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쓰고 보니 이거 왠지 N동 풍. 불러보았다가 아니라 섞어보았다입니다.(...)

옛날 옛적에, G가 같은 팀 사람에게 카레를 선물로 받아왔습니다. 일본여행 갈 때 관련 정보를 조금 준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나요. 당연히 일본카레였고 그 절반은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아 카레 한 솥을 끓이는데 썼습니다. 제가 손이 좀 커서 카레든 채소수프든 만들기만 하면 한 솥은 나옵니다. 채소수프는 저만 먹으니까 오래가지만 카레는 저와 G가 먹기 시작하면 오래가야 사흘입니다. 으허허허허.

그런데 어느날, G가 책상 정리를 했더랍니다. 서랍속에서 반 남은 카레가루를 발굴했던 것이지요. 그리하여 카레가루 나왔다는 타전을 받은 저는 그 주말에 카레를 만들었습니다. 집에 돼지고기가 없어 집 앞 슈퍼에 가서 한 근을 사오고, 감자는 작은 것으로 4-5개 정도. 양파는 큰 것으로 세 개, 당근은 중간 크기 하나 정도 넣었습니다. 카레 만드는 것은 손에 익어서 이젠 훌렁훌렁 대강대강 만듭니다. 다만 이번에는 카레가루가 부족해서 뭔가 맹한 맛의 카레가 나왔습니다. 그냥 퍼먹기엔 좋지만 다른 것을 곁들이니 맛이 약합니다. 재료가늠을 못한 것이니 책임은 제게 있지만 맛있게 잘 먹었으니 그것으로 족합니다.

돼지고기 한 근이 들어간 카레. 평소보다 고기 비율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다른 재료는 집에 있는 것을 썼기 때문에 예산범위 안이었습니다.



속을 살짝 들면 나오는 것은 소면이 아니라 쌀국수.
최근 위장 상태가 또 악화되어 밀가루는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선택한 것이 쌀국수였지요. 4인분에 2천원 정도? 그정도면 먹기 좋습니다. 소면은 그보다 더 싸지만 대신 양 조절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G도 손이 커서 한 번 소면을 삶으면 뭉텅이를 만들어 냅니다. 그러니 조금 더 비싸다고 생각되어도 쌀국수를 쓰는 것이 낫지요.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이전에 스파게티 소스로 카레를 쓴 적 있는데 그것도 괜찮았거든요. 이번에는 카레가 묽어서 맛이 좀 덜난다는 단점이 있지만 삶을 필요 없이 그냥 찬물에 담갔다가 살짝 토렴해서 내기만 하면 되니 편합니다. 냄비 설거지가 줄어드니까 좋지요.
아예 잔뜩 쟁여놓고 필요할 때마다 먹을까도 고려중입니다.
다만 G는 30분이나 담가야 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나봅니다. 먹고 싶을 때 즉시 만들어 삶을 수 있는 소면과 달리, 이건 30분을 기다려야 하잖아요. G야 소면 삶으면 그냥 양념국물(츠유)에 담가 먹곤 하니 국물 만드는 시간도 안 걸리고요.

저 혼자만 먹더라도 다음에 더 사다둘 생각입니다.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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