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를 좋아하긴 하는데 일본라면은 다른 국수들보다 순위가 밀립니다. 일단 맛있다고 생각할 정도의 일본라면집이 집 근처에 없어요. 그리고 일본라면보다는 우동이나 짬뽕이 더 좋습니다. 홍대 쪽에 자주가긴 하지만 그래도 일본라면집을 일부러 찾아갈만큼 땡기지는 않고요. ... 아니, 그보다 최근에는 짬뽕 외엔 국수외식을 하지 않았군요. 우오.;
하지만 이날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 모든 것은 채널 J가 원흉입니다. 날은 어둑어둑해지는데 TV 프로그램 뭐하는지 궁금해서 틀었다가 채널 J에서 더 라멘(The 라멘)을 방영하는 걸 틀어놓았지 뭡니까. 시코쿠쪽이었다고 기억하는데 보면서 아주 맛있지 않아도 좋으니 일본라면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G를 슬슬 꼬셔서 적당한 일본라면집을 찾아갔습니다.

대학로 소나무길을 따라 성대 대명거리-혹은 창경궁 쪽으로 걸어가다보면 왼편에 사가라면이라는 일본라면집이 보입니다. G가 한 번 다녀오고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G가 대학로 주변 일본라면집 중 가본 곳이 세 군데 있는데 하나는 마마라멘, 하나는 겐페이, 하나는 사가라멘입니다. 셋 중에서 가장 가기 편한 분위기가 사가라멘이라 해서 그날은 사가라면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들어가보니 사람이 바글바글한데 자리는 또 금방 빕니다. 조금 기다리다가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합니다. 메뉴는 상당히 단촐해서 라멘은 종류가 둘에 반숙달걀이랑 차슈, 볶은 채소를 선택해 올릴 수 있습니다. 술안주로도 몇 종 있긴 한데 사람이 많다보니 느긋하게 맥주를 즐길 분위기는 아닙니다.'


주문하고 얼마 기다리지 않아 라멘 두 그릇이 나옵니다.


이쪽이 G가 시킨 돈코츠입니다. 위에 차슈가 올라가 있네요.



제가 시킨 것은 미소 돈코츠입니다. 된장을 푼 돈코츠(돼지뼈) 국물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본라면을 자주 먹은 것도 아니고 가끔 먹는 것이니 맛의 비교는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일본라면을 먹은 것은 아마 나오키씨의 아지바코에서 먹었던 라멘일겁니다.(...) 그것도 여기 어딘가에 리뷰가 있겠지만 돈코츠 베이스는 아니었을테니 비교하기도 그렇지요.
돈코츠 미소라멘은 생각한 그대로의 맛이라고 느꼈습니다. 된장맛이 나지만 그 아래에는 또 다른 진하고 걸쭉한 국물맛이 돕니다. 면도 나쁘지 않고 그냥 후룩후룩 먹기만 하면 됩니다. 제 입맛에는 간간하지만 그 짭짤한 국물 맛이 지금도 떠오르는 것을 보면 꽤 마음에 들었나보네요. 그냥 무난한 일본라면이라 생각합니다. 한 그릇에 차슈 추가해서 8천원인가 9천원 했으니 다시 먹을거냐 물으면 분명 망설일겁니다. 가끔 생각날 때면 먹겠지만 자주 먹기에는 가격의 장벽이 너무 높아요.



날이 춥다보니 뜨끈한 국물이 자꾸만 생각나는데 종로 근처에 맛있는 국물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을까요. 냄비우동 같은 것도 좋고, 쌀국수도 좋고, 전골요리도 좋고. 하지만 부대찌개는 싫어요. 부대찌개에서는 당면만 홀랑홀랑 건져먹고 나머지는 거의 손 안댑니다.
어쨌건 조만간 종로 나가서 뜨끈한 국물요리를 즐기고 싶은데 딱 이거다 싶은 집이 안 떠오르네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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