소학교를 다녔다고 하니 나이는 상당할 겁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그런 몇몇 시대적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나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없습니다. 애 같은 투정이라든지 에너자이저와 맞먹는 체력이라든지 기이한 수집벽과 호기심, 궁금증에 대한 이야기들은 상당부분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중간 중간 여러 친구들의 이야기가 나올 때도 유유상종이라는 사자성어가 머리 속을 둥실둥실 떠다니며 춤을 췄습니다.
그 유유상종의 무리 중 한 명이 다치바나 다카시입니다.
집이 서로 가까운 모양인지 중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중략)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전화로 위에서 내려다본 형태를 어떻게 그리는지 설명했더니 갑자기 오른쪽과 왼쪽의 양쪽 뇌를 동시에 사용하여, 말하면서 그림 그리는 나한테 흥미가 생겼는지 "지금 당장 가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일부러 올 필요는 없는데…."하고 대답하려는 순간 이미 전화는 끊어진 뒤였다.
그리고 나서 15분 쯤 뒤에 초인종이 울리고, 현관문 앞에 그가 서 있었다. 어찌나 순식간이었는지 두손들고 말았다. 집이 근처라고는 하나, 원고 마감에 쫓기고 있다면서 정말로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세노 갓파, <펜 끝으로 훔쳐본 세상>, 서해문집, 1999 / p.252
그런 막역한 사이인 두 사람이 또 사고를 친 것이 고양이 빌딩입니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뒷부분에서도 등장하지만 엄청난 자료의 무게에 2층 아파트 바닥이 늘어지는 수준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결국 집 근처에 조그만 땅을 사서 자료실 전용 빌딩을 올립니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총 4층 건물인데(건평은 27㎡) 땅이 좁아 삼각형의 기묘한 모양으로 밖에 지을 수 없었습니다. 설계는 다치바나씨의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했답니다.
"이 빌딩 벽을 이용해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해볼 수 없었가? 몬드리안처럼 색을 칠해도 좋고, 그림을 그려도 좋겠는데."
다치바나씨가 말했다.
빌딩 외벽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은 끝에, 벽을 새까맣게 칠하고 고양이 얼굴을 크게 그리자는 데로 의견이 모아졌다.
다치바나 씨의 집으로 돌아가서, 나는 차를 마시며 종이를 잘라 빌딩 모형을 만들어 봤다. 마을 안에 홀연히 까만 고양이 빌딩이 서 있는 것은 재미있을 것 같다. 고양이라는 것은 다치바나 씨가 고양이를 좋아했기 때문이고 다른 의미는 없다.
세노 갓파, <펜 끝으로 훔쳐본 세상>, 서해문집, 1999 / p.254
이렇게 의기 투합한 두 사람은 구름 그림으로는 일본 제일이라는 세노씨의 친구 시마쿠라 후치무라에게 의뢰를 합니다. 이튿날 전화를 받은 시마쿠라씨도 흔쾌히 승낙해서 작업에 들어갑니다. 이리하여 다치바나 사무소 <셰 다치바나>에 고양이 얼굴이 그려지게 됩니다.
이 세노 갓파씨가 고양이 빌딩을 그린 부감도는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쪽보다는 <펜 끝으로 훔쳐본 세상>쪽의 그림이 훨씬 크고 자세합니다. 더불어 이 쪽책은 원래 작가가 일일이 글을 손으로 다 써서 출판한 책으로 번역 출판되었을 때도 펜글씨 전문인 분이 그림에 들어가는 여러 설명글들을 손으로 다 썼습니다. 그래서 훨씬 보기 좋지요.
(판형이 세로가 아니라 가로라는 것도 특이한 점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중에 신문에 소개된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를 보고 도서관에 주문해 읽은 뒤에 이 사람이 그 고양이 빌딩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펜 끝으로 훔쳐본 세상>쪽이 워낙 소수파 지향쪽 책이라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다는게 좀 아쉽습니다.
(사실 저도 모 공공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겁니다. 도서관에서 보고 다시 서점에서 사온 경우입니다.)
<나는~>에서도 여러가지로 지적 자극을 많이 받은 터라 다른 책들도 가능하면 찾아 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다 주문해 놓은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던 <뇌를 단련하다>를 보고 며칠 전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갔습니다.
OTL
이거, 일본의 이야기가 아니예요. 조금만 바꾸면 우리나라의 현실과 똑같습니다. 다시 말해 현재 교육부에서 하고 있는 삽질들이 일본에서도 했던 삽질이란 이야기입니다. 남이 삽질하다가 구멍만 파고 다시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삽질은 피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선진국이 시행한 제도라고 삽질까지 그대로 따라가니 발생한 문제점도 그대로 떠안게 되는 겁니다.
하여간 읽으면서 여러모로 자극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게 채찍질을 해준다는 것은 여기서 멈추지 말아라, 앞으로 나아갈 길이 있으면 더 나아가라. 더 나은 자신을 위해 노력하라라는 훈계를 해준다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는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물리학도 그렇고 화학도 그렇고 다시 공부해야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고3 기말고사 때 교과서들을 버렸던 것이 또 다시 후회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 다시 구하자니 5차 교과서를 어디서 구한답니까. 헌책방이라도 뒤져야 할까요.
간만에 뒤통수를 후려 갈기는 책을 보고 적어봤습니다. 조만간 다치바나 다카시 컬렉션도 수집해야겠습니다.
자, 마지막으로 네이버 블로그 포스트 두 개. 고양이 빌딩으로 검색했다가 찾은 겁니다.
(*추가. 나중에 알았지만 간다역이 아니라 코락쿠엔쪽에서 접근하는 것이 가까웠습니다. 이어서 바로 여행 포스트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